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家 애널, '악재' 알아도 못쓴다.. "'김영란법' 적용해야"

2016. 10. 22. 0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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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이은지 기자] “증권사 리포트를 믿지 못하겠다고는 하지만, 개미(개인투자자)들에게는 투자정보를 얻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라고 할 수 있습니다.”

7년째 주식투자를 하고 있는 A씨는 “개미 투자자들이 증권사 리포트에 매번 속으면서도 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기업탐방 등 기업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창구는 애널리스트와 기관 등으로 제한돼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애널리스트는 사명감을 가져야 할 직업”이지만, ‘소신 리포트’는 어디 가고 장밋빛 전망 일색인 리포트에 ‘그 나물에 그 밥’인 베끼기 리포트가 난무하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

▶‘악재’ 알 수도 없고, 알아도 ‘못쓴다’= “베낄 수밖에 없어요”

10년 넘게 애널리스트로 증권계에 몸담은 한 관계자는 요즘 애널리스트 업계 현실에 대해 이렇게 토로한다.

“첫째는 실력이 없어서, 둘째는 정보를 알더라도 쓸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이제 갓 대학 졸업하고 ‘회사원’으로 들어가서 1~2년 정도 교육을 받으면 자격증이 나오고 공식적으로 리포트를 낼 수 있는 애널리스트가 돼요. 말이 교육이지 복사만 하다가 덜컥 애널리스트가 되는 거에요. 자기가 맡은 종목에 대한 관점도 없고 아는 것도 없는 상태에서 기업 탐방을 가도 네트워크가 부족하죠. 미공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것도 아니에요. 결국, 리포트 짜깁기를 할 수밖에 없는 거죠.”

최근 증권회사 인력이 대폭 축소된 것도 부실 리포트ㆍ베끼기 리포트 양산 원인으로 꼽았다.

“업무가 집중되면서 공부할 시간이 없어진 거죠. 제대로 실력이 쌓일 수 있는 환경이 조성이 안 되니까 베끼는 거에요. 그래서 기업 홍보(IR) 자료랑 똑같은 리포트도 나오는 겁니다.”

애널리스트도 할 말은 있다.

현재 한 증권회사에 근무하는 애널리스트는 “기업탐방을 가도 우리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예상 실적 정도”라며 “미공개 정보 접근이나 유출이 더 민감해졌기 때문에 우리도 악재를 알 수도, 분석해 내기도 어렵다”고 해명했다.

설사, 악재를 알더라도 쓸 수 없는 환경이기도 하다.

“악재도 미공개 정보 중 하나인데, 미리 알고 리포트에 썼다면 미공개 정보 활용으로 벌써 쇠고랑 찼을 겁니다.” 또 다른 애널리스트의 항변이다.

기업탐방에서 얻은 공개정보로도 ‘소신 리포트’를 쓰기란 어렵다.

“실적발표 전에 기업탐방을 가면, 시장기대치(컨센서스) 대비 영업이익이 얼마인지 유추해 볼 수 있지만 부정적으로 쓰면 항의가 들어올 게 뻔하다”며 “매도를 쓰는 순간 기업탐방부터 애널리스트 평가에서도 밀리기 때문에 나름의 고충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올해 초 교보증권에서 하나투어 ‘매도’ 보고서가 나오자 하나투어측에서 기업탐방을 거부해 ‘갑질’ 논란이 일기도 했다.

알아도 쓸 수 없는 고충에 시달리고 있는 셈이다. 이 애널리스트는 “다른 애널리스트들이 어떻게 쓰나 눈치를 보다가 어느 정도 비슷한 맥락으로 글을 맞추게 된다”며 “정보를 알아도 몰라도 결국 베낄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결국 베끼기 리포트에 개미 투자자들만 속고 또 속는 악순환만 반복된다.

▶개미도 죽어나고 애널도 나름대로 고충 시달려… 대안 없나= ‘갑’에 휘둘리는 애널, 이에 치이는 을 중의 을 개미….

‘매도’ 리포트가 실종된 증권가 리포트의 대안은 없는 걸까.

한 증권사 리서치팀 관계자는 “‘김영란 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한다.

“애널리스트와 기업은 갑을 관계이자 뼈 깊은 유착관계”라며 “기업의 심기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리포트를 써주고 기업들과의 관계를 돈독히 해 기업탐방 등에서 특혜를 받기도 하는데, 이것도 부정청탁이라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공직자와 언론인에게 적용되고 있는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김영란 법)‘을 적용해 애널리스트와 기업의 유착관계를 끊어햐 한다는 해법이다.

또, 애널리스트를 증권사에서 분리시켜 독립적인 개체로 활동하도록 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이에 한 관계자는 “애널리스트도 결국엔 회사원“이라며 “회사와 기업간에 얽혀 있는 이해관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고 말한다. 때문에 리서치 부서를 증권사 내에서 분리시켜 독립적으로 운용하는 대안이 나오고 있다.

또 다른 해법으로는 ‘단계별 정보제공’을 꼽았다.

“미국 같은 경우는 거래 고객 등급에 따라 열람할 수 있는 리포트가 등급별로 차등화돼 있다”며 “등급별로 그 가격에 맞는 일정한 대가를 지불하고 정보를 열람하기 때문에 애널리스트들도 당당하게 소신리포트를 쓸 수 있고 정보 공개도 투명하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증권사 리포트가 부실한 데는 “모든 정보가 무료”인 것도 한몫한다는 설명이다. “모든 콘텐츠가 무료면 정보 자체의 질은 떨어질 수밖에 없고 애널리스트들도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없죠. 실제로 애널리스트들도 사람들이 증권사 리포트를 신뢰하지 않고 보지도 않는다는 걸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어요.” 요즘 증권사 리포트가 1~2페이지 설명에 나머지 페이지는 도표나 그래프로 도배되는 이유다.

이에 한 증권사 관계자는 “소신리포트를 요구하고 애널리스트를 비난하기 이전에 외부 압력으로부터 그들의 독립적인 위치를 확보해줘야 한다”며 “증권사 리포트에 담을 수 있는 정보를 차등화해 암거래는 막고 모두가 정당한 대가를 주고 정보를 얻게 하는 정보제공 체계의 체질 개선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leunj@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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