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순, 파장 커질 회고록을 왜 이 시점에 냈을까

정윤아 입력 2016. 10. 17. 05:0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뉴시스】송민순 '빙하는 움직인다'
【유엔본부=신화/뉴시스】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2016.09.15)
【강진=뉴시스】류형근 기자 =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일 오후 전남 강진군 강진읍 강진아트홀 1층 대공연장에서 제255회 강진다산강좌 '손학규님이 바라본 강진 희망'이라는 주제로 강연을 하고 있다. 2016.09.20. hgryu77@newsis.com

與 반기문 野 안철수 손학규 반사이익
문재인 전 대표는 정치적 타격 입어

【서울=뉴시스】정윤아 기자 =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청와대 비서실장 시절인 지난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표결을 앞두고 북한의 의견을 물었다는 '송민순 회고록'이 정치권의 뜨거운감자가 되고 있다.

내용의 진실공방이 벌어지는 것은 물론, 논란이 커지는 것 자체가 문 전 대표에게는 크나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은 참여정부에서 장관 등 요직을 지낸 송 전 외교통상부 장관이 왜 이 시점에 회고록을 내놓았느냐 하는 점이다.

이번 회고록 발간으로 송민순 전 장관은 대선을 1년 2개월여 앞두고 야권 대선주자로 선두를 달리고 있는 문 전 대표에게 치명적 타격을 입혔다. 같은 정권에서 한솥밥을 먹은 사이이고 민주당 소속 의원이었던 송 전 장관이 문 전 대표에게 피해가 갈 것을 뻔히 예상하면서도 왜 10년이 지난 이 시점에, 또 대선을 1년2개월 앞둔 시점에 회고록을 냈는지에 대해 의문이 커지고 있다.

◇2007년 북한인권 결의안 문제 덤터기 쓸까 우려

2007년 유엔의 북한 인권 결의안 표결 문제는 대선을 앞두고 언제든지 수면위로 불거질 수 있는 화약고 같은 존재였다. 따라서 당시 주무부처 장관이었던 송 전 장관이 이 문제가 대선과정에서 불거질 경우 자신에게 모든 화살이 돌아올 수 있다는 점을 염려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송 전 장관은 1975년 대학졸업과 함께 외무고시에 합격한 뒤 외교부 안보과장, 북미과장, 청와대 비서관, 북미국장, 차관보 등을 거친 전형적인 외교 관료다. 송 전 장관이 참여정부에서 청와대 통일외교안보정책실장과 외교통상부 장관 등의 주요 직책을 맡았지만 엘리트 외교관료란 점에서 참여정부의 외교 정책 근관과는 거리가 있었다.

당시 참여정부의 노무현 대통령 측근 중 목소리가 큰 쪽은 상대적으로 친미보다는 반미 성향이 강했고, 그런 점에서 송 전 장관과 크고 작은 의견 다툼이 있었다는 점을 쉽게 예상할 수 있다.

실제로 참여정부 당시 통일부장관의 정책보좌관을 지낸 김연철 전 인제대 교수는 15일 자신이 페이스북을 통해 "'북한에 물어보고 결정했다고' 아무리 밉고 감정의 앙금이 남았어도 그렇게 쓰면 안 된다"면서 "오래 외교관 생활을 한 분이라면, 외교관계에서 해당국과 관련한 조치를 취할 때 일반적으로 사전 통보를 하는 것을 잘 알고 있지 않나"고 송 전 장관을 비판했다.

◇반기문 총장, 송 전장관의 외교부 선배

또 이번 회고록으로 인해 문 전 대표가 타격을 입었다면 상대적으로 이득을 본 측은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다. 반 총장은 3개월 뒤면 임기를 마치고 내년1월 귀국할 예정이다. 반 총장이 대권 행보를 밟는다면 가정할 때 그가 꺼내들 카드는 북한과 외교 분야 쪽이 될 가능성이 크다.

반 총장이 유엔 사무총장을 10년 간 역임한 만큼 외교 분야에 대해서는 누구보다도 강점을 갖고 있다. 특히 북한이 연이어 핵·미사일 도발을 감행하는 등 대북관계가 냉랭하고, 중국 일본 등 동북아 국가 간 신경전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반 총장의 강점을 드러내 보이기엔 역시 북한과 외교 분야 카드가 가장 적합하다.

따라서 반 총장이 내년 대선 과정에서 북한인권결의안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여겨지자 송 전 장관이 미리 이슈화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자신에게 집중될 화살도 피하면서 상대적으로 반 총장이 이 문제를 이슈화하기 용이하도록 자락을 깔아준 것 아니냐는 것이다.

외교부 장관으로 재직하던 중 한국인 최초로 유엔 사무총장이 되자 송 전 장관은 그 후임으로 장관에 임명됐다. 송 전 장관은 반 총장과 같은 서울대 출신이자 외무고시 출신의 외교부 후배다.

◇손학규계인 송 전 장관의 회고록 출판 시기 선택

정치적으로 문 전 대표가 타격을 입는 것이 야권에서 그를 뒤쫓던 안철수 전 대표나 손학규 전 대표, 박원순 서울시장 등에게는 호재가 될 수밖에 없다. 특히 송 전 장관과 손 전 대표의 관계는 남다르다.

송 전 장관이 폴란드 대사를 마치고 2003년 본부로 복귀해 경기도 국제관계자문대사를 맡았을 당시 적극적인 활동으로 당시 경기도지사였던 손 전 대표의 신임을 얻었다. 그 후 송 전 장관은 지난 2008년 당시 손 대표의 천거로 민주당 비례대표로 18대 국회에 입성했다.

송 전 장관은 2011년 손 대표가 국회의원 특보단을 구성할 때도 포함되는 등 오래전부터 '손학규계'로 분류돼 왔다. 최근 강진 칩거를 마치고 정계복귀를 선언한 손 전 대표는 대선출마 선언까지 사실상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 와중에 손학규계로 분류된 송 전 장관의 회고록 출판이 문 전 대표에게는 상대적으로 마이너스가 되지만 손 전 대표에게는 나쁠 것이 없다는 것도 일각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yoona@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