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례식장서 일하다.. 농구 프로팀 들어가다

석남준 기자 2016. 10. 19.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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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신인 김준성의 인생역전] 대학 졸업後 알바 전전하다가 프로서 외면당한 선수들이 뛰는 실업팀 '이글스'에서 재기 성공.. "모두 안된다고 했지만 해냈다"

명지대를 졸업한 김준성(24)에게 프로 무대는 손에 잡히지 않는 '머나먼 꿈'이었다. 2014년 KBL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 나왔지만 그를 지명한 팀은 없었다. 드래프트에서 탈락한 날은 며칠 전 간암 판정을 받은 아버지가 항암 치료를 마치고 퇴원하는 날이었다. 아들은 아버지의 건강 걱정에 울었고, 아버지는 아들이 농구를 못하게 될 수 있다는 현실에 울었다. 대학리그 올스타에도 선정됐던 그의 선수 생활은 졸업 후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 없는 '왕년의 간판'이 됐다. 갈 곳을 잃은 김준성은 카페 아르바이트, 장례식장 매니저로 '밥벌이'를 했다.

1년 동안 농구공을 잡지도 않았지만 농구와 완전히 결별할 수는 없었다. 프로팀 대신 동호회에서 농구를 했던 김준성은 KBL 출범 이후 처음으로 지난 3월 만들어진 실업팀 놀레벤트 이글스에 합류했다. 이글스는 프로 진출 이후 방출됐거나 김준성처럼 드래프트에서 낙방한 선수들로 구성된 '외인 구단'이었다. 이글스에서 가드를 맡았던 김준성은 지난 11일 전국체전 대학일반부 8강전에서 대학리그 챔피언 연세대를 꺾는 기적을 일구는 일등공신이 됐다. 그때 프로 스카우트들과 농구 팬들로부터 이전에는 받아보지 못한 관심을 받았다.

기적은 전국체전에서 끝나지 않았다. 18일 열린 2016 KBL 신인 선수 드래프트에서 일반인 자격으로 참가한 김준성이 서울 SK로부터 2라운드 9순위로 지명을 받은 것이다. 어느새 식상해진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실현되는 순간이었다.

문경은 SK 감독이 그의 이름을 부르자 김준성은 믿지 못하겠다는 듯 멍한 표정을 지었다. 그는 "내 이름이 아닌 줄 알았다"고 했다. 단상에 올라선 그의 얼굴이 눈물로 뒤덮였다. "모두 다 안 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라 시작입니다. 아빠, 열심히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그가 마이크에서 입을 떼자 잠실학생체육관에선 뜨거운 박수가 터져 나왔다. 문 감독은 "드리블 능력과 절실함에서 나오는 투지를 높이 샀다"고 말했다.

김준성 외에도 일본 후지대 출신의 오종균과 홍콩 대표 출신의 한국 귀화 선수 주긴완이 울산 모비스로부터 '깜짝 지명'을 받았다. 이날 드래프트의 최대 관심사였던 '국가대표 빅3' 이종현(고려대), 최준용(연세대), 강상재(고려대)는 예상대로 모비스, SK, 인천 전자랜드에 각각 지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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