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겨냥.. 렌호 日민진당 대표 "정치인은 역사에 충실해야"
17일 일본 도쿄의 민진당 본부에서 만난 렌호 대표는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사람이 정치가였으면 좋겠다”며 우익 성향 정치인의 발언을 비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
지난달 대표 선거 승리로 제1야당의 당수가 된 렌호 대표는 이날 도쿄(東京) 당사에서 동아일보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아베 정권에 맞서는 각오를 밝혔다. 또 일본군 위안부 합의 이행 등 한일 관계 개선의 필요성도 역설했다.
광고 모델, 뉴스 앵커를 거쳐 2004년 정계에 입문한 렌호 대표는 뛰어난 외모와 패션 감각, 논리 정연한 언변 등을 두루 갖춰 일본 내에서 ‘스타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가 대표 취임 후 한국 언론과 인터뷰한 것은 처음이다. 그는 국회에서 날카로운 질의로 여러 차례 아베 총리와 각료들을 추궁해 ‘아베 저격수’로도 불린다.
렌호 대표는 한일 관계에 대해서 “양국은 오랜 역사에서 문화적 인적 교류를 통해 신뢰 관계를 구축해 왔다”며 “아베 정권이 들어선 후 일시적으로 냉각된 시기가 있었지만 민간 및 외교 차원에서 한층 더 밀접한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밝혔다.
헤이트 스피치(혐한 시위), 와사비 테러 등 일각에서 일고 있는 혐한 움직임에 대해선 “일부 분별없는 이들이 저지른 일이 부각돼 언론에 보도되는 것이 유감스럽다”고 했다. 이어 2001년 선로에 떨어진 일본인을 구하려다 숨진 고(故) 이수현 씨 얘기를 꺼내며 “한국의 용기 있는 청년의 행동이 당시 많은 일본인의 마음을 움직였다. 양국의 신뢰 관계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순간 그의 눈이 촉촉해졌다.
렌호 대표는 지난해 말 양국 정상이 합의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문제와 관련해 “외교 이슈를 정치 문제로 삼지는 않을 것”이라며 “양국 정상의 합의를 부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다만 ‘총리 명의로 위안부 피해자에게 편지를 보내야 한다’는 한일 시민단체의 바람에 대해 아베 총리가 최근 “털끝만큼도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한 것에 대해서는 “편지 문제를 포함해 합의 내용을 진행하는 도중에 과거의 감정적인 부분이 나타나더라도 착실히 합의를 진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역사적 사실에 충실한 사람이 정치가였으면 한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북핵 문제에 대해서는 아베 정권이 2014년 스톡홀름 합의로 대북 제재 완화를 결정한 것을 비판하며 “일본은 북한에 더 엄격하게 대해야 한다. (동시에) 6자회담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했다. 또 “중국이 참여하지 않으면 대북 제재의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다. 중국이 국제사회에서의 역할을 자각하도록 한일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집권 자민당의 지지율이 40%를 넘나드는 것에 비해 민진당 지지율은 10% 안팎이다. 그의 당선에는 2010년 참의원 선거에서 도쿄에 출마해 전국 최다 득표를 기록한 ‘개인적 인기’를 바탕으로 민진당을 다시 일으켜 달라는 당원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그는 “대안 정당이 존재하는 것이 일본의 민주주의를 위해 바람직하다”며 “대안이 될 수 있는 정책을 계속 제시하면서 국민들에게 선택받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마지막 질문으로 한국과의 인연을 묻자 그는 “한국을 여러 번 방문했고 친한 정치인도 있다”며 “중요한 이웃 나라이기 때문에 조만간 시간과 기회가 된다면 꼭 다시 가고 싶다”고 말했다.
도쿄=장원재 특파원 peacechao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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