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남기씨 둘러싼 '불통의 3주'
[경향신문] ㆍ‘병사 고집’ 서울대병원…‘부검영장 집착’ 검·경
ㆍ투쟁본부 ‘240시간 시민 지킴이단’ 서명 10만 돌파
백남기 농민이 사망한 지 3주가 지났지만 사망 원인을 둘러싼 논쟁은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의료인 다수는 ‘외인사’가 맞다고 하지만 백씨 주치의와 서울대병원은 ‘병사’를 고수하고 있다. 법원이 발부한 ‘조건부’ 부검영장에 대해 검찰은 “조건부 영장은 없다”고 주장하고, 경찰은 부검 협의를 위한 공문만 유족에게 보내고 있다. 공권력에 의해 한 농민이 사망한 후 한국 사회 전문가 집단과 권력기관의 민낯만 드러난 3주였다.
서울대병원은 백씨가 숨진 지난달 25일 이후 사망종류가 ‘병사’로 기재된 사망진단서가 논란이 되자 특별조사위원회를 구성했다. 특조위는 지난 3일 “담당교수가 일반적인 사망진단서 작성 지침과 다르게 작성하였음을 확인했다”면서도 “주치의로서 헌신적인 진료를 시행했다”며 수정은 거부했다.
서울대 의대 재학생과 동문에 이어 대한의사협회까지 성명을 발표하고 사망진단서의 오류를 지적했지만 소용없었다. 서창석 서울대병원장은 지난 11일 국정감사에서 “진단서 변경 권한은 의료법에 의해 직접 진찰하거나 검안한 의사가 아니면 할 수 없다”고 수정을 거부했다. 유족이 사망진단서 수정을 공식 요구했지만 서울대병원은 묵묵부답이다.
법원의 조건부 부검영장을 법원과 검찰이 달리 해석하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강형주 서울중앙지법원장은 지난 5일 “특정한 제안이 들어 있기에 그 범위를 벗어나는 영장 집행에 대해서는 기각이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법원이 제시한 조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영장 집행은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이튿날인 6일 “조건부 영장이라는 것은 있을 수 없다. 청구해서 발부받았다면 집행이 돼야 한다”고 반발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지난 13일 “부검이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16일 경찰이 유족에게 제시한 4차 부검영장 집행을 위한 협상 시한이 만료됐다. 경찰은 “부검을 전제로 한 협의에는 응할 수 없다”는 유족 입장에도 불구하고 협의공문만 계속 전달하고 있다.
백남기투쟁본부는 지난 14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경찰의 강제집행에 대비한 ‘240시간 시민 지킴이단’을 모집하고 있다.
참가자들은 16일 0시부터 부검영장 효력이 만료되는 26일 0시까지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선택해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 머물 수 있다. 투쟁본부는 또 특별검사제 도입을 위한 서명운동을 오는 22일까지 진행한다. 16일 오후 기준 10만여명이 서명했다.
<노도현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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