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거부 논쟁 재점화..헌재 3번째 결정은?

구교운 기자 2016. 10. 23.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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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2011년 2차례 합헌 결정..올해 3번째 결정 "양심의 자유..대체복무 도입"vs"국방의무 우선"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을 비롯한 헌법재판관들. /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서울=뉴스1) 구교운 기자 = 항소심 최초의 양심적 병역거부 무죄판결로 양심적 병역거부 논쟁에 다시 불이 붙은 가운데 헌법재판소의 3번째 결정이 어떻게 내려질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올해 안에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 등에 관한 헌법소원 사건에 대한 결정을 내린다는 방침이다. 헌재는 지난해 7월 이 조항을 두고 공개변론을 열기도 했지만 1년3개월이 지난 현재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한 상태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지난 12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병역법 제88조 제1항 제1호는 현역입영 또는 소집통지서를 받은 사람이 정당한 사유 없이 입영하지 않거나 소집에 응하지 않을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통상 재입영 대상이 되지 않는 가장 낮은 처벌수위인 징역 1년6월을 선고받고 있다. 대법원도 하급심의 무죄선고와 관계 없이 양심적 병역거부자에 대한 유죄판결을 내리고 있다.

양심적 병역거부를 찬성하는 측과 반대하는 측은 각각 양심의 자유와 국방의 의무를 내세우고 있다.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양심의 자유에서 양심이란 선량한 마음이 아니라 주관적 가치판단에 따라 사물의 옳고 그름에 대한 내적인 믿음을 의미한다.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은 정치적 가치관이나 종교적 믿음에 근거해 병역 이행을 거부해왔다.

지난해 공개변론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찬성하는 측은 "양심적 병역거부는 사람의 생명을 살상할 수 없다는 생명존중과 평화, 공존의 정신에 입각한 것"이라며 "양심에 반하는 행위를 강요당하지 않을 자유는 양심의 자유의 본질"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병역면제가 아닌 대체복무의 기회를 제공해달라는 것"이라며 "대체복무를 병역의무 이행보다 불리하게 하면 병역회피 수단으로서의 가능성도 막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대하는 측은 "병역의무는 국민 전체의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보장하기 위한 것"이라며 "양심의 자유가 병역의무와 충돌할 때는 헌법에 따라 제한이 가능하다"고 맞섰다.

그러면서 "특수한 안보상황과 대체복무제 도입 시 발생할 병력자원 손실, 양심적 병역거부자 심사의 어려움 등에 비춰볼 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와 병역의무의 형평이라는 공익 달성에 지장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헌재는 과거 2차례에 걸쳐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정당한 사유에 종교적 이유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 헌재의 그동안 판단이다.

첫번째 결정은 2004년 8월에 나왔다. 헌재는 서울남부지법이 제청한 위헌법률심판 제청 사건에서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당시 헌재는 "양심의 자유는 단지 국가에 대해 가능하면 개인의 양심을 고려하고 보호할 것을 요구하는 권리일 뿐" 이라며 "양심상의 이유로 법적 의무의 이행을 거부하거나 법적 의무를 대신하는 대체의무의 제공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가 아니다"라고 밝혔다.

또 "한국의 안보상황, 징병의 형평성에 대한 사회적 요구, 대체복무제를 채택하는 데 수반될 수 있는 여러 가지 제약적 요소 등을 감안할 때 대체복무제를 도입하더라도 국가안보에 손상이 없으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두번째 결정은 2011년 8월에 나왔다. 이때도 첫번째 결정과 같이 재판관 7(합헌) 대 2(위헌) 의견으로 합헌 결정이 나왔다.

헌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양심의 자유가 제한된다"면서도 "이 사건 법률조항은 국가안보 및 병역의무의 형평성이라는 중대한 공익을 실현하고자 하는 것으로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합성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대체복무제를 허용하더라도 이러한 공익의 달성에 아무런 지장이 없다는 판단을 쉽사리 내릴 수 없는 이상 대체복무제를 도입하지 않은 채 형사처벌 규정만을 두고 있다고 하더라도 최소 침해의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로부터 5년이 지난 가운데 헌재가 전향적 결정을 내릴 것이란 기대도 있다. 법조계에선 대체복무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서울지방변호사회(회장 김한규)는 지난 5일 소속 변호사들을 대상으로 양심적 병역거부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전체 응답자(1297명)의 80.5%(1044명)가 대체복무제를 법률로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고 밝혔다.

하지만 대체복무에 대한 반대여론도 만만치 않다. 2014년 11월 병무청이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만 19세 이상 성인남녀 2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58.3%(1166명)가 입대거부자의 대체복무에 반대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헌재가 지난 결정에서 제시한 양심적 병역거부 허용을 위한 전제조건이 현재 충족됐다고 보기 힘들다"며 "전향적 결정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kuk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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