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 스토리] 회사 위해 머슴처럼 일했는데.. 마지막에 돌아온 건 '팽'
◆법원, “담 회장 등 미술품·고급 외제차 횡령”
21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 수사와 법원 재판을 통해 담 회장 부부의 죄는 상당 부분 확인됐다. 판결문을 보면 담 회장은 회삿돈으로 고급 외제차와 고가의 미술품을 사들였다. 담 회장 등 경영진이 회삿돈으로 사들인 외제 차량은 람보르기니 가야르도, 포르셰 카이엔, 포르셰 카레라 GT, 벤츠 SL 65 등 어지간한 사람들은 타볼 엄두를 못 내는 값비싸 고급 차량이다.
또 담 회장은 미국 화가 프란츠 클라인, 독일의 조각가 안젤름 키퍼의 조각작품 등 유명 예술가의 작품을 회삿돈으로 사들인 뒤 자신의 성북동 자택에 두고 감상했다고 한다.
위장 계열사를 설립해 임직원 급여를 일부 돌려 받는 수법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기도 했다. 이 과정에 조 전 사장도 연루돼 있다는 게 검찰과 법원의 판단이다.
이를 두고 조 전 사장과 오리온 측의 주장은 엇갈린다. 조 전 사장은 “나는 고급 스포츠카를 산 적이 없고 담 회장이 구입한 것”이라며 “회사 측 회유로 나도 모르는 범죄에 대해서 검찰과 법정에서 진술했다”고 주장한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로 밝혀진 것 이상의 방법으로 사장단 급여를 담 회장이 가져갔다”며 “검찰은 오리온 관련 범죄의 일부만 밝혀냈을 뿐이다”고 폭로했다.
오리온 측은 말도 안 되는 주장이라고 반박한다. 오리온 측은 “회사 임원들이 법인 명의 리스 차량을 사적으로 이용한 것이 드러나 법원의 확정판결을 받고 처벌까지 이뤄진 사안“이라며 “(담 회장의 사장단 급여 수령 의혹도) 당시 검찰 조사를 통해 이미 다 밝혀진 내용으로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본인도 모르는 급여계좌는 존재할 수 없다”며 ‘조 전 사장이 헛소리를 하고 있다’는 반응을 보였다.
서울 용산구에 위치한 오리온그룹 본사 전경. |
조 전 사장의 주장이 새로운 수사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
검찰 간부 출신의 한 변호사는 “수사한 지 시일이 오래 지났고 기존의 수사와 재판 내용을 뒤집는 주장이라면 수사기관이 다시 손대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검찰이 재수사에 착수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조 전 사장이 제기하는 의혹의 진위 자체보다는 오리온 사건의 구조적 문제와 사회적 의미에 주목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 기업들의 보편적인 조직생리의 단면을 보여주는 장면이란 점에서다. 조 전 사장은 “회사에는 회장을 위해 목숨을 바치겠다는 사람이 나타난다”며 “회장은 가만 있는데 아래 사람이 상납하는 구조를 만들어 놓고 조직은 그것을 당연시한다”고 지적했다. 오너를 위해 충성을 할 수밖에 없지만 결국 ‘팽’당하는 조직 구조란 것이다. 그는 “나 하나로 끝이 나고 더 이상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는 회사가 됐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며 “회사 후배들을 위해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조 전 사장 외에도 ‘오리온 맨들의 반란’은 현재진행형이다. 심모 전 오리온 사장 등 전직 임원 3명은 올해 광복절을 앞두고 “담 회장의 사면을 결사 반대한다”는 진정서를 청와대와 법무부에 제출했다. 이들은 “담 회장 부부의 사리사욕을 위해 온갖 비자금 조성 등에 직간접적으로 이용만 당하다 검찰과 법원에서 진실을 말했다고 강제퇴직당했다”며 “담 회장 부부는 아직 노출되지 않은 범죄행위가 많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진정서 때문인지는 몰라도 담 회장은 올해 광복절 특별사면에서 제외됐다.
오리온 측은 조 전 사장 등 전직 임원들이 허위 주장을 하고 있다며 법적 대응에 착수했다. 오리온 관계자는 “전직 임원들의 주장은 법원의 판단을 부정하고 사실과 다른 근거 없는 비방”이라며 “이로 인해 회사의 명예가 실추되고 오리온 임직원들이 어렵게 쌓아온 주주 및 소비자와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등 큰 피해를 보고 있어 법적 대응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태영·박현준 기자 hjun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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