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털진드기' 얕봤다가는..단풍철 '진드기 병' 주의보

송인호 기자 2016. 10. 23. 08: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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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풍이 전국의 산과 들을 곱게 물들이면서 단풍철이 절정을 맞고 있습니다. 그런데 단풍철에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 있습니다. 바로 ‘털진드기’입니다. 털진드기는 분류학적으로 거미강에 속하며 국내에는 51종이 보고되고 있습니다. 이 가운데 쯔쯔가무시균을 전파하는 털진드기는 대잎털진드기와 활순털진드기 등 7종 정도입니다. 아래 사진을 보면 몸통과 다리에 수북하게 털로 덮여있는걸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대잎털진드기(좌), 활순털진드기(우)

쯔쯔가무시증은 제3종 법정 감염병으로 우리나라와 일본, 중국, 타이완,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발병하는 발열성 질환입니다. Orientia tsutusgamushi 라는 리케치아 균에 의해 감염되는데, 가을철 대표적인 발열성 질환 중 하나입니다.

지난달 30일 경기도 남양주에서 벼 베기 작업을 하던 50대 농부가 열흘이 지난 뒤 황급히 인천의 가천대 길병원 응급센터로 이송됐습니다. 39도가 넘는 고열과 두통, 근육통 등 감기증세를 보여 집 근처 병원에서 약을 타 먹었는데 차도가 없었던 겁니다. 이 환자는 소변이 안 나오고 혈압까지 떨어져 의식까지 잃었는데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을 정도로 상태가 위중해졌습니다. 검사결과 털진드기 유충에 물려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문제는 단풍철인 10월과 11월 두 달이 가장 위험한 시기라는 점입니다. 질병관리본부가 털진드기 유충을 채집해 조사해봤는데 10월8일~14일까지 개체수가 증가한 이후에 10월22일~28일에 최대 정점을 보였습니다. 이 기간 환자 발생도 급증합니다. 지난해 9천5백명의 환자가 발생했는데 이 가운데 90%인 8천5백명 가량이 10,11월 두 달에 집중됐습니다. 올해는 환자가 더 발생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털진드기 개체수는 산란기인 8월 평균 기온에 따라 영향을 받는데, 올해는 폭염으로 8월 기온이 26.7도로 지난해 보다 1.5도나 높았기 때문입니다. 2013년 8월 평균 기온이 27.3도였을 때 환자는 1만 명을 넘어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올해도 환자가 1만명에 육박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월 평균기온, 털진드기 트랩지수 및 쯔쯔가무시증 환자 비교 (2012-2016)
연도 2012 2013 2014 2015 2016
월 평균기온 (℃) 26.4 27.3 23.8 25.2 26.7
털진드기 트랩지수* 28.0 34.1 3.5 16.7 -
쯔쯔가무시증 환자 8,604 10,365 8,130 9,513 ?
 *털진드기 트랩지수(T.I., Trap Index;전체 채집개체수/전체 트랩수)

털진드기는 풀숲에서 전체의 40% 가량 채집되고 이어 밭 35%, 논 13.4%, 수로 11.7% 등의 순서로 관찰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털진드기는 성충보다 유충이 더 위험하다는 겁니다. 유충은 주로 들쥐 등 설치류와 토끼 등 작은 포유류의 체액을 빨아먹고 성장합니다. 포획된 들쥐의 귀를 자세히 보면 유충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는 걸 알 수 있습니다. 사람을 공격하는 것도 이 유충들입니다. 이 때 침샘에 있던 병원균이 몸속으로 들어와 발병하는데 단풍철 행락객들이 늘어나고 논, 밭에서 수확 작업도 겹치는 시기이기 때문에 이맘 때 환자 발생도 급증하는 겁니다.

붉은 반점

이달 들어서만 쯔쯔가무시균에 감염된 환자가 8백명 가까이 나왔습니다. 잠복기가 보통 1~2주인 점을 고려하면 앞으로 한 달이 고비입니다. 문송미 가천대 길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쯔쯔가무시증은 온 몸에 혈관염을 일으키고 어떤 경우에는 뇌수막염이나 뇌염으로 진행될 수 있는 무서운 병 중의 하나”라고 경고합니다.

때문에 산이나 들로 야외활동을 나갈 때 각별히 조심해야 합니다. 예방하려면 긴 옷을 입어 최대한 피부노출을 피하고 풀숲이나 논, 밭에서 활동을 하고 집에 들어오면 겉옷은 밖에서 턴 뒤 반드시 옷을 세탁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샤워할 때 몸에 붉은 반점이나 부풀어 올랐는지, 딱지 같은 건 앉지 않았는지 관찰해야 합니다. 야외 활동할 때 진드기 기피제를 몸에 뿌리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무엇보다 잔디나 들풀에 함부로 앉지 말아야 합니다. 그래야 들쥐의 배설물에 의해 옮겨지는 랩토스피라증이나 신증후군출혈열도 예방할 수 있습니다.   

송인호 기자songster@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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