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마協 '800억 프로젝트'.. 최순실 딸 위한 것이었나

김승재 기자 2016. 10. 22.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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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의혹] - 승마계 인사들 증언 "최씨가 프로젝트 통해 딸 2020올림픽 출전시키려 해.. 선수 12명 뽑아 4년 獨연수 기획 작년 10월 선수선발 착수했지만 불투명한 절차 때문에 백지화" 800억 프로젝트 규모는 미르·K스포츠 모금액과 비슷

대한승마협회는 2014년 말부터 일부 선수를 위한 800억원대 해외 승마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승마계에서는 이 프로그램이 현 정권의 비선(秘線) 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와 승마 선수인 딸 정유라씨와 관련된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승마협회 등에서 오래 활동한 한 인사는 21일 본지 통화에서 "2014년 말부터 승마협회가 800억원대 해외 승마 연수 프로그램을 기획하고 있었으며 여기에 정권 실세로 통했던 최씨가 자신의 딸을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시키려 하기 때문이라는 말이 간부들 사이에서 돌았다"며 "아예 정유연(정씨의 개명 전 이름)네가 재단을 만들어 승마 선수 12명을 뽑아 4년간 독일로 연수를 보낸다는 말도 있었다"고 했다.

본지가 접촉한 승마계 인사들의 증언을 종합해보면, 한동안 풍문으로 떠돌던 '800억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 전국체육대회가 끝난 직후 승마협회가 선수 선발 절차에 착수하며 실체가 드러났다고 한다. 하지만 선수 모집을 시작한 지 열흘 만에 독일 연수는 없던 일이 돼 버렸다. 모집을 공개적으로 하지 않고 승마협회 간부가 몇몇 선수에게만 전화를 돌려 구두로 지원을 받은 것이 문제가 됐기 때문이다.

일부 선수의 부모와 지역 승마협회는 "선발전도 거치지 않고 해당 종목 코치가 지명해 선발하면 비리 가능성이 크다"며 반발했다. 승마협회 내부에서도 "협회 연간 사업 계획에 있지도 않은 일을 이런 식으로 비밀리에 처리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협회 부회장을 맡은 황성수 삼성전자 전무에게 문제 제기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며칠 뒤 선수 선발은 백지화됐다고 한다. 당시 승마협회 업무에 관여했던 한 인사는 "코치가 대상자를 뽑기로 했는데 선수 선발 기준 1순위가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딴 선수였다"며 "결국 1년 전부터 돌았던 소문처럼 인천아시안게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딴 정씨를 도쿄올림픽에 출전시키기 위해서 벌인 일이라는 얘기가 파다했다"고 말했다.

'800억 프로젝트'는 최근 더불어민주당 김현권 의원실이 입수해 공개한 '대한승마협회 중장기 로드맵' 문건에서도 드러난다. 문건에 따르면 승마협회는 3개 종목(장애물·마장마술·종합마술)에서 각 4명씩 선발해 2016년 1월 1일부터 2020년 7월 30일까지 독일 전지훈련 캠프를 보낸다는 계획을 세웠다. 협회는 여기에 드는 예산으로 선수 1명당 50여억원씩 총 608억1000만원으로 잡았다. 당시 승마협회는 "검토 단계에서 많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돼 폐기한 기획"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실제로 승마협회는 이 프로젝트를 실행하다가 선수들 부모와 승마계 반발에 직면해 기획을 포기했던 것이다.

'800억 프로젝트'는 지난해 10월 출범한 미르재단과 올해 1월에 만들어진 K스포츠재단이 전국경제인연합회를 통해 대기업들로부터 모은 774억원과 비슷한 규모다. 그래서 승마계 일각에서는 최씨가 승마협회를 통해 자신의 딸이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영향을 미치려다 일이 뜻대로 되지 않자 K스포츠재단 설립에 박차를 가한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온다. K스포츠재단은 지난 1월 13일 설립됐다. 최씨는 대기업이 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돈을 사적으로 유용해 정씨의 독일 승마 훈련 지원에 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정씨는 작년 10월부터 독일에서 훈련을 했다. 마사회는 작년 11월부터 지난 1월까지 승마협회 협조 요청에 따라 박모 전 승마단 감독을 독일에 파견해 정씨의 개인 훈련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K스포츠재단의 간부는 최씨 모녀의 독일 거처 구하는 일을 도왔다.

본지는 당시 '800억 프로젝트'에 지원했던 승마 선수 2명과 황성수 승마협회 부회장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수차례 전화 통화를 시도했으나 전화를 받지 않았다. 승마협회는 본지의 반론 요청에 "답을 내놓을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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