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검 말고 특검, 밝혀져야 할 5가지 의혹

2016. 10. 23.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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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그것이 알고 싶다> 이후 남겨진 백남기 농민 사망 쟁점들

홍완선 서울 종로경찰서장이 이정일 변호사등 백남기 대책위 관계자들에게 영장집행에 협조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피하려고 몸부림치고 팔을 뻗었던 것입니다. 지금에야 신체 접촉 이야기하지만 저한테는 그것보다는 백 농민께 쏟아지는 물대포를 막아야 하고 막으면서 안전한 곳으로 옮겨야겠다는 생각이지… 남대문서 몇 층인가, 당시는 신분 확인도 엄청 했어요. …조사를 그렇게 받았고 저를 서울청에서 특정해서 부를 이유가 그거(빨간 우의)밖에 없을 텐데, 그 이야기를 하지 않고 그와 관련된 모든 것 인상착의 복장은 다 조사를 했습니다. 그 부분만 질문하지 않았습니다.”(<한겨레> 인터뷰 정리본 중)

‘빨간 우의’가 직접 나선 10월19일 부검의 명분이 사라졌다. 검찰과 경찰이 고 백남기씨 부검의 필요성으로 첫손가락에 꼽은 ‘빨간 우의’가 백남기씨의 심한 머리 외상과 무관하다는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경찰은 지난해 12월 ‘빨간 우의’를 조사하면서도 백남기씨 머리 외상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았다는 정황도 나왔다. 왜 경찰은 ‘빨간 우의’가 누군지 알면서 ‘제3의 외력’을 조사하지 않았을까? 부검의 필요성은 사라지고, 특검으로 밝힐 의혹만 늘어나고 있다.

<한겨레21>은 유족의 법률대리인단 단장을 맡고 있는 이정일 변호사(법무법인 동화)와 이 사건 관련 청문회 및 국정감사를 치른 국회 보좌진 3명의 의견을 모아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할 새로운 의혹을 꼽아 보았다.

① ‘빨간 우의’를 부검에 내세운 이유는?

지난해 11월14일 서울 종로구청 입구 사거리에서 최루액을 섞은 물대포를 맞고 쓰러진 전남 보성군 농민회 백남기(69)씨에게 경찰이 멈추지 않고 물대포를 쏘고 있다. 한겨레

9월25일 백남기씨 사망 직후 서울중앙지검 검사와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법의관 등이 고인의 주검을 검시했다. 유족을 대신해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소속 의사들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등도 참여했다. 40분가량 검시가 끝난 뒤 질의응답 과정에서 검사는 부검의 목적이 ‘빨간 우의’에 있다는 것을 드러냈다.

문제는 경찰이 이미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부검을 강행하는 수단으로 ‘빨간 우의’를 이용했다는 의혹이다.

검사는 “(부검은) 물보라 때문에 잘 보이지도 않는 그 상황들이 과연 팩트로서 어떤 부분이 또 있는가라는 부분을 규명하기 위한 것”이라며 “저희 검찰 입장에서는… 백남기 선생님이 부상당할 당시에 제3의 외력이나 이런 부분에 대한 의혹이 아직도 좀 존재하는 부분이 있어서”라고 부검의 필요성을 주장했다.

그런데 ‘빨간 우의’가 등장한 장면에 대한 정밀한 영상 분석 결과, 당시 백남기씨 얼굴에는 ‘빨간 우의’의 신체가 접촉한 적이 없다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심한 머리 외상에 영향을 미친 ‘제3의 요인’을 내세운 부검의 정당성은 허물어진 상황이다. 문제는 경찰이 이미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으면서도 부검을 강행하는 수단으로 ‘빨간 우의’를 이용했다는 의혹이다.

② ‘빨간 우의’ 조사하고 왜 함구했나?

이정일 변호사는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자에 대한 경찰 소환 조사 대상이 1500여 명에 달한다. 일반도로교통방해와 같은 혐의는 대체로 피의자가 사는 지역의 관할 경찰서에서 조사했는데, 유독 ‘빨간 우의’는 (주거 지역과 떨어진) 남대문경찰서에서 조사했다. 조사 목적이 다른 집회 참가자들과 달랐다는 점인데, 백남기 어르신 문제였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지적했다.

다만 당시 경찰은 ‘빨간 우의’에게 백남기씨 사망에 대해선 일절 조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이 변호사는 “이미 당시에 (‘빨간 우의’가) 이 사건과 관련이 없다고 결론을 내린 게 아니겠나. 경찰은 지금까지 한 번도 ‘빨간 우의’가 어떻게 백남기 어르신을 가격했는지에 대한 피의 사실을 특정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경찰이 유족의 부검영장 전문 공개를 거부하는 것 역시 근거가 취약한 ‘빨간 우의’를 부검의 상당성 또는 필요성으로 제시한 탓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③ 왜 ‘상황속보’가 없다고 했나?

10월6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한 이철성 경찰청장은 백남기씨가 경찰이 쏜 직사 물대포에 쓰러진 당시 상황을 기록해 공유한 ‘상황속보’의 존재 유무에 대해 “상황속보는 폐기가 원칙”이라며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10월19일 박남춘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은 2015년 11월14일 오전 10시20분(1보)부터 밤 11시35분(26보)까지 작성된 26건의 상황속보를 입수해 공개했다.

박 의원실의 하진미 비서관은 “상황속보의 존재로 전·현직 경찰청장 모두 위증한 사실이 드러났다. 이철성 현 청장은 있는데 없다고 위증했고, 강신명 전 청장은 버젓이 경찰의 상황속보가 존재하는데도 백남기 어르신의 사고 사실을 텔레비전 뉴스를 통해 알았다고 위증했다”고 말했다.

④ 백남기씨 물대포 피해 사실 언제 알았나?

상황속보를 보면 18보(저녁 8시)에 백남기씨 사고 사실이 처음 언급(19:10 SK빌딩 앞 버스정류장에서 70대 노인 뇌진탕으로 바닥에 쓰러져 있어 구급차 요청, 호송 조치)된다. 하 비서관은 “상황속보는 작성에 소요되는 시간이 있기 때문에 저녁 8시보다 훨씬 먼저 강신명 당시 청장한테 보고됐을 텐데도 9시 뉴스 자막을 보고 사고 사실을 알았다고 한 부분은 명백한 위증이다. 지휘부가 사건 당일 언제 알고, 백선하 교수의 수술까지 어떻게 관여했는지 등도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20보(밤 9시)에는 부상자 치료와 관련해 신원과 상태가 구체적으로 등장(1명-백남기, 47년생, 남, 보성- 서울대병원에서 뇌출혈 증세로 산소호흡기 부착, 치료 中. 기자 5명 취재 中)한다. 22보(밤 10시)에는 ‘서울대병원 부상자 관련’이라는 별도 항목으로 보고돼 있으며 이어 23보(밤 10시30분), 24보(밤 11시), 25보(밤 11시20분), 26보(밤 11시35분)까지 줄곧 백남기씨 상태가 보고돼 있다. 특히 25보의 경우 “서린**빌딩 앞 버스정류장에서 물포에 맞아 부상”이라며 피해 원인이 물대포라는 사실을 적시했다.

⑤ 진료 과정에 경찰 개입했나?

지난 5월 청와대는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왼쪽)을 임명했다. 서 원장은 7월 백선하 서울대병원 신경외과장(오른쪽)을 승진시켰다. 백 과 장은 논란이 된 백남기씨의 사망진단서에 ‘병사’라고 쓴 당사자다. 서울대병원 홈페이지, 한겨레 이정아 기자

백남기씨를 응급실에서 처음 진료한 신경외과 당직의사의 이름은 앞선 상황속보에서 찾아볼 수 없는 반면, 이날 마지막 상황속보인 26보에는 “서울대병원 부상자(백남기, 47년생, 남, 전남 보성), 신경외과장 백선하 집도로 응급수술 준비 중”이라고 나온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 임채원 보좌관은 “경찰의 진료 개입과 관련해서 오병희 전 서울대병원장과 신찬수 진료부원장이 베일에 가려져 있다. 연명의료 부분이나 사망진단서 작성 과정에 서울대병원 경영진이 개입한 부분이 국정감사에서 밝혀지지 않은 만큼 특검을 통해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유은혜 의원실의 이혜진 비서관은 “진료 과정에 대한 의학적 검토를 비롯해 키를 쥐고 있는 권아무개 레지던트에 대한 추가 조사도 필요하다. 특히 사인 자체가 외인사로 바뀌고 국가 공권력의 책임이 명확해질 경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국가를 상대로 구상권을 청구할 수 있는 부분도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진명선 기자 toran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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