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 검찰 수사 어떻게]이미 다..해외로 나갔고, 이제야..수사팀 키우고

홍재원·유희곤·박광연 기자 2016. 10. 21.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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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최순실 모녀와 차은택 등 주요인물 잠적…미르재단 등 해체해 증거인멸 의심
ㆍ검찰, 인력 2명서 5명으로…‘청 하명 수사’ 바쁜 특수부 대신 형사부가 수사

야당들도 ‘최순실·우병우 해시태그’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오른쪽)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최순실 게이트 진상규명’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위 사진).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왼쪽)이 2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자료를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0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어느 누구라도 재단과 관련해서 자금 유용 등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엄정히 처벌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비선 실세’로 게이트급 비리 및 국정농단 의혹을 받는 최순실씨(60) 등을 지칭한 말로 해석됐다. 그런데 최씨는 이미 독일로 출국한 상태였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출입국 기록 등을 토대로 최씨가 독일에 체류 중이라고 보고 있지만 정확한 행방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최씨는 비선 실세 의혹이 불거지고 시민단체 고발이 진행되던 지난달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들은 21일 “의혹 당사자인 최씨가 귀국하지 않으면 수사는 성공하기 어렵다”고 입을 모았다.

최씨 딸 정유라씨(20)도 독일에 체류 중인 것으로 보인다. 최씨 측근으로 미르·K스포츠 재단에 관여한 의혹을 받는 차은택 아프리카픽쳐스 대표(47)는 중국에 머물고 있다.

국내 재벌그룹에 80억원을 추가로 요구한 정현식 K스포츠재단 사무총장(63)은 누나 병간호를 이유로 미국에 건너간 것으로 파악됐다. 이 밖에 최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더블루K의 대표인 최모씨(56)도 현재 중국에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두 재단과 관련한 박 대통령의 언급이 나오고, 검찰 수사가 본격화했지만 주요 수사 대상자들이 줄줄이 출국한 상태인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시민단체가 미르·K스포츠 재단을 고발한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두 재단의 해체를 선언했고 이후 재단 관련 문서가 대량으로 파기됐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독일에 있는 최씨의 가족회사 비덱의 주소지인 비덱타우누스호텔도 간판을 떼고 어디론가 철수했다. 더블루K 국내 사무실도 텅 비었다. 조직적인 도피와 증거인멸이 의심되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뒤늦게 수사에 나선 검찰이 제대로 최순실 게이트를 파헤칠 수 있겠느냐는 우려가 나온다. 최씨 등을 강제송환하는 방안도 있지만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장녀인 유섬나씨는 프랑스에서 2014년 체포됐지만 아직까지도 귀국을 거부하며 송환 관련 재판을 받고 있다. 검찰은 최씨 모녀의 주변을 통해 자진귀국을 종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수사의 핵심 화력이 특수부에서 형사부로 바뀌고 있다. 기존 특수부들은 청와대 등을 염두에 둔 하명 수사에 매달리고 있어 중대 수사가 형사부로 쏠리는 기현상이 벌어지는 것이다.

검찰에서는 ‘전 형사부의 특수부화’란 얘기를 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는 21일 수사팀을 기존 2명에서 5명으로 늘리고 ‘최순실 게이트’ 수사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대통령 최측근이자 ‘비선 실세’의 비리 의혹 수사인데 8개 형사부 중 막내인 형사8부가 맡고 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이대로 간다면 형사8부 역사상 가장 큰 수사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형사부는 올 초부터 사실상 특수부 역할을 해왔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형사2부)과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형사5부) 수사는 특수부 이상의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러는 동안 서울중앙지검 특수부는 청와대나 검찰과 관련한 ‘봉합 수사’에 매달렸다. 최강 화력으로 불리는 특수1부는 법조브로커 이민희씨 내사 사건을 강력부에서 넘겨받아 법조비리 수사를 진행 중이다. 검사장 출신 홍만표 변호사뿐 아니라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등 고위 관계자 이름이 등장하는 등 ‘민감한’ 수사여서 별다른 성과도 없이 끌고 가는 모양새다. 특수2부는 ‘우병우 특별수사팀’에, 특수3부는 진경준 전 검사장을 수사한 특임검사팀에 각각 차출됐다. 그나마 특수4부가 롯데 수사에 나섰지만 청와대 하명 수사란 지적을 받는다. 준비도 없이 국면전환하듯 수사에 뛰어들었다가 신동빈 롯데 회장의 비자금 규명에 실패하는 등 초라한 성적표를 받았다.

특수부들이 우 수석의 직속 ‘특수부대’로 지목돼 부담거리가 된 점도 ‘형사부 전성시대’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형사부의 때아닌 약진은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각종 특별팀과 더불어 검찰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정동구 한국체대 명예교수(64)와 미르재단 실무자 2명, 문화체육관광부 실무자 등을 불러 조사했다. 정 명예교수는 K스포츠재단 이사장에 초빙된 지 한 달 만인 지난 2월 말 석연치 않은 이유로 이사장직을 사임했다.

검찰은 최순실씨가 비정상적인 과정을 거쳐 미르·K스포츠 재단 설립과 모금을 주도했는지, 또 가족회사 비덱 등으로 모금액 일부를 유용했는지 파악 중이다.

<홍재원·유희곤·박광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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