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인] 부패척결·경제개혁 기반 다진 '인니의 오바마'

정재영 2016. 10. 22.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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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임 2주년 맞은 첫 문민 대통령 조코위

인도네시아에서 민주적 선거제도가 도입된 후 첫 문민정부를 이끌고 있는 조코 위도도(55·조코위·사진) 대통령이 20일 취임 2주년을 맞았다. ‘인도네시아의 오바마’로 불리는 그는 2년 전 새 내각을 구성하면서 ‘일하는 내각’(Working Cabinet)을 주문했다. 당시 이례적으로 ‘아스트라 인터내셔널’ ‘고벨 그룹’ 등 주요 대기업의 전·현직 임원이 부처 장관에 오르면서 경제성장과 개혁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부패 척결을 위해 처음으로 장관 후보자를 검증해 부패 의혹이 있는 8명을 새 인물로 교체하기도 했다.

조코위 대통령은 수라카르타 강둑 빈민가에서 목수의 아들로 태어났다. 가구를 판매하다 2005년 수라카르타 시장으로 정계에 입문해 시장을 연임한 뒤 자카르타 주지사를 지내다 대권에 나섰다. 부정부패와 비리로 얼룩진 정치권에 실망한 국민은 정치 엘리트는 아니지만 청렴하고 검소한 이미지의 조코위를 수장으로 택했고, 그로부터 2년이 흘렀다. 하지만 그가 약속한 경제성장과 외국인 투자 확대, 인프라 확충 등의 성과는 아직 미미하다는 평가도 있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19일 지적한 대로 조코위 대통령은 몽상가일 뿐일까, 아니면 신중하게 최적의 개혁 시기를 기다리고 있는 것일까.

조코위 대통령은 취임 초기 국내 산업 경쟁력 강화, 재정적자 개선, 경제성장률 회복 등을 목표로 했다. 식량 자주권 확보, 해양중심국가 건설을 위한 인프라 확충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 막대한 정부 보조금을 삭감해 교육과 기반시설 확충 등에 쓰겠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하지만 여소야대 정국과 기득권 반발, 소속 정당인 투쟁민주당 분열 등이 발목을 잡았다. ‘총선 득표율 25% 이상’이거나 ‘국회 의석 20% 이상’인 정당만 대선 후보를 낼 수 있다는 선거법 규정 탓에 대권에 나서기 위해 핵심 정당과의 연정이 불가피했다. 저유가와 원자재 가격 하락에 따른 경제난까지 겹쳐 취임 당시 75%였던 지지율은 지난해 7월 40%대로 추락했다.

타임은 “인도네시아 천연자원 가격 하락과 수니파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지구촌 테러, 엘니뇨 등 영향으로 전 국토로 확산한 산불 등이 지난 2년 동안 조코위를 괴롭혔다”면서도 “취임 첫해 대중과 소통하기도 버거워했지만 이젠 유튜브에 아들과 장난치는 동영상을 올리는 등 대중과 친밀해졌다”고 밝혔다. 조코위 대통령은 기타 연주가 수준급이다. 주지사 시절 그룹 메탈리카의 싱가포르 공연을 찾아다닐 정도로 헤비메탈을 좋아한다. 메탈리카로부터 선물받은 기타를 법에 따라 부정부패위원회에 헌납한 일화도 유명하다.

그는 외국인 직접투자의 걸림돌인 복잡한 규제를 간소화하는 등 12가지 경제개혁 패키지를 발표해 외국 자본 유치에 적극 나서고 있다. 자카르타 전략국제연구소(CSIS)가 최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그의 지지율은 66.5%까지 회복됐다. 집권 2년을 넘기면서 개혁 메시지와 국가 발전 계획을 잇따라 내놨다. 군부 인사도 적절히 기용하는 등 독자적인 세력을 구축했다는 평가다.

그간 중국, 베트남, 필리핀 등의 불법조업 어선 248척을 폭파해 침몰시켰다. 중국 등의 반발에도 어업권 분쟁에 단호히 대처할 수 있었던 것은 ‘반항아’로 유명한 수시 풋지아스투티(51·여) 해양수산장관의 뚝심도 한몫했다. 거침없는 입담과 문신, 고교 중퇴 및 이혼 경력 등으로 눈길을 끈 풋지아스투티 장관은 인도네시아 영해 등에서 불법조업하다 적발된 외국 선박 수십척에 폭탄을 설치해 폭파하는 ‘퍼포먼스’를 벌이고 이를 TV로 생중계했다. 이런 거침없는 행동에도 조코위 대통령의 의지가 반영됐다는 평가다.

조코위 대통령은 취임 두 달 만에 발표한 5개년 경제목표를 통해 2017년 이후 연 7% 경제성장을 약속했다. 올 상반기 경제성장률은 5.04%이지만 지난해(4.79%)보다는 개선됐다. 올해 실업률도 5.50%로 전년(5.81%)보다 하락했다. 도로와 항만, 전력 등 핵심 인프라 건설도 현재진행형이다. 자카르타 포스트는 “부패 척결과 경제개혁을 약속한 조코위 정부가 이제야 본 궤도에 접어들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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