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택 '권력' 앞에 고개 숙인 업체 대표

유희곤·구교형 기자 입력 2016. 10. 15. 06:02 수정 2016. 10. 26.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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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박민권 전 문체부 차관 “차 감독 험담하고 다녔나, 직접 사과하라”
ㆍ‘2015 밀라노엑스포’ 준비 과정 중 관련업체 대표 직접 불러 사과 종용
ㆍ“억울하지만 눈치 안 볼 수 없었다”

박민권 전 문화체육관광부 차관(58)이 ‘2015 밀라노엑스포’ 준비 과정에서 “총감독인 차은택 감독(47·사진)에 대한 험담을 하고 다닌다”면서 민간업체 대표에게 “차 감독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요구했고, 당일 밤 사과가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국제행사를 총괄하는 문체부 고위 관계자가 직접 나서 사과를 종용할 만큼 차씨의 위세가 컸음을 보여준다.

14일 경향신문 취재 결과 2014년 말 문체부 관광체육레저실장(1급)으로 밀라노엑스포 총책임자였던 박 전 차관은 서울 서초동의 이벤트 전문업체 ㄱ사 대표 이모씨를 불러 “‘차 감독과 연관된 업체가 아니면 밀라노엑스포 문화행사에 참여할 수 없다’는 소문을 내고 다닌 것으로 안다”면서 “차 감독에게 직접 사과하라”고 말했다. 이에 이씨는 그날 밤늦게 서울 논현동의 차 감독 사무실을 찾아가 “물의를 일으켜 죄송하다”는 취지로 사과했다. 광고업계 관계자는 “당시에도 차 감독이 막강한 힘을 행사한다는 얘기가 파다했다”면서 “ㄱ사는 ‘억울하지만 눈치를 안 볼 수가 없다’며 차 감독에게 직접 사과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 관련기사 2·3면

당시 ㄱ사는 밀라노엑스포의 문화행사·홍보 분야 참여를 준비하고 있었지만 최종 선정되지는 않았다.

박 전 차관은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문체부가 차 감독과 한배를 탄 상황에서 차 감독이 흔들리면 밀라노 프로젝트 전체가 의혹에 휩싸이는 상황이었다”면서 “(ㄱ사 대표 이씨가 퍼뜨린 내용은) 명예훼손과 공무집행방해에 해당하는 중대한 사안이었지만 사과하는 수준에서 마무리된 것”이라고 말했다.

차 감독이 ‘밀라노 두오모 대성당 드론 충돌 사건’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돼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밀라노엑스포 행사 기간 중인 지난해 6월 한국인 3명이 이탈리아 밀라노 대성당 ‘두오모’ 근처에서 현지 허가 없이 카메라가 장착된 드론(무인기)을 띄웠다가 현지 경찰에 체포돼 국제적 망신을 샀다. 이 사건은 행사에 참여한 CJ 측이 자사 홍보영상을 촬영하려다 벌어진 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밀라노엑스포에 참여했던 복수의 관계자들은 “밀라노엑스포 한국관 참여업체들은 차 감독 결재 없이는 도우미 한 명도 바꿀 수 없었다”면서 “차 감독이 (드론 촬영을) 결재까지는 아니더라도 미리 보고받고 의견을 교환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차 감독은 “나도 당시 현지 언론의 기사를 보고 알았고 전시담당이어서 내가 관여할 부분도 아니었다. (드론 충돌 건으로) 밀라노엑스포 행사에 힘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퇴색돼 너무 화가 났다”고 반박했다. CJ 측도 “당시 촬영감독의 개인적 판단이었을 뿐 차 감독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유희곤·구교형 기자 hul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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