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할 XX, 왠만하면 비추'..최순실 딸 비속어 리포트 학점 C+

홍상지.윤재영.김상선.박종근 2016. 10. 18. 02: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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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는 "네 잘하셨어요" e메일같이 수업 들었던 학생들 반발학교 측, 학사관리 부실 인정"특별조사위 구성해 진위 파악"최경희 총장은 입학 특혜설 부인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 딸 정유라(20·개명 전 정유연)씨의 이화여대 입학과 학점 취득 특혜 의혹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최씨는 고(故) 최태민 목사의 다섯째 딸로 청와대의 ‘비선 실세’라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의혹은 크게 두 가지다. 최씨의 딸 정씨가 이화여대 입학 당시 학교 측의 배려로 합격했고, 입학 뒤에는 불성실하게 수업에 임했는데도 무난하게 학점을 땄다는 게 골자다.

정씨는 2014년 9월에 실시된 이화여대 수시 전형에서 체육특기자로 입학했다. 그해에 이 학교는 체육특기자 입학 가능 종목을 11개에서 23개로 늘렸다. 이때 추가된 종목 중 하나가 승마였고 정씨는 추가된 종목에서 선발된 유일한 합격자였다. 특히 서류 제출 마감 기한 이후에 획득한 아시안게임 승마 단체전 금메달이 입학 전형에 반영됐다.

‘학점 특혜’도 논란거리다.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정씨의 체육과학부 수업 리포트에는 ‘고삐에 자꾸 기대는 말을 쉽게 풀어내는 방법’을 소개하며 ‘해도해도 않 되는 망할 XX들에게 쓰는 수법. 왠만하면 비추함’이라고 적혀 있었다. 비속어와 맞춤법이 틀린 표현이 자주 등장하는 리포트를 규정 제출 시한보다 늦게 냈음에도 불구하고 정씨는 이 수업에서 C+학점을 받았다. 또 다른 수업에서는 ‘시작되는데’를 ‘시자괴는데’로, ‘이때 체력적으로’를 ‘이떄체력적ㅇ로’로 표기하는 등 오타투성이 리포트를 제출했다. 이 학교 체육과학부 교수는 정씨에게 보낸 e메일에서 ‘네 잘하셨어요’ ‘다시 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등의 표현을 담기도 했다. 학교 측은 지난 6월 ‘국제대회·연수·훈련 등에 참가한 경우’ 출석으로 인정하도록 학칙까지 바꿨다. 그 덕으로 정씨는 수업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음에도 제적당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지난 16일 생활환경관에는 ‘올해 1학기 전공 과목인 ‘컬러플래닝’ 수업 당시 교수님이 정씨의 결석 횟수가 많아 ‘얘는 이미 F다’라고 말씀하신 걸 똑똑히 기억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가 붙었다. 대자보를 붙인 이는 정씨와 같은 수업을 들은 의류산업학과 학생이라고 자신을 소개했다. 또 다른 의류산업학과 재학생 A씨는 “해당 수업은 실기 과제 위주이고 교수님도 까다로워 수강생들이 야간 작업을 하면서까지 과제에 공을 들였다”며 “출석을 거의 하지 않고도 정씨가 B학점을 딴 걸 알고 무척 허탈했다”고 토로했다.
최경희 총장이 설명회를 마친 뒤 기자들의 질문을 받으며 현장을 떠나고 있다. [사진 김상선 기자]
이화여대는 17일 오후 교내 ECC(이화캠퍼스복합단지) 건물에서 오후 4시 교수와 교직원, 오후 6시30분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식 해명 자리를 마련했다. 설명회에 앞서 최경희(54) 총장은 “특혜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국제교류처장·입학처장·교무처장·학사부총장 등은 설명회에서 정씨에 대한 특혜를 강하게 부인했다. “입시 요강에 추가 종목을 확대한 기준이 무엇이었느냐”는 한 교수의 질문에 최 총장 측은 “특기자 전형 선발이 더해진 건 2011년부터였고 이듬해 런던 올림픽에서 우수한 인재들이 많이 발굴돼 종목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말했다. 정씨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입학 전형에 반영된 데 대해선 “입학처 입장에선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대회의 메달리스트라면 이걸 반영해 뽑는 게 타당하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정씨에 대한 학사 관리에 문제가 있었음은 인정했다. 이화여대 교무처 측은 “증빙 서류 없이 학점을 주고 출석 체크를 제대로 못하는 등 체육특기자 학사 관리가 일부 부실했다”며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해 진위를 파악하겠다”고 말했다.
이대생들이 17일 최순실씨 딸 정유라씨 특혜 논란과 관련한 교직원·학생 대상 설명회장 앞에서 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 박종근 기자]
학생들은 설명회에 불참했다. 대신 설명회 장소 앞에 모인 학생 1500여 명(학생 측 추산)은 ‘잘 키운 말(馬) 열 A+ 안 부럽다’ 등의 피켓을 들고 최 총장 사퇴를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들은 “정권 비선 실세와의 강력한 유착 의혹에 대해 총장과 이사회가 사태 해결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이화여대 교수 1000여 명이 가입된 교수협의회 측은 19일 최 총장 해임 촉구집회를 열기로 했다.

이화여대의 특혜 의혹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감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박주민 더민주 의원은 “이런 상황에서 어느 대학생이 금수저·흙수저 이야기를 안 하겠느냐”며 “정씨는 금수저를 넘은 신(神)수저다”고 말했다.

글=홍상지·윤재영 기자 hongsam@joongang.co.kr
사진=김상선·박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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