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리에 아이즈] 유벤투스 꺾은 밀란, 세리에를 다시 설계하다

임기환 2016. 10. 23.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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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리에 아이즈] 유벤투스 꺾은 밀란, 세리에를 다시 설계하다

(베스트 일레븐)


허울에 그쳤던 명가 재건이 현실이 될까? AC 밀란의 초반 상승세가 심상치 않다. 세리에 A의 절대 강자 유벤투스마저 꺾으며 ‘역시나’를 ‘혹시나’로 바꾸고 있다.

AC 밀란이 23일 오전(한국 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2016-2017시즌 이탈리아 세리에 A 9라운드에서 후반 20분 마누엘 로카텔리의 선제 결승골에 힘입어 유벤투스를 1-0으로 꺾었다. AC 밀란은 이날 승리로 6승 1무 2패(승점 19점)를 기록하며 리그 2위로 올라섰다. 선두 유벤투스는 이번 시즌 리그 두 번째 패배와 함께 7승 2패(승점 21점)를 기록하게 됐다.

비록 리그 초반이나 두 팀의 승점 차는 2점까지 줄어들었다. 최근의 상승세도 이어가게 됐다. AC 밀란은 개막전에서 토리노에 3-2 진땀 승을 거둔 뒤로 나폴리(2-4 패)와 우디네세(0-1 패)에 2연패를 당하며 이번 시즌에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실망감을 홈팬들에게 안겨 주었다.

반전의 신호탄은 지난달 16일(이하 현지 시간) 있었던 삼프도리아전에서 터졌다. 이 경기에서 신승(1-0)을 거둔 AC 밀란은 진짜 시험대인 라치오를 상대로 2-0 완승을 거두며 시즌 첫 연승을 달렸다. 이어진 피오렌티나전에서 다소 주춤(0-0 무)했으나 원정임을 감안하면 분명 적지 않은 소득이었다.

AC 밀란은 사수올로전(4-3 승)과 키에보(3-1 승)전까지 다섯 경기에서 4승 1무를 기록하며 고공 행진했다. 그리고 홈에서 열린 유벤투스전에서 깜짝 승리를 거두며 그간의 상승세가 우연이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AC 밀란의 이번 승리는 이탈리아 내에서도 엄청난 화제가 되고 있다. AC 밀란이 유벤투스를 네 시즌 만에 꺾었기 때문이다. 2012-2013시즌 리그 14라운드에서 1-0으로 이긴 이후로 AC 밀란은 지난 시즌까지 일곱 번 싸워 모두 패했다. 그것은 곧 AC 밀란에 오랜 암흑기가 도래했음을 의미했다.

그랬던 AC 밀란이 실로 오래간만에 칠흑 같은 어둠을 뚫었다. 물론 유벤투스를 한 번 이겼다고 당장에 명가로 부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아직 증명해야 할 수 많은 산들이 그들 앞에 기다리고 있다. 나폴리전 대패의 굴욕을 되갚아야하고 AS 로마와의 힘겨루기도 남아있다. 다음 시즌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UCL) 직행 티켓을 거머쥐기 위에 가장 치열한 싸움을 벌여야 할 두 팀이기도 하다.


유벤투스를 확실히 압도했다고 보기도 힘들다. 슈팅 수(8-22)는 세 배 가까이 차이가 났고 볼 점유율도 4 대 6 정도로 뒤처졌다. 이밖에 패스 성공률이나 공중 볼 승리 등 다양한 기록에서 격차가 벌어졌다. 유벤투스가 열다섯 개의 슈팅을 허공으로 날리지 않았더라면 승부는 어떻게 될지 몰랐다.

그러나 하나 분명한 건 빈첸초 몬텔라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나서 AC 밀란이 확실히 달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AC 밀란을 철새처럼 스쳐갔던 다른 감독들과는 달리 하나의 단일한 체계로 통일성 있게 팀을 다듬어 나가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인간계 최고 수준의 골잡이였던 카를로스 바카를 중심으로 ‘만년 유망주’ 음바에 니앙, 리버풀에서 피다만 꽃 수소를 스리 톱으로 배합시켰다. 이미 지난 시즌 팀 내 최다 득점자 반열에 올랐던 바카는 현재까지 여섯 골로 세리에 A 득점 2위를 달리고 있고, 니앙은 3골 2도움으로 프리시즌에 선보였던 활약이 반짝이 아니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몬텔라 감독은 기존의 낡은 AC 밀란의 유산들을 재생시키는데 일가견을 보이고 있다. 허리에는 과거의 AC 밀란 노인정을 이끌었던 선배들과 비교해 확연히 아쉬웠던 히카르도 몬톨리보·안드레아 폴리·지아코모 보나벤투라 등이 지난해 여름에 영입된 쿠츠카 등과 시너지를 내고 있다. 포 백에선 기존의 마테오 데 실리오와 이냐치오 아바테를 세리에 A 최고의 센터백 매물로 손꼽혔던 알레시오 로마뇰리, 아르헨티나 출신의 베테랑 가브리엘 팔레타와 배치해 조금씩 안정감 있는 수비를 만들어 내고 있다. 로마뇰리와 팔레타가 모두 지난해 이적해 온 센터백임을 감안하면 대단히 놀라운 변화가 아닐 수 없다.

여기에 이탈리아 축구의 20년을 책임질 십대 골키퍼 잔루지 돈나룸마의 성장세가 상승 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돈나룸마는 성인 팀 데뷔 시즌인 지난해 레알 마드리드 출신 디에고 로페즈와 백전노장 아비아티 골키퍼를 밀어내고 주전 장갑을 차지했다. 최근엔 이탈리아 국가대표팀에서도 데뷔전을 치렀다. 수비가 부실했던 AC 밀란으로선 그의 존재가 실로 복덩이가 아닐 수 없다.

AC 밀란은 지난 세 시즌 동안 바람 잘 날이 없었다.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을 시작으로 클라렌서 세이도르프-필리포 인차기-시니사 미하일로비치-크리스티안 브로키가 이끌었던 세 시즌 간 각각 8위-10위-7위에 그쳤다. 대외적으로 잡음이 끊이지 않았다. 철학도 목표도 모두 불명확했다. 비전은 결과적으로 장기적이지도 단기적이지도 못했다. 감독들에게 맡겨진 기간이 짧아 뭘 하기도 힘들었다. AC 밀란의 철학을 공유했던 많은 레전드들이 독이 든 성배를 마시고 희생됐다. AC 밀란은 실력이나 운영면에서 모두 유럽 대항전에 가기 힘든 수준이었다.

세리에 A에서 검증된 몬텔라 감독 선임은 기존 감독 인선과는 궤를 달리하는 획기적 선택이었다. 유벤투스의 독주를 멈춰세우겠다는 의지의 반영이었다. 그 선택은 아직까진 긍정적 방향으로 가고 있다. 몬텔라 감독은 기존의 베테랑과 신예들을 조화롭게 기용하며 AC 밀란의 변화를 이끌고 있다. AC 밀란 유스 출신으로 이승우와 동갑인 로카텔리는 유벤투스를 상대로 골을 터트리며 제2의 스테판 엘 샤라위가 될 조짐을 보였다. 넘버 원 골리인 돈나룸마와 수비진에 다비데 칼라브리아 또한 밀란 프리마베바(유스팀) 출신으로 각각 주전과 로테이션으로 중용되고 있다. 이밖에 루이스 아드리아누-잔루카 라파둘라-호세 소사-로카텔리-구스타부 고메스까지 3선에 다양한 선수들을 적시적소에 투입하며 체력과 전략의 탁월한 안배를 만들어 냈다.

피오렌티나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던 몬텔라 감독은 명가 재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건 장기로 펼쳐지는 리그를 순탄히 날 수 있는 안정성이라 여긴다. AC 밀란의 암흑기에 있었던 전임 감독들은 스쿼드를 안정화시키는데 하나같이 실패했다. 몬텔라 감독과 AC 밀란은 공교롭게도 9라운드를 통해 그 암흑기의 시작점에 있던 알레그리 감독을 꺾었다. 알레그리 감독으로부터 시작된 AC 밀란의 악연의 띠를 네 시즌 만에 몬텔라가 끊을 수 있을지 지켜보는 것도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다.

글=임기환 기자(lkh3234@socerbest11.co.kr)
사진=ⓒgettyImages/이매진스(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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