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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다 저랬다… 맥킨지의 못 믿을 조선업 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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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랬다 저랬다… 맥킨지의 못 믿을 조선업 컨설팅

입력
2016.10.18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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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조선업계 구조조정 컨설팅 보고서(초안)를 통해 대우조선해양의 해양플랜트 사업 철수를 권고한 것으로 알려진 맥킨지가 정작 3년전엔 대우조선해양에 “해양 부문의 사업 비중을 높여야 한다”고 조언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외국계 컨설팅 회사의 보고서에 의존해 주요 업종의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게 과연 합당한 것인지에 대한 논란이 커지고 있다.

18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은 2013년 중장기 사업전략을 수립하기 위해 맥킨지에게 경영컨설팅 용역을 맡겼다. 당시 맥킨지는 10년 뒤인 2023년 대우조선의 매출이 28조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해양플랜트 부문 매출은 절반이 넘는 15조원 이상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맥킨지는 해양플랜트 부문의 시장 성장률을 연 평균 7%로 내다봤다. 대우조선에는 해양플랜트 생산 역량을 강화해 국내 및 중국 조선업체와의 격차를 벌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상선 분야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차별화하고 해양 플랜트에 주력하라는 결론이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은 2013년 하반기 해양플랜트 설계 인력 양성을 위해 서울 마곡 산업단지 입주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그러나 보고서가 나온 지 1년 뒤부터 국제 유가가 하락하면서 해양플랜트 사업은 맥킨지의 전망과는 정반대로 대우조선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다. 2012년 대우조선의 해양플랜트 수주 규모는 105억달러(약 11조8,600억원)로 전체 수주의 74%를 차지했지만, 2013년 81억달러(약 9조1,500억원), 2014년 27억달러(약 3조500억원)로 줄어든 뒤 2015년 이후에는 단 한 건의 수주도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해양플랜트는 잇따른 설계 변경과 공기 연장 탓에 손실이 불어나면서 대우조선의 부실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반면 맥킨지는 올해 한국조선해양플랜트협회의 의뢰를 받아 진행한 국내 조선업계 컨설팅에서 대우조선에 “해양플랜트 부문은 수주한 계약만 이행한 뒤 철수해야 한다”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대우조선이 조선 3사 가운데 가장 살아남기 어렵다는 결론을 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선 3년 만에 180도 바뀐 맥킨지 컨설팅의 신뢰성에 고개를 갸우뚱거리고 있다. 일각에선 “시장 상황도 제대로 예측하지 못한 맥킨지의 컨설팅 결과를 기반으로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것은 위험한 일”이라고 비판했다.

산업계 구조조정과 관련한 컨설팅 업체의 전문성 논란은 철강업계에서도 불거지고 있다. 보스턴컨설팅은 국내 철강업계에 “조선 수주 감소로 공급 과잉이 심각해진 후판 생산설비를 감축하라”고 권고했지만 철강업체들은 “현실을 모르는 주장”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중국 등에서 수입한 후판 물량이 250만톤에 달하는 데, 구조조정이란 명목으로 후판 생산 설비를 줄이게 되면 국내 철강업체들의 경쟁력이 커지는 게 아니라 중국 업체만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보스턴컨설팅이 우리나라 철강업계에 대해 컨설팅을 하는 것은 처음이란 점도 내용을 신뢰하기 힘든 이유”라고 덧붙였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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