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술남녀', 혼술문화가 자리잡기 위한 조건

입력 2016. 10. 20. 13:54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헤럴드경제 =서병기 선임 기자]tvN ‘혼술남녀’는 ‘응답’ 시리즈를 잇는 예능형 드라마다. 타이틀 맨 앞자리를 차지하는 이명한과 김석현 등은 예능 스타PD들이었다.

기획도 요즘 사회 트렌드에 맞췄다. 혼술 혼밥 라이프, 노량진 학원강사, 공시생, 취업난 등이 키워드다. 그런데 ‘응답’ 시리즈에서도 간혹 그랬던 것처럼 ‘혼술남녀’에서도 짠함이 묻어나오는데, 등장인물들이 대부분 애처럽게 느껴질 정도로 온통 짠한 인물들이다. 누가 가장 불쌍한지 순위를 매기고 싶다. 서로 우열을 가리기 힘들 정도로 각자 사정과 애환들이 있다.

혼자 술을 마시고 혼자 밥을 먹는 혼술, 혼밥문화가 보편화되고 있고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1인가구 비중은 28%까지 도달했다고 한다. 


하지만 ‘혼술남녀’를 보고 있으면 오죽하면 저러고 있냐는 느낌이 든다. 이 드라마는 매회 처음과 말미에 진정석(하석진 분)이 “내가 혼술을 즐기는 이유는~”라고 말하며 힐링과 나만의 즐김 효과를 말하고 있지만, 여건이 안돼 그렇게 하고 있다는 짠함이 느껴진다. 혼술이 즐거운 일이지만 갈수록 혼자 먹는 행위의 쓸쓸함이 느껴진다는 말이다.

잘 나가는 한국사 강사 진정석에게는 아픔이 있다. 그는 역사는 ‘先흐름 後암기’ 과목이라고 말하며 명강의로 소문나 있지만, 이기적이고 인성은 쓰레기다.

그는 말할 때마다 고퀄리티를 외치고, 자신만을 위한 힐링타임으로 럭셔리한 ‘혼술’을 즐기고 있음에도, 상처 또한 적지 않다. 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다 잘못돼 밀려나면서 선배의 소개로 학원으로 왔지만, 조금 잘 나가자 그 선배의 견제를 받는 신세가 되면서 극강의 이기주의 스타강사가 됐다.

‘떼술’은 감정낭비, 시간낭비, 돈낭비라는 유아독존형인 척 하지만, 사실은 잃은 게 많다. 주변 사람들을 잃었고, 함께 하고 싶은 사람의 마음도 잃었다. 우리가 혼술 문화를 이야기할 때 이 부분이 가장 중요한 핵심이 될 것 같다.

혼술문화가 제대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관계지향의 문화가 목적 지향 문화로 상당 부문 변화를 맞아야 한다. ‘혼술남녀‘에서 학원 원장(김원해)이 주말에 등산을 가자며 단톡방을 통해 강사들을 불렀다. 박하선(박하나 분)은 ‘전 내일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라고 쓰고서 차마 전송을 누르지 못하고 지워버린 후 가기 싫은 등산을 가야했다. 민 교수(민진웅 분)도 쉬고 싶은데, 끌려(?) 가야 했다. 


한국처럼 수많은 관계와 소통에 신경 써야 하는 관계지향적 사회 또는 집합주의적 문화에 사는 사람들은 목적지향적 사회에서보다 힘이 들고 피곤할 수밖에 없다. 혼술, 혼밥문화는 관계 피로사회를 역설한다. 가고 싶지 않은 수많은 모임과 경조사, 행사에 얼굴을 내밀지 않고는 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일찍 퇴근해 혼자 집에서 빈둥대면 뭔가 해야할 일을 안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런 상황을 완전히 무시하지 않으면서 절충과 대안을 찾아야 한다. 우리는 때로는 목적에 충실한 삶, 기능에 충실한 삶도 살아야 한다. 혼술, 혼밥 문화는 혼자 술(밥)을 먹는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다.

wp@heraldcorp.com
- Copyrights ⓒ 헤럴드경제 & herald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헤럴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