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는 왜 파격 할인 못할까

허경구 기자 2016. 10. 22.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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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 진작·관광객 유치 목적, 국내외 쇼핑 축제 살펴보니
전 세계적으로 내수 진작을 위해 대형 할인행사가 유행이다. 중국 광군제 행사와 관련, 랴오닝성 선양시의 한 물류센터에 물품이 가득 쌓여있다. 블랙프라이데이를 맞은 미국 인디애나주 포트웨인의 한 상점에 사람이 몰리고 있다. 박싱데이 기간 영국 런던 쇼핑거리인 옥스퍼드 거리와 미국 콜로라도주 덴버의 JC페니 백화점이 할인행사를 하는 모습(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 바이두·플리커·뉴시스

우리나라는 지금 세일 행사 중이다. 한국판 블랙프라이데이라고 불리는 대규모 쇼핑 관광축제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이달 말까지 한 달여간 열린다. 이는 내수 진작과 관광객 유치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한 정부의 야심작이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와 영연방의 박싱데이를 롤모델로 하고 있다. 내수 진작에 기여하면서 동시에 국제적인 행사로도 발전하고 있는 부분을 지향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우리나라 대규모 세일의 경우 외국과 같은 전통적 축제라기보다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정부의 관치성 행사 성격이 짙어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또 기존 세일과의 차별성도 뚜렷하지 않고 고객층이 유커(중국인 관광객)에 치우치고 있어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지속성을 위해서라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인기 뜨거운 블랙프라이데이·박싱데이

11월 넷째 금요일에 미국 상점 앞은 길게 줄을 서 있는 소비자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이들은 카운트다운을 하고는 상점 문이 열리자마자 환호성을 지르며 가게 안으로 뛰어들어간다. 미국 최대 명절 중 하나인 추수감사절 다음날 열리는 블랙프라이데이에 흔히 보는 모습이다.

전미소매협회(National Retail Federation)에 따르면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당일 오프라인 쇼핑객은 7420만명으로 매출액은 104억 달러(약 11조7145억원)에 달했다.

블랙프라이데이의 인기 비결은 높은 할인율에 있다. 지난해 JC 페니 백화점은 평균 매장 상품가의 68.0%를 할인해 최대 할인율을 기록했다. 온라인 쇼핑객도 증가했다. 어도브사가 4500개 온라인 쇼핑몰을 분석한 결과 온라인 판매가 전년 대비 14.3% 증가한 것으로 밝혀졌다.

우리나라에도 미국 블랙프라이데이를 기다리는 직구족이 많다.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 기간에는 인천공항세관 보세창고가 직구 제품들로 가득 차기도 했다. 다음 달 말 결혼하는 김모(28)씨는 21일 “신혼집에 둘 세탁기, TV 등을 구매하기 위해 블랙프라이데이만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영연방에서는 크리스마스 다음날인 12월 26일 박싱데이(Boxing Day)가 열린다. 박싱데이는 봉건시대 영주들이 농노에게 선물을 상자에 담아 전달한 데서 유래했다.

연말 ‘재고떨이’ 형태로 진행되는 박싱데이는 대부분의 유럽 제조·유통업체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쇼핑 축제로 성장했다. 평소보다 50% 이상 물건을 싸게 살 수 있다. 영국 BBC에 따르면 지난해 영국 매장을 방문한 사람은 2200만명으로 전년 대비 11.7% 증가했다. 온라인 매출도 2014년 1조2160억원에서 올해 1조4890억원까지 늘며 22%나 증가했다.

문모(29)씨는 지난해 박싱데이 기간에 프레드페리의 나이젤 카본 재킷, 꼼데가르송 지갑 등을 온라인 거래를 통해 구입했다. 그는 “80만원 하던 나이젤 카본 재킷이 시즌오프되자마자 25만원에 거래되는 것을 보고 장만했다”며 “올해도 기회가 된다면 박싱데이에 물품을 구입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대표적 쇼핑 축제는 광군제다. 1990년대 난징 지역 대학생들이 11월 11일을 독신자의 날을 의미하는 광군제라고 부른데서 유래했다. 숫자 11이 연속으로 들어가 솽스이(雙十一)라고 불리기도 한다.

광군제가 온라인 최대 쇼핑 행사로 거듭난 건 2009년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알리바바가 대대적 할인행사를 시작하면서다. 지난해에는 4만개 이상 기업이 참여해 600만종의 제품을 선보였다. 지난해 광군제 하루 동안 텐마오(天猫·Tmall) 매출액은 912억7000만 위안(약 16조4980억원)을 기록했다. 시작 12분 만에 100억 위안(1조8100억원)을 기록해 전 세계가 들썩이기도 했다.

광군제는 텐마오뿐 아니라 온라인 종합 쇼핑몰인 징둥(京東), 특판 전문 온라인 쇼핑몰 워이핀후이(唯品會) 등이 참여하면서 할인 규모와 서비스가 더욱 확대됐다. 중국 국가우정국에 따르면 지난해 광군제 할인 행사로 택배 배송량이 모두 7억6000만건으로 전년 대비 40% 급증했다.

이 외에도 소비 진작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쇼핑 축제를 도입했거나 검토하고 있는 국가들이 많다. 두바이는 96년 이후 매년 1월 1일부터 한 달 동안 쇼핑 페스티벌(DSF)을 열어 관광객들을 유치하고 있다. 일본도 내년 2월부터 마지막 주 금요일을 ‘프리미엄 프라이데이(premium friday)’로 정하기로 했다.

갈 길 먼 코리아 세일 페스타

앞서 언급한 외국의 쇼핑 축제와 달리 올해의 ‘코리아 세일 페스타’, 지난해의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와 ‘코리아 그랜드 세일’은 모두 정부 주도로 치러졌다. 지난해 두 행사를 합쳐 올해 명칭이 바뀌었다.

올해 코리아 세일 페스타의 규모는 지난해보다 훨씬 커졌다. 삼성전자 등 제조기업과 유통기업 등 모두 249개 업체가 참여, 지난해 참여 업체(92곳)보다 2.7배나 늘었다. 전통시장 400여곳도 행사에 참여했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는 외견상 성공적인 첫발을 내딛고 있는 모양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29일부터 지난 9일까지 진행된 코리아 세일 페스타 할인 이벤트에 참여한 주요 유통업체 54개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1% 증가했다고 최근 밝혔다. 면세점이 29.5% 늘어 최대 효과를 누렸다.

하지만 속내를 보면 이는 일종의 착시효과와 다름없다. 매출 두 자릿수 신장률은 국내 소비 증가가 아닌 상당 부분 유커의 방문 덕을 봤다.

코리아 세일 페스타 초반 기간은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10월 1∼7일)과 겹쳤다. 이는 정부가 의도한 바이기도 하다. 이때 유커 28만명이 한국을 다녀갔다. 같은 기간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 관광객 58만명의 절반에 가까운 수치다. 이 기간 면세점 매출의 58%가 외국인이었다는 점에서 유커 방문의 효과는 상당했을 것으로 전망된다.

더욱이 전년도 코리아 블랙프라이데이 당시 매출 증가세(35.8%)와 비교하면 올해는 3분의 1에도 못 미친 수준이다. 속빈 강정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실제 소비자들은 할인 규모에 대해 매력을 느낄 수 없었다고 입을 모은다. 회사원 최모(29)씨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 행사장을 가봤는데 가끔 유통업체별로 이뤄지는 할인 행사와 큰 차이를 느낄 수 없어 그냥 돌아왔다”며 “미국 블랙프라이데이에 맞춰 물건을 사려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말했다.

여준상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코리아 세일 페스타가 국내의 대표적 쇼핑 관광축제로 자리잡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낄 수 있는 할인 혜택이 제공돼 국내 전 계층이 참여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유커 외에 한류에 관심이 큰 동남아 등 많은 해외 관광객이 즐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

허경구 기자 nine@kmib.co.kr, 그래픽=이석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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