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중국 사이의 두테르테, 한국이 배울 것은?

CBS 시사자키 제작팀 2016. 10. 22.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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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중 행보에 나선 두테르테, 중국에서 실리 찾아

- 중국은 남중국해 문제를 화해 모드로 전환하는 데 성공
- 필리핀, 남중국해 중심 아태지역 패권 경쟁의 최전선
- 아시아 태평양 지역 패권 둘러싼 미중 갈등 격화될 수밖에
- 사드 배치로 중국과 긴장 높은 우리도 눈여겨 지켜봐야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10월 21일 (금) 오후 7시 0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김선경 CBS 베이징 특파원

◇ 정관용>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의 친중국 행보가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정세변화로 이어질지 주목되는데요. 베이징 연결합니다. 김선경 특파원?

◆ 김선경> 네, 베이징입니다.

◇ 정관용> 중국과 필리핀이 관계개선에 합의했다구요?

◆ 김선경> 그렇습니다. 중국과 필리핀 양국은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등으로 심각한 갈등을 겪어왔는데 어제 베이징에서 열린 시진핑 주석과 두테르테 대통령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관계 개선과 협력 강화에 합의했습니다.

정상회담에서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겨울이 가까워지는 시기에 베이징에 왔지만 양국 관계는 봄날"이라고 양국관계에 대한 기대를 나타냈고, 이에 대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양국은 바다를 사이에 둔 이웃 국가로 양국민은 형제"라고 친밀감을 표했습니다. 주고받은 말만 놓고 보면 신 밀월시대를 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것 같습니다.

◇ 정관용> 중국이 필리핀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 김선경> 우선 필리핀과 남중국해를 둘러싼 갈등을 진정시키는 게 급선무기 때문입니다. 피봇 투 아시아, 아시아 중시정책을 펴고 있는 미국은 필리핀을 앞세워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해 왔습니다. 2011년 사실상 국제 상설중재재판소에 소송을 제기하도록 했고 또 올해 중국의 패소를 이끌어 내면서 중국을 압박하고 있고 또 항행의 자유를 내세우며 남중국해 영유권 분쟁 해역에서 미국은 필리핀과 합동 순찰을 벌여왔습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남중국해 판결을 인정하지 않겠다며 문제는 당사국간에 해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는데 중국은 이번 두테르테 방중을 계기로 가장 핵심이었던 필리핀과의 남중국해 문제를 긴장모드에서 완연한 화해 모드로 전환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일단 남중국해 영유권 국제중재 판결을 입막음하면서 향후 남중국해 분쟁에서 현상 유지가 가능한 실익을 챙겼습니다.

◇ 정관용> 필리핀이 남중국해 문제에서 중국에 화해의 제스처를 보이는 까닭은 무엇입니까?


◆ 김선경> 필리핀은 미국이나 중국에 있어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인데 한가지 예를 들면 중국은 남부 하이난(海南) 섬에 최근 핵무기 탑재 잠수함을 배치했습니다. 이 핵잠수함이 미국 본토에 대한 선제공격 혹은 보복 핵 공격을 하기 위해선 반드시 남중국해를 지나 서태평양으로 진출해야 하는데 중국 잠수함의 최적 이동 경로는 대만과 필리핀 사이의 루손 해협입니다.

필리핀과 미국은 지난 2014년 24년 만에 미군의 필리핀 재주둔에 합의했는데 역시 중국을 봉쇄하기 위한 것이고 필리핀의 전략적 중요성을 알 수 있는 것인데 상황이 이렇다보니 필리핀은 사실상 현재 남중국해를 둘러싸고 벌어지고 있는 아태지역 패권 경쟁의 최전선에 서고 있습니다. 필리핀으로서는 우선 중국과의 남중국해 갈등수위를 낮춰서 이런 상황을 완화하려는 전략적 고려가 있는 듯합니다.

◇ 정관용>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예 미국과 거리를 두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
실제 그렇게 진행이 될까요?

◆ 김선경> 표면적으로는 두테르테 대통령이 벌이고 있는 마약과의 전쟁과 관련해 미국은 인권문제를 거론하며 비판에 나서면서 사이가 갈라지고 있는 모습인데 사실 두테르테 대통령의 행보는 필리핀 내 반미감정에 힘입은 실용주의 노선으로 보는 시각이 많습니다.

친미 일변도이던 베니그노 아키노 대통령 시절 시작된 남중국해 분쟁, 그 이전으로 상황을 돌려, 각종 잃어버린 기회를 되찾자는 의도가 깔려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고, 다만 필리핀이 마냥 친중 일변도를 걷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필리핀 안보의 높은 미국 의존도나 미국에 익숙한 국민 정서 등을 고려할 때 두테르테가 미국과의 기존 협정을 만지작거릴 수는 있겠지만, 미국과의 동맹을 크게 훼손하지는 못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습니다. 미국으로부터의 분리를 선언하는 등 두테르테 대통령의 잇단 강경 반미 발언은 이번 방중 성과를 극대화하려는 계산에서 나온 것일 수 있다는 분석도 있습니다.

◇ 정관용> 필리핀이 중국에 접근하는 이유 중에는 경제적인 측면도 작용하겠죠?

◆ 김선경> 그렇습니다. 세계경제가 다 어렵긴 하지만 필리핀은 타격이 더 심합니다. 필리핀 경제는 해외에 나가 일하는 필리핀 사람이 본국에 송금하는 자금에 상당부분 의지하는데 현재 해외에서 일하는 필리핀인은 1000만 명이 넘고, 이들이 집으로 보내는 돈은 필리핀 경제의 10%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지역에서 일자리를 구한 필리핀 사람이 많은데 2014년의 경우 140만 명이 해외로 일자리를 구하러 떠났고 이 가운데 100만 명이 중동에 자리를 잡았을 정도입니다. 그런데 유가하락으로 중동경기가 악화되면서 직격탄을 맞았고 또 전 세계 선원 150만명 가운데 4분의 1을 필리핀 사람들이 차지하고 있는데 상선과 여객선 부문에서 고용이 줄면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습니다.

이주노동자로부터 유입되는 자금은 줄고 있고 설상가상으로 두테르테가 마약과의 전쟁을 벌이면서 불안감을 느낀 외국 투자자들이 발을 빼고 있습니다. 수출은 17개월 연속 하락했고 두테르테 취임 이후, 필리핀 페소화는 7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필리핀 주가는 5.6% 하락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필리핀으로서는 중국의 경제적 도움이 절실한 건 사실입니다.

◇ 정관용> 그렇군요. 이번 방중에서 경제적인 이득은 조금 챙겼습니까?

◆ 김선경> 중국의 ‘통 큰’ 지원을 약속받았습니다. 양국은 필리핀 고속철 사업을 비롯한 기초시설과 에너지, 마약퇴치, 농업분야 등 13건의 협정문에 서명했고 이번 두테르테 방중을 계기로 양국은 135억 달러, 약 15조 2천억원 규모의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중국은 또 필리핀의 열대과일 수입 제한조치를 해제하고 유커들의 필리핀 관광 자제령도 풀었습니다.

◇ 정관용> 미국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텐데, 미국과 중국의 아태지역 패권경쟁은 더 치열해지지 않겠습니까?

◆ 김선경> 그렇습니다. 필리핀에 대한 중국의 구애는 미국 포위망을 뚫기 위한 동남아시아 지역으로의 세력 확대 차원의 일환인데 시진핑 주석은 지난주 방글라데시와 캄보디아를 방문해 수백억 달러 규모의 선물 보따리를 풀며 동맹 다지기에 나섰고 또 경쟁 관계인 인도와도 전략적 파트너십을 강화하기로 하는 등 동남아시아 지역에 울타리를 튼튼히 쌓고 있습니다.

이번에 필리핀까지 우군으로 확보하면서 중국의 세력 확대는 가속화할 전망인데, 중국은 우선 미군의 필리핀 팔라완 섬 공군기지 사용을 중단시키는 것을 일차적인 목표로 삼고 힘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필리핀을 거점으로 남중국해에서 중국의 군사적 패권 확장을 저지한다는 미국의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당연히 아시아·태평양 지역 패권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격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사드배치 문제로 한중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한 상황인데 우리도 눈여겨 지켜봐야할 상황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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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 시사자키 제작팀] woo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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