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와 만납시다] '제왕절개' 이야기..다섯 엄마는 이렇게 느꼈습니다

김동환 2016. 10. 22.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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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왕절개. 산모 복부와 자궁을 절개한 뒤 태아를 분만하는 수술법입니다. 가로절개와 세로절개 중 선택합니다. 가로절개가 미용 면에서 유리하나, 응급수술이나 큰 절개가 필요할 때는 배꼽 아래에서 치골 위까지 세로로 절개하기도 합니다. 분만 후에는 자궁을 봉합하고 복막과 근막, 피하지방과 피부를 역순 봉합하는 식으로 수술을 마무리하죠.

우리나라 최초로 제왕절개 수술이 언제 시행됐는지 알고 계신가요? 바로 1909년. 장소는 대구 동산의료원(現 계명대학교 동산병원)입니다. 초대원장 존슨 박사가 부인의 도움을 받아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했습니다. 수술 덕분에 산모와 아기가 목숨을 건졌다는 내용이 동산병원의 ‘제왕절개 100년사’에도 수록됐습니다.

다섯 분을 만났습니다. 제왕절개 경험이 있는 엄마들입니다. 이들은 수술을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더불어 임신 중인 분들에게도 한마디씩 남겼습니다. 이 기사가 제왕절개 경험자, 예비 산모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아래부터는 보내주신 글을 최대한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1인칭으로 재구성하였습니다.

◆ 문인정, 만 34세

2009년 4월28일과 이듬해 10월13일. 총 두 번에 걸쳐 제왕절개 수술을 했어요. 첫 아이 때는 예정일보다 보름 정도 일찍 양수가 터져서 병원에 갔는데, 촉진제를 맞아도 아이가 내려오지 않아 수술했습니다.

양수가 터지면 24시간 이내에 출산해야 하는데, 기미가 보이지 않아 병원에서 제왕절개를 권유했어요. 자연분만 하고 싶었지만 수술을 하게 되어 안타까웠습니다. 둘째 아이 때는 첫 아이 수술 후 2년이 채 되지 않은 터라 날짜를 잡고 제왕절개를 했어요.

수술을 앞두고 비용도 걱정이 됐지만 무엇보다 모유수유가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어요. 회복속도도 느리다고 해서 무척 속상했습니다. 자연분만 아쉬움이 매우 컸어요. 자연분만보다 회복이 더뎌 앉아있기 힘든 탓에 모유수유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요. 아픔 때문에 산후우울증도 더 심했던 것 같습니다.

주위 분들은 자연분만을 원하셨어요. 제가 모유가 제대로 나오지 않아 수유를 한 달 정도 밖에 못해 많이 안타까워하셨죠.

첫 아이 때는 두 달 정도 회복기간이 소요됐는데, 둘째 때는 아이가 100일이 될 때까지 수술부위가 아프고 힘들었어요. 제 몸도 아팠지만, 아이를 안은 채 앉는 게 힘들어 모유수유를 제대로 못 했다는 사실이 미안했어요. 엄마와 할머니께서 빠른 회복을 위해 좋은 음식도 많이 만들어주시고, 아이들도 대신 돌봐주셨어요. 두 분이 아니었다면 많이 힘들었을 거예요.

준아, 석아. 엄마가 수술하는 바람에 낳자마자 안아주지 못한 게 가장 미안해. 처음 세상에 나와 무섭고 두려워서 우는 너희를 마취가 깬 후에도 마음껏 안아주지 못했어. 모유도 제대로 못 줬고. 너희가 아플 때마다 엄마가 수술해서 그런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어. 그래도 씩씩하게 자라줘서 정말 고맙고 엄마가 정말 많이 사랑해.

어떤 엄마도 제왕절개를 원하지는 않을 거예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겠죠. 자연분만이 아니어서 회복도 더디고 모유수유 걱정도 하실 거예요. 하지만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은 다 똑같잖아요. 미안함은 모두 잊고 아이를 위하는 마음만으로 양육에 전념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자연분만이든 제왕절개든 힘들고 어려운 출산을 하는 엄마들은 모두 위대합니다.

◆ K씨, 만 30세

지난 6월28일에 아이를 낳았어요. 두 번째 제왕절개 수술이었지요. 첫째도 수술을 했어요. 유도분만을 했지만 잘 되지 않았죠. 둘째 아이 때는 자연스럽게 수술 이야기가 나왔어요.

첫째 때는 유도분만 후 수술을 한 경우라 진통이 심했는데요. 둘째 때는 진통 없이 수술만 하는 거라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좀 있었어요. 마취에서 깨면 아프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거든요. 다행히 두 아이 잘 태어나서 자연분만 하지 못한 아쉬움은 그렇게 크지 않아요.

요즘은 (제왕절개를) 원해서 수술을 많이 하는 편이고, 개인적으로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크게 신경 쓰는 편이 아니었기에 주위 시선에 개의치 않았던 것 같아요.

회복기간은 일주일이었어요. 첫째와 다르게 확실히 회복기간이 더 길더라고요. 수술 부위 때문에 혼자서는 일어날 수도 없었고, 걷는 것도 힘들었어요. 수술 3일째 되던 날에는 ‘못 걸으면 어떡하지’라는 생각에 너무 힘들어 울어버렸어요.

수술 후 회복하는 동안 시댁 식구들과 남편이 많이 고생하고 도와주셨어요. 큰 아이도 봐주시고요. 남편은 제가 입원한 동안 함께 있으면서 손과 발이 되어줬어요.

누구나 엄마라면 내 힘으로 낳아 안고픈 생각을 할 거예요. 하지만 수술을 한다고 한 아이의 엄마가 아니진 않아요. 시대가 바뀌고 (제왕절개) 인식도 변해가는데, 수술을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을지는 잘 모르겠어요.

아이에게 고마워요. 엄마, 아빠에게 건강하게 잘 와줘서 고마워요. 앞으로 커가면서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아이들, 웃음 많은 아이들로 클 수 있게 노력할게요. 사랑한다, 아들 딸.

 
지난 1909년. 대구 동산의료원(現 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초대원장 존슨 박사(사진에서 맨 왼쪽)가 우리나라 최초로 제왕절개 수술을 시행했다. 동산병원의 '제왕절개 100년사'에도 이 같은 내용이 수록됐다. / 사진=계명대학교 동산병원 제공




◆ 송모씨, 만 35세

2012년과 2015년, 두 번에 걸쳐서 제왕절개 수술을 했어요. 첫째 때는 양수가 세는 바람에 유도분만을 했는데, 아이는 내려오지 않고 응급상태가 두 번이나 와서 수술하게 되었어요. 둘째 때는 ‘브이백(VBAC·제왕절개한 산모가 자연분만으로 아기 낳는 것)’이 위험하다는 말에 수술을 선택했죠.

첫째 때는 수술을 갑자기 하게 되어 비용이 부담되긴 했어요. 하지만 둘째 때는 이미 아는 터라 별로 걱정하지 않았어요. 그래도 자연분만 하지 못한 게 많이 아쉽긴 해요. 주위에서 “어쩌다가 수술을 했냐”면서 “수술해서 편하겠다”는 말을 들은 적 있어요.

회복까지는 2일 정도 걸렸어요. 아예 통증이 사라지기까지는 일주일 정도? 배가 자꾸 당기고 쿡쿡 찌르는 것 같아서 잘 웃을 수도 없었어요. 소변줄 빼기 전까지 남편, 엄마의 도움이 없이는 정말 힘들었어요. 24시간 내내 옆에 계셨죠.

아이들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자연분만이 산모나 아이에게 가장 좋겠지만, 수술했다고 문제 되는 건 없어요. 각자 사정에 따라 선택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 윤지영, 만 32세

2014년 10월27일에 제왕절개를 했어요. 첫 아이는 자연분만이었지만, 아이를 낳을 당시 골반이 작은 편이어서 애를 먹었죠. 아기도 크고 또 같은 일이 생길까 두려워 수술을 결정했어요.

수술실 들어갈 때 무서웠죠.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배에 ‘지렁이’처럼 생긴 자국이 남아 있어요. 비가 올 때는 아프고 쑤시고 가렵기도 해요.

주위 시선은 반반이었어요. 자연분만이 고통이 심했던 분들은 수술을 말씀하셨지만, 또 제 선택이라고 하시는 분들도 계셨고요. 머뭇거렸죠.

회복이 엄청 더뎠어요. 예정된 기간보다 더 오래 조리원에 머물렀죠. 체력이 따라주지 않았어요. 다행히 가족들이 몸조리와 큰 아이 돌보는 걸 도와주셔서 힘이 되었어요.

수술 후 진짜 자연분만이 더 좋은 건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개인에 따라 어쩔 수 없으면 수술을 선택하겠지만…저는 자연분만을 추천해요.

◆ 이모씨, 만 32세

2010년과 2013년 그리고 2015년. 이렇게 총 세 번에 걸쳐서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어요.

제가 수술받으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죠. 큰 아이 때는 제 골반보다 머리가 커서 수술해야 한다는 말을 들었어요. 둘째와 셋째 때는 브이백 위험이 너무 크다는 말에 수술을 결정했고요.

수술비용은 늘 부담이었어요. 둘째 때는 괜찮았지만, 셋째 때는 마취를 세 번이나 하게 되는 거라 좀 걱정했어요.

제가 켈로이드(keloid) 피부여서 흉터가 커요. 자주 아프고요. 자연분만이 좋다는 것을 깨달았죠. 주위에서도 제왕절개를 한다는 소식에 “힘들겠다”는 말을 많이 했어요.

회복기간요? 첫째 때는 사흘을 누워만 있었어요. 하지만 셋째 때는 하반신 마취만 해서 그런지 회복이 빨랐어요. 둘째와 셋째를 낳을수록 회복기간이 점점 짧아졌어요. 일어나는 게 힘들었고, 훗배앓이가 있었죠.

병원에 있는 동안 가족들이 돌아가면서 많이 도와주셨어요.

아이들은 제 생명이에요. 만약 임신부의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제왕절개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아요. 단, 본인의 피부가 켈로이드인지 알아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 켈로이드는 피부 손상 후 발생하는 상처 치유과정에서 비정상적으로 섬유조직이 밀집 성장하는 질환. 본래 상처나 염증 발생부위 크기를 넘어서 주변으로 확산하는 성질이 있다. 가렵고 따가운 증상이 동반되며, 미용상 콤플렉스를 유발한다. 부위에 따라 관절 운동을 방해하는 등 기능 측면에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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