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화시장 침수 부른 혁신도시 부실 저류지..LH 자료로 확인"
LH 해명자료 분석한 전문가 "저류지 부실·부족이 '물 병목현상' 불러"
(울산=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 태풍 '차바'로 집중호우가 쏟아졌을 당시 울산혁신도시 저류지가 부실해 태화시장의 침수피해를 키운 것으로 확인됐다.
울산혁신도시는 태화시장 위쪽 함월산 중턱을 깎아 조성했는데, 시행·시공사인 LH가 저류지를 부실하게 조성해 집중호우 때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저류지가 제 기능을 못한 사실은 울산혁신도시를 시행·시공한 LH가 태풍 후인 지난 17일 언론사에 배포한 태화시장 침수피해 해명자료에서 드러났다.
LH는 자료에서 태풍 강우 당시 혁신도시를 통과해 태화시장 쪽으로 흐르는 유곡천과 유곡천 왼쪽 상부의 저류지 모습을 촬영한 사진을 첨부했다.
그러면서 사진에 대해 '강우 당일 하류로 흘러가는 물을 일시적으로 저장해 본래 역할을 한 것으로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사진을 검토한 울산대학교 조홍제(건설환경공학부) 교수는 "태풍 당시 시간당 강우가 124㎜로 울산시 기준 500년 빈도를 상회할 만큼 많은 비가 내렸는데도 저류지에 물이 가득 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조 교수는 "저류지는 비가 많이 올 때 물을 저장해 하천 유출량을 줄이고, 유속을 늦추는 기능을 해야 하는데 저류지에 빗물이 가득하지 않은 것은 제 기능을 하지 못했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또 "저류지의 빗물이 유곡천으로 뿜어져 나오면서 하류의 유속이 빨라지고 수량도 더 많아진 것을 당시 사진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저류지 부실 시공과 함께 LH가 저류지를 적게 조성해 침수피해를 키운 것이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LH가 보도자료와 함께 첨부한 '울산혁신도시 개발 후 배수펌프장 및 배수유역도'를 보면 혁신도시 조성 후 5개 배수유역(빗물이 흘러드는 주변 지역)이 태화시장으로 몰린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5개 배수유역 중 저류지가 있는 곳은 유곡천, 우교천, 복산천 등 3곳밖에 없다.
유곡천과 우교천 사이에 배수유역이 2곳이나 있지만 저류지는 없다.
이에 대해 LH는 2005년 작성한 재해영향저감방안 평가 보고서에 따라 배수유역 2곳에 저류지를 만들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이 평가 보고서는 혁신도시 개발 전과 후 우수가 배수관로에 모여 태화시장을 지나 태화강에 도달하는 시간이 같거나 오히려 느려진다는 분석을 내놨다.
혁신도시 개발로 산과 밭의 평탄화 작업이 이뤄졌기 때문에 빗물이 하류로 유출되는 시간이 개발 전·후가 같거나 오히려 늦어져 저류지를 추가로 조성할 필요가 없다는 해명이다.
이에 대해 조 교수는 "산과 밭을 깎아내고 땅 표면에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등을 깔아 혁신도시를 조성했는데 우수 유출이 같거나 느려진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며 "도시 개발로 빗물이 땅에 흡수되지 않고, 콘크리트 배수관으로 집중되면서 훨씬 더 빨리 하부로 흐른다는 것은 상식"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결국 저류지 부족으로 빗물이 한꺼번에 저지대로 몰리고, 태화강으로 미처 빠져나가지 못하면서 태화시장에 '물 병목 현상'이 일어난 것"이라며 "혁신도시 하부 도시의 홍수대책을 전면 재수립해야 한다"고 말했다.
LH 관계자는 "유곡천 옆 저류지는 태풍 강우 당시 어느 정도 기능을 했다"며 "재해영향평가 용역을 기준해 혁신도시에 홍수대비용 영구 저류지를 조성했다"고 밝혔다.
leeyo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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