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농장 식용견들 통째로 사들여 해외 입양한다는데..

유소연 기자 2016. 10. 22.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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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동물보호단체들이 주도.. 동물 검역조건 까다롭지 않고 반려견에 대한 인식도 좋은 미국이나 캐나다로 보내져

시베리안허스키 종인 개 '쉬바'는 2년 전 인천공항에서 미국으로 가는 비행기에 올랐다. 미국으로 입양되는 길이었다. 울산의 한 배수로에서 두 눈에 피를 흘린 채 발견된 쉬바는 동물보호단체 도움으로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눈이 멀었다. 미국 텍사스주에 사는 캐시씨는 이런 사정을 전해 듣고 쉬바를 입양하기로 했다. 그는 "쉬바를 키우려는 사람은 없다고 해서 데려오기로 했다"며 "쉬바가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까 걱정됐는데 지금은 살도 많이 찌고 우리 가족에게 큰 행복을 주고 있다"고 했다.

한국 유기견들이 해외로 입양되고 있다. 대부분 동물 검역조건이 까다롭지 않고 반려견에 대한 인식 수준이 높은 미국이나 캐나다로 보내진다. 동물보호단체 '생명공감'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대형견이나 잡종견, 장애가 있는 개를 입양하려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안락사되는 경우가 많다"며 "몇 년 전부터 해외에 있는 동물보호단체들과 연계해 외국인 주인을 찾아주고 있다"고 했다.

해외로 입양되는 개들의 출국을 도와주는 봉사자들도 있다. 미국·캐나다로 비행하는 승객이 수하물로 개를 부치면 일반 화물로 보낼 때보다 경비가 덜 들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시애틀로 여행했던 한 봉사자는 "출국 전 유기견 보호소에서 진돗개를 넘겨받아 공항에서 검역 서류를 내고 부친 후 현지 공항에 나온 동물보호단체 직원에게 인계해 줬다"며 "학대받은 강아지가 새 주인을 만나 잘 살았으면 좋겠다"고 했다.

국제동물보호단체에서는 국내 식용견 농장의 개들을 매입해 입양 보내기도 한다. 국제동물보호단체 '휴메인 소사이어티 인터내셔널'은 작년 9월 충남에서 개 농장을 운영하던 김모씨에게서 개 103마리를 사들여 미국으로 보냈다. 김씨는 개 농장 대신 곡물 농사를 짓기로 약속했다.

지난 6월 캐나다 동물보호단체 '프리 코리안 독스'도 전북 전주에 있는 식용견 농장의 개 40여 마리를 마리당 40만원에 사들였다. 이 중 한 마리가 미국으로 입양됐고 나머지는 치료를 받거나 입양 절차를 밟고 있다. 이 단체 관계자는 "식용으로 길러지는 개들은 뜬장(배설물 처리를 위해 밑면에 구멍을 뚫은 철망)에서 평생 갇혀 지내고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먹는 등 비인도적 상황에 처해 있다"며 "식용으로 길러진 개는 사람을 무서워하고 잘 짖는 등 사회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현지에서 따로 훈련시킨 뒤 입양처를 찾는다"고 했다.

하지만 이러한 방식의 '식용견 구조'에 대해선 동물보호단체 내에서도 의견이 엇갈린다. 유기견 해외 입양을 진행하는 또 다른 단체 관계자는 "개고기를 먹는 것에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의 기부를 이끌어내기 쉽기 때문에 국제동물보호단체 사이에서 한국에 있는 식용견 농장의 개들을 구조하는 게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며 "이 경우 식용견 농장주들이 다른 데서 개를 사들여 동물단체에 파는 악순환이 일어나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해외로 입양된 강아지가 다시 버려져 미국 길거리에서 유기된 진돗개가 발견되는 일도 종종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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