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배우 잘 봐주세요" '조공 문화' 사라질까

입력 2016. 10. 18.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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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8일(11:29) '모바일한경'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바일한경 기사 더보기 ▶

SBS 드라마 ‘달의연인 보보경심 려’에 출연 중인 아이유가 팬들에게 받은 ‘밥차’를 인증하고 있다. (아이유 인스타그램)

(고재연 문화부 기자) ‘밥차’라는 것을 들어보셨나요? 팬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이 출연하는 드라마, 예능 촬영 현장에 식사, 커피, 간식 등을 보내는 문화입니다. 푸드 트럭을 배달시켜 식사를 제공해서 ‘밥차’라는 이름이 붙었죠. 삼계탕부터 장어 요리까지 메뉴도 다양합니다. 기자간담회 현장에선 팬들이 기자들에게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잘 봐 달라(?)’는 의미로 커피와 간식, 소소한 선물을 돌리기도 합니다. 저도 기자간담회 현장에서 이들의 얼굴 스티커가 붙어있는 커피나 쿠키 세트 등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팬들은 이런 선물, 접대 문화를 통틀어 ‘조공(朝貢)’이라고 표현합니다. 팬들이 스타에게 일방적으로 선물하는 현실을 반영한 단어입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연예인을 “잘 봐 달라”는 의미로 주변인들에게 보내는 선물이기도 합니다. 이들의 활동을 응원한다는 의미에서 ‘서포트’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연예인들은 조공 받은 내용을 SNS에 ‘인증’하며 팬들의 사랑에 감사의 뜻을 표합니다.

지난달 28일부터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되면서 팬들의 조공 문화에도 제동이 걸렸습니다. 김영란법에 따르면 기자 뿐 만 아니라 방송사 PD, 스태프들도 언론인의 영역에 포함되기 때문인데요.

유명 아이돌그룹 비스트, 비투비, 현아 등이 소속된 큐브엔터테인먼트는 지난달 팬 사이트에 관련 공지를 올렸습니다. 큐브 측은 “생일 및 데뷔 기념일, 콘서트, 공식 팬미팅, 사인회 등은 서포트가 가능하지만 음악방송, 예능 및 드라마(방송 일체), 뮤지컬, 대학 축제, 지역 행사, 비공개 스케줄, 연습실 등은 불가하다”고 지침을 내렸습니다. 이어 “50만원 이상의 고가의 물품, 식사, 간식 등도 받지 않는다”며 “앞으로는 담당자와 사전 조율이 끝나 확정된 서포트만 진행하겠다”고 밝혔습니다. 50만원 이상의 물품을 받지 않겠다고 못박은 것은 연예인들의 생일에 명품 옷이나 신발 등 고가의 물건을 선물하는 문화도 금지하겠다는 의미입니다.

기획사 관계자와 방송사 PD들의 술자리도 줄어들 것으로 보입니다. 음악방송에서 1위를 한 가수의 소속사가 방송이 끝난 후 회식비를 내는 등의 관례도 사라지는 추세입니다. 한 방송사 PD는 “촬영이 끝난 후 배우들이 PD, 스태프들에게 술을 사는 경우가 있는데, 이제 그런 문화도 없어지게 됐다”고 설명했습니다. 또 다른 방송사 관계자는 “대부분의 밥차가 1인당 3만원 한도를 넘지는 않지만, (김영란법이)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인 만큼 서포트 행사 요청이 들어오면 되도록 자제해달라고 요청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밥차는 보통 100인분이 넘는 식사를 준비합니다. 100만~300만원의 비용이 듭니다. 일부 학생 팬들 중에는 생활비를 털어 돈을 보태는 경우도 있었다고 하는데요. 조공 과정에서 팬클럽들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일어나기 때문입니다. 김영란법의 여파로 지금까지 과열됐던 팬문화가 사라질 수 있을지에 관심이 쏠립니다. (끝) / ye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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