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춤 개헌시안,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

윤호우 선임기자 2016. 10. 22. 1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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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분권형·4년 중임·차기 대통령 임기 2년 3개월로 제한… 새 권력구조 정가의 화두로
개헌이 또다시 정가의 화두가 됐다.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가 10월 20일 정계복귀를 선언하면서 ‘개헌’을 주창했기 때문이다. 최근 정가의 개헌 논의 흐름을 보면 권력구조 이견에 대한 접점을 모색하는 발언이 하나둘 나타나고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에다 대통령 4년 중임제를 결합하는 개헌안이다. 여기에다 차기 대통령에 한해 임기를 2년 3개월로 줄이는 안이 모색되고 있다.

이런 모색과 관련해 눈여겨 보아야 할 개헌안이 있다. 19대 국회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에서 개헌안 작성소위가 2014년쯤에 마련해 검토한 ‘개헌시안 초안’이다. 여기에는 이 같은 ‘분권형+4년 중임’ 내용이 핵심 내용으로 들어가 있다. 이 시안은 권력구조를 분권형 대통령제로 하면서, 대통령은 권한의 분산을 전제로 4년 중임제로 한다는 내용이 함께 포함돼 있다. 서로 다른 권력구조로 인식되고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가 양립할 수 있다는 안이다.

시안에는 ‘행정권은 국무총리를 수반으로 하는 행정부에 속하며, 행정부는 국무총리와 행정 각부의 장관으로 구성된다’고 적어놓았다. 행정권의 소재가 대통령이 아닌 총리와 행정부에 있는 분권형 대통령제를 명시하는 것이다. 국무회의 의장을 대통령에서 국무총리로 바꾸고, 국무총리는 대통령이 아닌 국회에서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선출한다는 시안의 내용은 분권형 대통령제 안의 핵심적인 부분이다.

손학규 민주당 전 대표가 10월 20일 국회 정론관에서 정계복귀를 선언하며 인사하고 있다. / 권호욱 선임기자

대통령은 외치, 국무총리는 행정 담당 이 분권형 대통령제 시안에 대통령의 4년 중임제가 녹아들어가 있다. 현행 헌법 70조에 ‘대통령의 임기는 5년으로 하며, 중임할 수 없다’고 되어 있는데, 이를 바꿔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하며 1차에 한하여 중임할 수 있다’는 내용이 시안에 들어가 있다. 대통령의 선출은 현행처럼 직선제로 하고 다만 대통령 결선투표제 도입 여부에 대해서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개헌안 작성소위에서 제시됐다.

이 시안에 나타난 권력구조는 사실상 분권형 대통령제다. 즉 분권형 대통령제가 주요 내용이고 4년 중임 대통령이 부수 내용으로 결합돼 있는 것이다. 대통령은 국가원수, 군 통수권, 비상대권 등을 갖고 외치를 맡고, 총리가 실제적인 내치를 맡게 된다.

그동안 개헌은 정치권에서 다수가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권력구조를 놓고 분권형 대통령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내각제 등으로 나눠져 제대로 된 동력을 갖지 못했다. 19대 국회의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의 개헌시안은 이 같은 소모적 논란을 일거에 빨아들일 수 있는 요소를 지니고 있다. 당시 개헌안 작성소위에 참여한 우윤근 국회 사무총장은 “확정된 것이 아니고 검토했던 시안”이라면서도 “(분권형+4년 중임으로) 방향 접근을 봤고 이를 놓고 논의가 이뤄지면서 접점을 찾으려고 했다”고 말했다.

18대 국회 때 국회의장 자문기구인 헌법연구 자문위원회(김종인 위원장)에서 만든 보고서에서는 권력구조에 대해 제1안으로 대통령과 국무총리가 권력을 분점하는 이원정부제를 제시했다. 제2안으로 대통령제 원형에 가까운 정·부통령 4년 중임의 대통령제를 제시해 여전히 권력구조에 대해서는 이원정부제와 4년 중임을 놓고 논란의 종지부를 찍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19대 국회에서는 개헌을 추진하는 의원들을 중심으로 권력구조 논란을 종식시키면서 접점을 찾는 묘안이 제시됐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개헌시안은 19대 국회에서 더 이상 검토되지 못했다. 우 총장은 “내가 중간에서 조정에 나섰지만 확정되지 못했던 개헌안”이라면서 “대통령이 개헌에 강하게 반대하는 분위기였고, 총선이 다가오면서 더 이상 진척이 되지 못했다”고 말했다.

최근 개헌론 부각과 함께 주목할 발언은 19대 국회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의 고문이었던 이재오 늘푸른한국당 창당준비 공동위원장의 주장이다. 이 위원장은 9월 6일 늘푸른한국당 창당발기인 대회에서 “4년 중임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이 당의 주요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날 이 위원장은 4년 중임-분권형 대통령제 외에도 ‘2년 3개월 임기제한 대통령안’까지 제시했다. 이 위원장은 “우리 당의 대선후보는 체제만 만들고 물러나기 위해 2년만 할 것이라고 약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차기 대통령에 한해서 임기를 2년 3개월로 제한하자는 안은 2020년 국회의원(4년 임기) 선거에 맞춰 대통령 선거(개헌 때 4년 임기)가 맞물려 돌아가도록 하려는 시도다. 차기 대통령이 2018년 2월 말 취임 후 5년이 아니라 21대 국회가 개원하는 2020년 6월 초까지만 임기를 맡은 후 개정 헌법에 따라 2020년 21대 국회의원과 새로운 대통령의 임기가 동시에 시작되는 것이다.

정치 현실에서는 실현 여부 불투명 19대 국회 개헌 추진 국회의원 모임의 한 관계자는 “개헌시안은 법이고, 2년 3개월은 정치의 영역”이라면서 “시안을 만들던 당시에는 개헌에 시간적 여유가 있었기 때문에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고 말했다.

2년 3개월 임기제한론은 최근에야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의 발언으로 불이 붙기 시작했다. 김 전 대표는 한 일간지 기자와 만나 “차기 대통령은 임기를 2년 3개월로 줄이고, 내각제 도입을 준비할 사람으로 뽑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의화 전 국회의장 역시 차기 대통령에 한해 임기를 2년 3개월로 줄이는 안을 제안해 왔다. 이 같은 주장은 여당 일각과 야당 일각에서 호응을 얻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분권형 대통령제’와 ‘대통령 4년 중임제’에 더해 여기에다 차기 대통령에 한해 임기를 2년 3개월로 줄이는 ‘칵테일식’ 개헌안은 권력구조 논란을 줄이면서 개헌에 대한 접점을 마련할 수 있는 묘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우윤근 사무총장은 “분권형과 4년 중임, 2년 3개월 임기 제한 등 세 가지는 충분히 조합이 가능하다”면서 “많은 정치인들이 뜻을 같이하고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안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우 총장은 김종인 전 대표의 ‘내각제+2년 3개월 제한’에 대해서 “김 전 대표는 순수 내각제를 주장하고 있어서 결이 좀 다르지만 얼마든지 조정과 접점의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세 조건을 포함한 개헌안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정치 현실에서는 실현 여부가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여야 권력의 중심에서 개헌 자체에 대한 언급을 피하고 있다. 청와대는 여당의 개헌 논의에 대해 급제동을 걸었다. 민주당의 유력한 대선후보인 문재인 전 대표는 개헌에 대해 한 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필요하다면 다음 대선 때 공약하고 국민 지지를 받은 뒤 차기 정부 초반에 추진하는 것이 정당한 절차”라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 측 역시 “권력구조를 바꾸기 위한 원포인트 개헌은 적절하지 않다는 것이 안 전 대표의 입장”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전 대표는 개헌을 정계복귀의 첫 카드로 내밀었지만 개헌의 내용에 대해서는 “앞으로 기회가 많이 있을 것”이라면서 기자들의 질문을 피해나갔다. 여당의 대권주자 측 한 관계자는 개헌 논의를 동상이몽, 중구난방으로 표현하면서 실현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친박 측 한 관계자는 “차기 대선에 출마하는 후보가 개헌을 공약하고 자신의 임기 내에 개헌을 추진하는 것이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개헌 방식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윤호우 선임기자 ho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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