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짝다리 태도 불량, 식당 청소 않고 땡땡이" 영창 7일 처분

임장혁.김선미.송승환 2016. 10. 22. 00: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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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리고 싶지 않은 영창의 추억"장관 부인 차 못 알아본 이등병 혼내라"상관 지시 따라 어깨 밀쳤다 3일 갇혀복무규율 위반 병사, 최대 15일 구금최근 5년간 육해공군 6만여 명 처벌입창 기간만큼 군 복무기간 늘어나신체의 자유 제한, 인권침해 논란수용자 간 대화 금지, 정좌 자세 유지인권위 개선 권고, 헌재선 합헌 결정

김제동 논란에 사회 이슈된 ‘군대 영창’
곽경택 감독의 영화 ‘미운 오리 새끼(2012년 작품)’에서 헌병의 허락을 받고 화장실로 가는 영창에 수감된 병사들(왼쪽). 영창에서 병사들은 늘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 있어야 한다. 병사들끼리 대화를 할 수도 없다. [사진 영화 ‘미운 오리 새끼’의 스틸컷]
지난해 해병대에 입대한 A씨는 지난 3월 ‘영창 7일’의 징계처분을 통보받았다. 당직 부관이 사병 식당의 청소를 관리·감독할 때 혼자 식탁에 앉아 쉬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당직 부관은 “A씨에게 ‘왜 혼자 앉아 있느냐’며 청소를 지시했지만 청소하는 시늉만 대충 하고 자리를 떴다. 평소에도 집합 시 짝다리를 하거나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등 태도가 불량했다”고 주장했다. 징계위원회에 넘겨진 A씨는 “당초 식당 청소 당번이 아니었지만 다른 병사들을 돕기 위해 식당에 갔다가 청소도구가 모자라 잠깐 휴식을 취한 것이다. 태도가 불손했던 적도 없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징계위는 A씨에게 영창 15일 처분을 내렸다. 이후 군 법무관이 징계의 적법성을 심사하는 과정에서 “징계 양정이 과다하다”는 의견을 내 7일로 줄었다.

2011년 헌병대에서 상병으로 복무했던 염모(25)씨는 이등병 후임을 혼내면서 어깨를 한 차례 밀었다는 이유로 3일간 영창에 있어야 했다. 염씨와 후임은 당시 서울에 위치한 한 장관의 공관을 지키는 일을 했다. 그러나 후임은 배치 두 달이 넘도록 장관과 가족들의 차 번호를 외우지 못했다. 장관 부인의 차를 막아 세우고 탐문·탐색하기도 했다. 이 같은 일이 반복되자 화가 난 상관이 “그 자식을 때려서라도 정신교육을 시키라”며 염씨를 질책했고, 염씨는 후임을 혼내면서 어깨를 한 번 밀쳤다. 몇 시간 뒤 후임이 “가혹행위를 당했다”며 신고해 염씨는 징계위에 회부됐다. 염씨는 “징계위가 열린다는 통보를 받은 뒤로부터 3~4일간 피해자와 격리돼야 한다는 이유로 목욕탕에서 취침을 해야 했다”며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인생에서 가장 괴로웠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군 영창(營倉)이 최근 이슈로 떠올랐다. 방송인 김제동(42)씨가 지난해 7월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군 복무할 때 행사 자리에서 사회를 보다가 4성 장군의 배우자를 ‘아주머니’라고 불러 13일간 영창에 갔다”고 말한 일이 최근 국방부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되면서다. 이에 대해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하자 한 시민단체는 김씨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과 협박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영화에서 1980년대 영창은 수감된 병사들이 수시로 폭행과 얼차려를 당하는 곳으로 묘사된다.
영창은 징계를 목적으로 군인의 신체를 일정한 장소에 구금하는 장소다. 군 인사법에 따르면 병사는 복무 규율을 위반할 경우 최대 15일 동안 감금된다. 4~7명의 장교나 부사관이 징계위원회를 열고 영창 처분을 의결하면 이후 인권담당 법무관의 적법심사를 거쳐 사단장·대대장·중대장 등이 징계 여부를 결정한다. 징계 중에는 근무와 자유시간 등이 모두 금지되고 근신과 반성을 해야 한다. 형벌로 치면 ‘구류형’과 비슷하다. 영창에 있었던 기간만큼 군 복무 기간도 늘어난다.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2년부터 올해 7월까지 최근 5년간 영창행 징계를 받은 군인은 6만3539명이다. 지난해 영창 징계자는 1만4362명으로 3년 전인 2012년(1만2623명)에 비해 13.8% 증가했다. 이는 한 개 사단에 해당하는 병력이다.

징계 사유별로는 지시·명령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등에 해당하는 ‘복종의무 위반’이 54.2%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음주·소란 등의 ‘품위유지 위반’(13.9%)과 직무태만 등이 포함되는 ‘성실의무 위반’(12.8%)이 뒤를 이었다.
군에만 있는 특수한 징계인 영창은 인권침해 논란을 자주 불렀다. 신체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한다는 주장도 꾸준히 제기돼 왔다. 영창 징계를 받은 병사는 구치소처럼 창살로 둘러싸인 공간에 갇힌다. 여러명의 병사가 함께 수용되지만 대화는 금지된다. 병사들은 하루에 한 시간 정도만 야외활동을 할 수 있고, 그 외의 시간엔 바르게 앉아 있어야 한다. 벽에 등을 기댈 수도 없다. 책을 읽거나 반성문을 쓰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어떤 측면에선 교도소에 구금되는 범죄자보다 더 활동이 제한된다. 헌법에서 보장하는 행동자유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징계권자가 징계 정도를 판단하다 보니 형평성 문제도 발생한다. 육군 포병으로 근무하던 중 휴대전화를 몰래 부대에 반입했다는 이유로 영창 3일 처분을 받았던 김모(24)씨는 이후 자신과 똑같은 이유로 징계위에 넘겨진 후임이 휴가 제한 조치를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다. 김씨는 “다른 후임은 휴대전화로 여자친구와 메시지를 주고받다가 현장에서 적발됐고, 자신은 몇 달 전에 반입한 적이 있었던 사실만을 들켰는데도 더 심한 징계를 받았다”며 “당시 동료들도 간부들 눈 밖에 나서 더 무거운 징계를 받은것 아니냐고 했다. 납득할 수 없는 일이었다”고 토로했다.

이 같은 지적이 계속되자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군대 영창의 환경을 개선하라는 권고안을 냈지만 2년이 지난 지금까지 권고안은 아무런 효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인권위 관계자는 “영창 제도는 심각한 인권침해 문제를 내포하고 있지만 보수적인 군 조직문화와 실태 파악 부족으로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영창 제도는 헌법에 위배된다는 주장도 있다. 헌법 제12조 3항에는 ‘강제처분을 할 땐 법원이 판단해 결과를 영장에 기재해야 하고, 영장이 없으면 강제처분을 할 수 없다’고 돼 있다. 이른바 ‘영장주의 원칙’이다. 하지만 영창 처분에는 영장이 필요 없다.

지난 4월 헌법재판소는 영창 제도에 대해 재판관 4(합헌) 대 5(위헌)로 합헌 결정을 내렸다. 2012년 당시 전투경찰로 복무하던 B씨가 부대에 휴대전화를 반입했다가 5일 영창 징계를 받자 영창 징계를 규정한 ‘구 전투경찰대 설치법’에 대해 낸 헌법소원 심판이었다. 당시 반대의견을 냈던 이정미·김이수·이진성·안창호·강일원 재판관은 “급박성을 요건으로 하지 않는데도 법원이 판단해 발부한 영장 없이 행정기관에 의해 구속이 이뤄져 영장주의에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해당 법은 2013년 9월 전경 제도가 폐지되면서 ‘의무경찰대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률’로 개정됐지만 여전히 영창을 징계처분 중 하나로 규정하고 있다.

전상진 서강대 사회학과 교수는 “신체를 구금하는 징계인 만큼 인권침해와 위헌, 형평성 등의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현 영창 제도에 대한 손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S BOX] 영화선 헌병 군화 핥고 발에 차이고…실제는 구타 없어

「#1. “화장실 갈 감자?” “하나! 둘! 셋! 번호 끝!” 헌병이 화장실을 말하자 철창 속 감자(수용자를 부르는 은어) 세 명이 번호에 맞춰 뛰어나와 열을 맞춘다. 한 명은 엎드려 헌병의 의자가 되고, 다른 한 명은 다리를 주무르고, 나머지는 헌병의 군화를 광나게 핥는다. 담배를 얻기 위해서다. 헌병이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여 건네주면 이를 받아들고 셋이 일제히 화장실로 간다(영화 ‘미운 오리 새끼’).

#2. 말년 병장 헌병인 강헌이 영창 정문에서 지루하게 경계 근무를 서고 있다. 천석호라는 ‘감자’가 수감되는데 죄명이 ‘가정 파괴’다. 외박을 나갔다가 성 관련 비행을 저지른 것이 적발됐다. 강헌은 천석호를 불러낸다. 발로 차고 개머리판으로 때려도 천석호는 반항 한 번 하지 못한다(영화 ‘영창 이야기’).

영창을 배경으로 삼은 영화 ‘영창 이야기’와 ‘미운 오리 새끼’는 영화 ‘친구’를 만든 곽경택(50) 감독의 작품이다. 곽 감독은 단기사병(방위)으로 6개월간 영창에서 근무한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두 작품을 만들었다.

최근까지 육군에서 헌병으로 근무한 전모(27)씨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영화들과 현재의 상황은 많이 다르다고 했다. 그는 “하루 종일 양반다리 자세로 앉아 책을 봐야 하는 것은 변함 없지만 구타를 하거나 얼차려를 시키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임장혁·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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