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미르 사무부총장이 '최순실 카페' 이사..문어발 비선 드러났다

정제혁·유희곤·박광연 기자 입력 2016. 10. 2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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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김성현 사무부총장, 최순실-차은택 ‘미르재단 연결고리’로 확인
ㆍ논현동 카페에 ‘지휘 사령부’ 차리고 2개 재단 은밀한 사업 추진

최순실씨(60)가 최근까지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테스타로싸’라는 고급 카페를 운영한 사실이 21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확인됨에 따라 그동안 베일에 가려 있던 최씨 ‘비선 라인’의 실체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배후에 최씨가 있고, 두 재단 사업과 최씨의 ‘개인 비즈니스’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는 의혹 역시 경향신문의 잇단 특종 보도를 통해 사실로 확인되고 있다.

■실체 드러낸 ‘최순실 라인’

최씨가 지난 8월까지 논현동에서 운영한 고급 카페 ‘테스타로싸’는 ㅈ사 소유로 돼 있다. 경향신문이 이 회사의 법인등기부등본을 분석한 결과 김성현씨(43)가 지난해 4월까지 이사로 재직한 사실이 확인됐다. 김씨가 지난해 10월24일 논현동 미르재단 사무실 임대차계약을 맺은 인물과 동일인이라는 사실도 확인됐다. 김씨는 미르재단 사무부총장으로 불리기도 했다. 김씨를 통해 최씨와 미르재단 간 ‘연결고리’가 확인된 것이다. 최씨가 미르재단 배후에 있는 정황은 여러 번 나왔지만 둘을 잇는 구체적인 고리가 ‘물증’으로 확인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는 현 정부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CF감독 차은택씨와 ‘형·동생 하는 사이’로 알려져 있다. 김씨는 차씨가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광고회사 모스코스 이사를 지냈고, 차씨 측근 김홍탁씨가 대표로 있는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커뮤니케이션(인터PG)의 현 이사 중 한 명이다. 김씨를 통해 ‘최순실-차은택-김성현’으로 이어지는 ‘비선 라인’의 한 축이 드러난 것이다. 최씨와 차씨가 인적으로 엮여 있음을 보여주는 구체적 증거가 확인된 것 역시 이번이 처음이다.

앞서 최씨가 독일에 페이퍼컴퍼니 ‘비덱(Widec)’을, 한국·독일에 유사한 형태의 회사 더블루K를 설립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최씨와 K스포츠재단이 ‘사업 관계’로 밀접하게 연결돼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상태다. 여기에다 최씨가 운영했던 고급 카페 ‘테스타로싸’의 존재를 통해 퍼즐의 남은 한 조각이 맞춰지면서 최씨와 미르재단, 최씨와 차씨, 최씨와 K스포츠재단 등 최씨를 정점으로 어지럽게 연결된 관계망의 전모가 실체를 드러낸 것이다.

■미르·K재단은 최씨 놀이터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이 최씨의 ‘놀이터’이자 최씨 ‘비선 라인’의 이권사업이라는 정황은 더욱 뚜렷해졌다. 미르재단에는 최씨를 등에 업은 차씨 인맥이 주로 관여했다. 최씨는 이사 선임 등 재단 운영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사실이 확인됐다. 미르재단과 직간접적으로 관련된 정부의 각종 문화사업을 차씨의 광고계 인맥이 독식한 사실도 드러난 상태다.

이와 달리 K스포츠재단의 경우 최씨가 직접 이권을 챙기려 한 정황이 짙다. 이 재단은 설립 직후인 지난 1월 ‘비인기 종목 유망주 육성’을 명분으로 한 재벌그룹에 80억원을 투자하라고 제안하면서 독일 소재 스포츠 컨설팅 회사인 비덱이 사업을 주관할 것이라고 했다. 비덱은 최씨 모녀가 100%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대기업 자금이 K스포츠재단을 거쳐 최씨 모녀 소유의 비덱으로 넘어가는 ‘비즈니스 모델’이었던 셈이다.

최씨가 K스포츠재단 설립 전날인 1월12일 한국에 관련 업체인 더블루K를 설립하고 2월 말 이 회사의 독일 법인을 설립한 것도 이 재단을 사업도구로 활용하려 한 구체적 정황이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이권과 관계망의 정점에 있는 최씨는 논현동 ‘테스타로싸’를 사업의 ‘컨트롤타워’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이곳은 두 재단 사무실과 인접해 있고, 차씨 인맥이 운영하는 광고회사들과도 가깝다. 최씨는 이곳에서 ‘비선 실세’인 자신에게 줄을 대려는 정·재계 실력자들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타로싸’는 최씨가 자신의 존재를 감춘 채 은밀하게 음성적·양성적 사업을 벌인 총본산인 셈이다.

■또 추가된 최씨 차명회사

‘테스타로싸’를 운영한 ㅈ사는 2014년 11월14일 설립됐다. 최씨의 차명회사로 추정되는 이 회사는 설립 한 달 뒤인 12월 오스트리아 식품회사인 ‘Wedl & Hofmann’과 프랜차이즈 커피 브랜드인 ‘테스타로싸 카페바’ 판권계약을 체결했다. 당시 기업 소개에는 “아시아 지역 최초로 테스타로싸 커피 판권계약을 따냈다”고 돼 있다. 이와 동시에 ㅈ사는 논현동에 ‘테스타로싸 커피바’라는 커피전문점을 열었다. 최씨가 ‘컨트롤타워’로 삼은 바로 그 고급 카페다.

경향신문이 ㅈ사의 법인등기부등본을 살펴본 결과 이 회사는 서울 강남구 논현동에 있는 것으로 돼 있다. 그러나 경향신문이 이날 이 사무실 주소지를 방문해보니 다른 업체 사무실이 입주해 있었다. 이 업체 관계자는 “이곳에 입주한 지 6개월이 좀 넘었다”고 했다. 유명 커피 프랜차이즈 판권을 갖고 논현동에 커피전문점까지 내 운영하던 업체가 무슨 이유에선지 6개월 전 돌연 종적을 감춘 것이다.

ㅈ사가 운영한 논현동 ‘테스타로싸’도 지난 8월 말 영업을 중지했다.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8월에 카페가 나가고 새로운 세입자가 들어왔다”고 했다. 이 건물의 현 시세는 40억원 안팎이라고 한다. 이 건물의 등기부등본상 소유주는 ㄱ씨(60)로 돼 있다.

경향신문이 수소문해보니 ㄱ씨는 인천 논현동의 한 아파트에 살고 있었다. 이 아파트의 시세는 3억원 안팎이고 소유주는 ㄱ씨로 돼 있다. 아파트에는 3억3000만원의 근저당이 설정된 상태다. 서울 강남에 40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한 자산가가 인천에서 근저당이 설정된 아파트에 살고 있는 것이다. ㄱ씨는 이날 자택으로 찾아간 경향신문 기자가 “테스타로싸를 최순실씨가 운영한 것을 아느냐. 최씨가 그 건물의 차명소유주 아니냐”고 묻자 “테스타로싸는 나갔다. 나는 최순실이라는 사람 얼굴도 모른다. 건물은 내 거다”라고 말했다.

<정제혁·유희곤·박광연 기자 jhju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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