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대통령 비선들의 '돈줄'..베일 벗는 미르·K재단

CBS노컷뉴스 김구연 기자 2016. 10. 23. 02: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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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왼쪽)과 최순실 씨 (자료사진)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이 숱하게 쏟아지면서 결국 권력형 비리로 귀결될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다.

두 재단이 청와대의 주도로 설립됐고, 두 재단의 사업이 최순실씨 등 박근혜 대통령 비선 실세들의 비즈니스를 위한 '돈줄'로 활용된 정황이 속속 드러나면서다.

◇ "기업과 소통하며 논의…기업에 감사" 朴 대통령의 셀프 시인

각종 의혹에서 침묵으로 일관하던 박 대통령은 20일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배경을 장황하게 설명하면서 사실상 청와대의 개입을 시인해 버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기업인들의 문화·체육에 대한 투자확대를 부탁드린 바가 있고, 일자리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이 바로 문화콘텐츠라는 인식을 바탕으로 창조경제와 문화융성의 융복합 필요성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의 요구로 두 재산 설립이 논의됐다는 것이다. 즉, 재단의 시작은 청와대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박 대통령은 또 "전경련이 나서고 기업들이 이에 동의해 준 것은 감사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제가 알고 있는 재단 설립의 경과"라고 강조했다.

수십억원 이상의 거액을 각출한 기업들에게 고마움까지 표시한 것도 결국 중심에는 청와대가 있었다는 인정한 것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또 이러한 해명은 지난달 이승철 전경련 상근 부회장이 "기업 의견을 모아 (내가 낸) 아이디어로 설립한 것"이라고 설명한 것과 배치된다.

박 대통령은 전경련의 해명 뒤로 숨어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다고 둑이 터지듯 의혹이 쏟아지자 얼렁뚱땅 청와대가 주도한 사실은 밝힌 것이다.

◇ 안종범 수석도 미르재단 사무총장과 전화통화 인정

21일 국회에서 열린 운영위원회 대통령비서실, 국가안보실, 대통령 경호실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 출석한 안종범 정책조정수석이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논란의 핵심 인물 중 한 명인 안종범 대통령정책조정수석비서관이 미르재단의 인사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지난 21일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더불어민주당 백혜련 이원은 안 수석이 이 전 총장에게 인사 압력을 넣었다고 주장하며 이 전 총장과의 통화 녹취록을 공개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이 전 총장은 "지난 4월 4일 안 수석한테서 전화가 왔다. 당시 재단에서 (나에 대해) 안 좋은 소문이 있어서 알려 주려 연락 한 것"이라고도 주장했다.

이에 대해 안 수석은 4월 4일 이 전 총장과 통화한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업무상 여러 차례 통화한 것은 맞지만 인사와 관련해 종용한 사실은 없었다"고 답했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모금에 나섰다는 안 수석의 해명도 설득력을 잃고있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익명을 요구한 대기업 임원은 "전경련이 하자니까 '나랏일'일 거라고 여겨 큰 의문을 갖지 않고 관행적으로 낸 것"이며 "전경련이 기업에 유무형의 지원을 요청하는 것은 정부 입김이 이미 닿았다는 것이다. 수십 년 간 지속 돼 온 거인데, 이제 와서 '자발적 참여'라고 하는 것은 순진한 포장"이라고 귀띔했다.

지난해 11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173차 회의에서는 박병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이 "기가 막힐 일이 있었다. 국제문화예술교류를 위한 재단(미르)을 새로 만드는 데 포스코에서 30억원을 내겠다고 한다. 전경련을 통해 대기업들의 발목을 비틀어서 이미 450~460억을 내는 것으로 해서 굴러가는 것 같다"며 모금의 강제성을 비판한 바 있다.

◇ '비선의 돈줄' 미르·K스포츠재단…비선 정점은 최순실

각종 논란에 휩싸인 미르·K스포츠재단은 비선 라인의 정점으로 불리는 최순실 씨의 개인적 사업과 긴밀히 연결 돼 있다.

최 씨는 자기 사람을 심는 등 K스포츠재단 운영에 개입하고 본인 개인회사와 사업 관계를 맺는 방식으로 이권을 챙기려 한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게 최 씨가 지난해 7월 독일에 세운 페이퍼컴퍼니 '비덱'이다.

K스포츠재단은 '비인기 종목 유망주 육성'을 명목으로 국내 굴지의 대기업으로부터 80억원을 지원받아 비덱에게 사업을 맡기려 한 정황이 드러났다.

여기에 최 씨가 지난해 1월과 2월 국내와 독일에 '더블루K'를 설립한 것도 K스포츠재단을 이용해 사업을 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낳고 있다.

더블루K 최모 대표는 "장기적으로 스포츠 해외 유학이나 선수 해외 송출 등 스포츠 관련 해외 비즈니스가 커질 것을 예상해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는 K스포츠재단의 설립 목표와 상당부분 겹친다. K스포츠재단 홈페이지에는 설립 목적이 '유명한 인재의 발굴·양성·지원 사업으로 글로벌 스포츠 재원 육성하고, 활발한 국제 스포츠 교류에 매진'이라고 명시돼 있다.

여기에 더블루K와 업무 협약을 맺은 독일 노르딕장애스키협회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K스포츠재단이 더블루K를 위해 일하는 하부조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며 협약을 맺기 한달 여 전에는 K스포츠재단과 관련 내용을 논의했다고 전했다.

특히 K스포츠재단 관계자들이 더블루K 사무실로 출근해 업무를 봤다는 증언은 K스포츠재단이 사실상 더루K의 사업 들러리 역할을 했을 개연성을 보여준다.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 광고감독은 미르재단을 장악해 최씨와 비슷한 수법으로 이익을 챙기려 했다.

차 씨는 김형수 전 이사장과 이성한 전 사무총장, 이한선 상임이사 등 미르재단 주요 인사에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했고, 자신의 측근들이 대표나 이사로 있는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과 정부 관련 사업을 진행했다.

그를 향해 변추석 전 관광공사 사장은 " 경험상 다른 목적이나 사욕을 위해서 그럴싸하게 포장하는 프로젝트는 거의 실패한다"고 비판했다.

차 감독은 최 씨이 측근이면서도 '박 대통령과 심야에 독대를 한다'며 자랑하듯 주변에 말하고 다녔던 인물로 알려졌다.

[CBS노컷뉴스 김구연 기자] kimgu88@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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