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역사' 남기기 싫다" 소멸하는 SNS에 열광하는 사람들

김유진 기자 2016. 10. 22. 03:1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20~30대 사이 가장 인기많은 SNS 인스타그램, 8월 출시한 '스토리' 인기.."24시간 내 소멸하는 기록"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20~30대 사이 가장 인기많은 SNS 인스타그램, 8월 출시한 '스토리' 인기…"24시간 내 소멸하는 기록"]

# 직장인 최모씨(26)는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이 지난 8월 출시한 신기능에 푹 빠졌다. 영상을 올리면 24시간만 유지되는, 그 이후에 기록이 남지않고 사라지는 콘텐츠 '스토리'다. 맛집에 가서 짧은 동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하고, 이 날 하루 동안의 기분을 잠시 올렸다가 지우기도 한다.

최씨는 이 새로운 기능이 가진 소멸의 미학에 주목했다. 과거 싸이월드 미니홈피에 쓴 글은 수 년이 지난 뒤 흑역사가 되어 떠오르곤 했었다.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도 마찬가지. 한 번 올린 뒤 일부러 찾아 지우지 않으면 남들이 자신의 오랜 기록을 쉽게 읽을 수 있는 구조였다.

그는 "새로 생긴 남자친구가 옛 기록을 보고 전 남자친구를 찾아낸 뒤에 페이스북 계정을 전부 닫았다"며 "아무리 'SNS가 인생의 낭비'라고들 하지만, 소통하고 싶은 욕구가 있는데 이 신기능은 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SNS가 점차 가벼워지고 있다. 텍스트에서 사진으로, 사진에서 영상으로. 데이터는 점차 더 많이 잡아먹어 몸무게는 무거워졌지만, 게시물이 담는 콘텐츠의 내용과 감성은 날이 갈수록 중량을 덜어내고 있다. 저장용이 아닌 소비용으로 SNS 사용 문화가 점차 바뀌고 있는 것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instagram)'에서 지난 8월 출시한 신기능 '스토리'. 왼쪽 위 빨간색 박스에 표시된 것처럼 게시물을 게재하면 24시간이 지난 뒤 자동으로 사라진다. 친구들이 올린 스토리 게시물은 직육면체 박스처럼 옆으로 넘기며 확인할 수 있다. /사진=인스타그램 공식 게시물

SNS 열혈 이용자 김모씨(28)는 "확실히 지금의 20~30대는 SNS는 5년 전쯤 이용자들이 트위터에서 페이스북으로 넘어왔듯 최근 페이스북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완전히 갈아탄 모양새"라며 "감정이나 생각을 담은 깊은 콘텐츠보다 한 컷의 사진, 더 나아가 가볍게 '현황'을 보여주는 동영상 콘텐츠 등으로 선호도가 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인스타그램의 이 신기능에는 '좋아요'와 댓글을 달 수 있는 창구기 없다는 것이 특징이다. SNS에 무언가를 올리고 싶어도 타인의 게시물에 달리는 관심과 자신이 받는 관심을 비교하며 골머리를 앓아야 했던 그동안의 SNS와는 확연히 달라진 것이다.

김씨는 "아직 주변에서 이 기능을 많이 사용하지는 않고, 주로 외국인들이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이 신기능이 미국 등 서양에서 높은 인기를 이미 입증한 '스냅챗(snapchat)'의 게시물 24시간 게재 형식과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SNS의 변화가 사회적 변화를 반영한다고 말했다. 생각할 시간이 부족한 현대인들이 점차 더 가벼운 콘텐츠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시대적 흐름이라는 설명이다. SNS를 통한 소통의 욕구가 커지는 동시에, 그 소통에 대한 부담을 느낀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로 언급됐다.

현택수 한국사회문제연구원장은 "소통의 욕구로 SNS를 하지만 그에 따른 부작용도 분명히 존재하는데, 이용 경험이 누적되면서 이용자들 사이에서도 그러한 경각심이 생겼을 것"이라며 "SNS를 운영하는 기업 또한 다원화되는 욕구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김유진 기자 yoojin@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