오페라 첫 연출 고선웅 "성악가 노랫소리, 신기하지 않아요?"

이재훈 2016. 10. 23.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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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고선웅, 오페라 '맥베드' 연출(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뉴시스】고선웅, 오페라 '맥베드' 연출(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뉴시스】고선웅, 오페라 '맥베드' 연출(사진=세종문화회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해보고 싶었어요. 근사하잖아요. 오페라에서 감동을 받았거든요." 스타 연극 연출가 고선웅(극공작소 마방진 대표)이 설레고 있다. 세종문화회관 서울시오페라단(단장 이건용) '맥베드'로 첫 오페라 연출 도전에 나선다.

최근 세종문화회관 연습동에서 만난 그는 "노래가 너무 멋있어요. 성악가분들 소리가 너무 신기하지 않아요?"라고 웃으며 반문했다.

"'사랑의 묘약'의 '남 몰래 흘리는 눈물' 등 아리아에는 음악적인 완성이 있어요. 지루함이 해소되고 감동을 주는 그런 순간이 있죠."

메트로폴리탄 오페라의 2010~11 시즌 작품이자 천재 연출가 로베르 르파주가 연출한 바그너의 '니벨룽겐의 반지' 4부작 중 '라인의 황금'을 DVD로 본 고 연출은 무대 연출이 압도적이었다고 놀랐다.

"프랑스 오르세 미술관에 갔을 때 17~18세기 오페라 하우스 미니어처를 봤는데 그게 또 감동적인 거예요. 오래된 기계 장치로 된 것이 클래시컬하더라고요."

맥베드 역에 양준모·김태현, 맥베드 부인 역에 오미선·정주희가 출연하는 이번 '맥베드'는 영국 문호 윌리엄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하기 위해 기획됐다. 국내에서 베르디의 많은 오페라가 자주 공연됐으나 셰익스피어를 원작으로 삼은 '맥베드'는 드물다.

성악가들의 고난도의 뛰어난 발성 테크닉과 음악적 기량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특히 장면 전환이 많아 무대를 올리는 데에도 어려움이 따랐다.

고선웅은 다방면의 무대 장르를 주름 잡고 있는 연출가다. '칼로막베스' '푸르른 날에'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한국인의 초상' 등 연극뿐 아니라 창극 '변강쇠 점 찍고 옹녀', 뮤지컬 '아리랑' 등 음악 기반의 무대 장르 역시 잇달아 히트시키며 톱 연출가로 자리매김한 고 연출의 합류가 기대를 모으는 이유다.

"배우의 심리 상태, 동선 등 무대 위를 클로즈업하는 건 늘 해왔던 일이니까요. 그런 걸 잘하면, 이상하지 않은 오페라가 나오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그래서 용기를 냈다. "성악가들이 워낙 노래를 잘해서 상황에 대해 제안만 해도 물 흐르듯 흘러가요. 그간 오페라는 노래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죠. 저는 연기 쪽에 관심이 많은 사람이니 양쪽의 합이 잘 이뤄지면 좋은 작품이 나오지 않을까 합니다."

고 연출이 '맥베드' 연출에 뛰어든 또 다른 이유 중 하나는 '맥베스'라는 작품 자체다. 그는 2010년 이 작품을 유쾌한 활극으로 재해석한 '칼로막베스'로 '동아연극상' 작품상과 연출상을 거머쥐었다.

"오페라는 (이야기의) 점프가 많아 밀도가 떨어질 수 있는데, 텍스트의 상황을 통해 인물의 심리를 굳건하게 하면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을 거라 봤어요. '칼로막베스' 초연할 때 '맥베스' 책을 일곱 권 정도 보고 연구를 했어요. 원어 강의도 들었죠. 그 때 공부한 것을 잘 녹여내야죠."

이를 통해 인물들의 교감을 잘 그리고 싶다는 고 연출은 음악은 다치지 않게 하겠다고 강조했다. 음악적인 건 구자범 지휘자에게 한수 배우겠다는 자세로 임한다. 올해 초 윤석화의 연극 '마스터 클래스'에서 음악감독 등을 맡은 구 지휘자는 '맥베드'로 3년6개월 만에 클래식계에 컴백한다.

앞서 두 사람은 2012년 2월 경기필하모닉 오케스트라 '영화음악 콘서트'로 잠깐 호흡을 맞춘 바 있다. 당시 구 지휘자는 경기필의 예술감독이었고, 고 연출은 이 콘서트에 참여한 경기도립극단의 예술감독이었다. 고 연출은 당시 극본도 맡았다. "구 지휘자님과는 잘 맞아요. 정확하면서도 깊이 있는 생각으로 핵심을 꿰뚫는 작업을 하시죠."

요즘 공연계는 고선웅식 마법이 퍼져 있다. '각색의 귀재'로 통하는 그가 작품마다 막바지에 던지는 위로 판타지는 그의 인장처럼 남고 있다.

국립극단의 사실주의 연극 '산허구리'에서 목숨을 잃은 둘째 아들 '복조'가 시원하고 활기차게 구성진 '뱃노래'를 부르며 어머니와 완전하게 작별하는 장면, 뮤지컬 '아리랑'에서 수국과 득보가 일본군의 총에 맞아 죽은 뒤 상여(喪輿)에 올라 진도아리랑을 신나게 부르는 장면, 연극 '곰의 아내'에서 마지막에 '진짜 곰'이 등장하는 장면 등이 그렇다.

하지만 탐욕을 다루는 이번 '맥베드'는 다르다고 했다. "탐욕은 혼나야 하는 것이에요. 권력이 무엇인지에 대해 세팅을 해나가는데, 이번에는 오리지널을 건드릴 수 없었어요. '산허구리' '곰의 아내'처럼 절대로 그럴 수 없죠. 특히 '맥베드'는 서울시오페라단에 의뢰를 받은 작품이기 때문에 이건용 단장님이 생각하시는 방향으로 제가 맞춰야 해요. 오페라가 처음인데 제가 뭘 알겠어요."

다만 처음 접하는 장르인 만큼 "아이를 다루는 마음으로 작품으로 임하고 있다"며 "그럴 때 마다 결과가 좋았어요"라고 기대했다.

고 연출은 이와 함께 기존 자신의 작품으로 잇따라 해외에서 공연한다. 지난해 국립극단과 손잡고 선보여 호평 받은 중국 고전이 원작인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은 현지 공연을 앞두고 있고 자신이 이끄는 극공작소 마방진의 ‘홍도’ 역시 이달 말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립극장 무대에 오른다.

고 연출의 해외 진출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칼로막베스'는 중국 베세토연극제, 벨라루스 국제연극제, 터키 앙카라 등에 초청됐다. 올해 상반기에는 '변강쇠 점찍고 옹녀'를 파리 테아트르 드 라빌 대극장 무대에 올리며 창극으로는 첫 프랑스 진출의 기록도 썼다.

특히 '조씨 고아, 복수의 씨앗'의 원전 국가인 중국 공연에 대해 "심장이 벌렁벌렁거린다"고 웃었다. "제일 중요한 건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양식으로 현지에서도 똑같은 감동을 받을 수 있는지예요."

내년 상반기에 판소리 5바탕 중 하나인 '흥보가'를 국립극장 국립창극단과 함께 재해석한 신작 창극 '흥보씨'를 선보이는 그는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맥베드' 역시 제가 하고 싶은 작품이죠. 노래가 좋고, 합창이 정말 감동이에요. 아리아는 박력이 넘치죠. 다양한 장르에 도전해야겠다는 욕심이 아니라 정말 하고 싶다는 ‘좋은 마음’일 때 잘 나와요. 그래서 이번 오페라 연출이 기대됩니다." 11월 24~28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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