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로윈날 밤 드라큘라성 붉은 관에서 잠자기

CBS노컷뉴스 정병일 기자 2016. 10. 19.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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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어비앤비 후원, 루마니아 '브란' 성에서 드라큘라처럼 저녁 먹고 잠자기
루마니아 브란 성(사진=브란 성 공식 홈페이지 www.bran-castle.com)
10월의 마지막 밤, 바로 할로윈 날의 밤에 드랴큘라 백작이 머물던 성에서 붉은 벨벳으로 치장된 관에 들어가 잠을 잔다면?

이에 앞서 당신은 마차를 타고 어둠이 내려앉고 있는 드라큘라 성에 도착해 “내집에 어서 오시오! 편히 들어오시라. 그리고 그대가 가져온 행복한 무언가를 남겨주고, 안전하게 돌아가시라”는 드라큘라 백작이 소설속에서 했던 환영사를 듣는다.

그리고 촛불로 온통 장식된 멋진 테이블에서 와인과 함께 닭고기가 들어간 ‘파프리카쉬(고기와 파프리카를 넣은 헝가리식 요리)’를 위주로 한 만찬을 대접받은 뒤 바닥에 관이 놓여진 침실로 안내받는다. 그리고 성안에 인적은 끊긴다.

무대가 되는 ‘드라큘라성’은 루마니아 중부의 브라쇼브시 남서쪽 32km 지점에 있는 브란 성(Bran Castle)이다. 브란 성은 15세기의 실존 인물로 ‘가시공작 블라드(Vlad the Impaler)’ 혹은 ‘블라드 체페쉬(루마니아어로 꼬챙이나 가시 등 뾰족한 물건을 지칭)’로 불린 이 지역 영주 ‘블라드 3세 드라쿨레아’가 실제 머문 곳이었다.

그는 적이나 죄인을 날카로운 장대에 꽂아 죽이는 잔인한 수법 때문에 공포의 대명사가 됐고 후에 19세기 아일랜드 출신 영국작가인 브람 스토커가 쓴 소설 ‘드라큘라’(1897년 간행)의 모델이 됐다.

브란 성은 역사적으로 우여곡절을 겪은 끝에 루마니아 옛 왕가의 후손 소유가 됐고 현재 운영자들이 숙박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Airbnb) 후원으로 ‘드라큘라 성에서의 할로윈 밤(Halloween night in Dracula castle)’이라는 행사를 처음으로 기획했다.

블라드 3세 드라쿨레아와 브람 스토커(사진=위키피디아)
1948년부터 관광객에게 개방된 이 성이 숙박객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이 행사의 시나리오는 흡혈귀 소설의 원조격인 브람 스토커의 ‘드라큘라’에서 전개되는 도입부를 따라간다. 저녁요리 메뉴도 소설에 나온 그대로며, 손님에게 드라큘라 백작의 소설속 환영사를 그대로 들려주는 이는 브람 스토커의 실제 후손인 ‘데이커 스토커(Dacre Stoker)’씨다.

진행자인 그는 이번 행사가 “소설을 재창조하고 사람들에게 훌륭한 경험과 공포를 선사하는” 방식으로 구성된다고 AP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에어비앤비는 지난 17일부터 드라큘라성에 초대받을 손님 커플을 뽑기 위한 콘테스트를 시작했다. ‘뱀파이어 입장에서 드라큘라 백작을 만난다면 뭐라고 말할 것인지’를 묻는 이 콘테스트에서 기발한 답변으로 우승하는 두 사람이 루마니아로 날아가 카페시안 산 위에 극적으로 서 있는 브란 성으로 안내된다. 우승자들이 관에 들어가 자기를 너무 무서워한다면 침대를 쓸 수는 있다.

에어비앤비가 우승자들에게 제시하는 조건들은 단순하다. 마늘과 은제 장신구는 금지. 그리고 “백작은 거울을 보고 찍는 셀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는 경고.(전설에 따르면 흡혈귀의 모습은 거울에 비치지 않는다)

브란 성은 원래 루마니아 남부와 트란실바니아 지역을 잇는 도로위에 전략적으로 세워진 군사 요새였다. ‘가시공작 블라드’가 이 성을 소유하지는 않았지만 그가 트란실바니아 지역을 침공하는 동안 때때로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 1462년에는 헝가리 왕에게 붙잡혀 이 성에 두 달간 갇혀지낸 것으로 전해진다.

가시공작 ‘블라드 3세 드라쿨레아’는 잔인한 처형수법을 즐겨쓴 것이 역사적 사실이고 20세기 대중문화에선 흡혈귀의 대명사가 됐지만 사실 그의 국민들에게는 용맹하고 공명정대한 통치자였던 것으로 평가된다. 루마니아어로 ‘드라쿨’은 용과 악마를 동시에 뜻하는 것으로 용처럼 용맹하고 현실적인 사람을 의미하며 가시공작의 아버지인 블라드 2세에게 붙었던 호칭이고 ‘드라쿨레아’는 ‘드라쿨의 아들’이라는 의미라고 한다.

마리 여왕(왼쪽)과 일레나 공주(사진=브란성 공식 홈페이지 www.bran-castle.com)
브란성은 1차 대전후에 당시 루마니아의 마리 여왕(Queen Marie)이 트란실바니아 지역을 루마니아로 통합한 공로에 따라 소유권을 갖게 됐고 여왕은 이 성을 막내딸인 일레나 공주(Princess Ileana)에게 물려줬다. 루마니아에 공산 정권이 수립된 뒤 왕족들이 추방되고 1948년 이 성은 정부 소유가 됐다가 2006년에 일레나 공주의 아들인 도미니크 합스부르그씨에게 다시 돌아갔다.

왕가의 후손들은 루마니아에 회사를 설립해 이 성을 결혼식이나 만찬, 기업 행사를 위한 장소로 대여해오고 있다. 이 성에서는 합스부르그씨와 그의 가족들이 1940년대 후반 루마니아에서 추방된 이후 지금까지 아무도 숙박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 투숙객을 받지는 않지만 이 성은 한 해 60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루마니아에서 가장 유명한 관광지다.

10월 31일, 할로윈의 밤에 드라큘라 백작이 친히 나타날까? “소설의 마지막에서 칼에 찔렸을 때 그가 진짜 죽은 건가요? 브람 스토커는 결말을 모호하게 남겨뒀어요. 그가 아직도 떠돌고 있다면 나타날 겁니다”라고 데이커 스토커씨는 AP에 말했다.

[CBS노컷뉴스 정병일 기자] jbi@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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