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경력 1년' 규정 바꿔 변호사 특혜채용 의혹
이 의원과 금감원 노동조합 등에 따르면 A씨의 아들은 2014년 2월 서울 사립대 로스쿨을 졸업한 뒤 같은 해 4월 변호사 시험에 합격했다. 한 달 뒤 금감원 ‘법률전문가’ 경력 채용에 응시한 그는 7월에 합격해 다른 동기 8명과 함께 입사했다. A씨의 아들은 변호사 시험에 합격한 지 한 달 만에 금감원 경력 채용 전형에 지원했기 때문에 다른 경력을 쌓을 시간이 없었다.
경력이 없던 A씨 아들이 경력 전형에 지원할 수 있었던 건 그해 금감원이 지원 자격요건을 완화했기 때문이다. 금감원은 2013년까지는 ‘변호사 경력 1년 이상’으로 지원 자격을 제한했지만 2014년 별다른 설명 없이 ‘국내 변호사 자격증 소지자(2014년 4월 변호사 자격취득자 포함)’로 바꿨다. 이 전형에서 합격한 9명의 변호사 중 경력이 없는 사람은 A씨 아들뿐이었다. 다른 8명은 법무법인·회계법인 등에서 일한 경력이 있다.
여기에 A씨가 최 전 원장과 행정고시(25회) 동기인 데다 18대 국회(2008~2012년)에서 금감원을 담당하는 정무위 소속이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의혹이 증폭됐다. A씨는 현재 공기업의 상임감사를 맡고 있다. 이에 대해 당시 금감원 인사 담당자는 “2014년 채용 때 인적 사항을 전혀 보지 않는 블라인드 면접을 두 차례나 거쳤기 때문에 특혜가 있을 수 없다”고 해명했다.
금감원은 지난해에도 2014년과 같은 조건으로 변호사를 채용했지만 올해는 다시 ‘경력 5년 이상’으로 지원 자격을 강화했다. 금융권 성과연봉제 도입이 핵심 과제로 떠올랐기 때문에 노동법 등에 전문성이 있는 변호사가 필요하다는 논리다.
논란이 확산하자 진웅섭 금감원장은 20일 사내 게시판에 글을 올리고 “금감원 감사에게 엄정하게 조사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인사 전반에 걸쳐 근본적인 개선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감원 노조는 진 원장에게 “ 의혹을 제대로 해결할 의지가 있다면 최 전 원장을 검찰에 고발하라”고 요구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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