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구자 박세리-박찬호가 말하는 '서로의 의미'

뉴스엔 2016. 10. 14. 0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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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호와 박세리
은퇴식에서 펑펑 우는 박세리

[인천=뉴스엔 글 주미희 기자/사진 안성후 기자]

'국민 영웅' 박세리의 은퇴식에 또다른 '국민 영웅' 박찬호가 자리했다. 박찬호와 박세리는 어려운 시기에 해외에서 활약한 '국민 영웅'들인데, 그만큼 서로에 대해 남다르게 생각하고 있었다.

박세리(39 하나금융그룹)는 10월13일 인천 스카이72 골프클럽(파72/6,364야드)에서 열린 2016시즌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28번째 대회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총상금 200만 달러, 한화 약 22억2,000만 원) 1라운드를 마친 뒤 은퇴식을 가졌다.

마지막 18번 홀을 파로 끝낸 박세리의 눈시울은 이미 붉어져 있었다. 박세리는 1라운드를 끝낸 뒤 18번 홀에서 열린 은퇴식을 가졌다. 이날을 끝으로 공식 은퇴를 한 것. 박세리는 LPGA 투어에서 메이저 대회 5승을 포함 통산 25승을 거뒀다.

이날 경기에 출전한 대부분의 선수들이 박세리의 은퇴식에 참석하기 위해 18번 홀 그린에서 박세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박세리는 자신을 골프의 길로 입문시킨 아버지 박준철 씨와 포옹하면서 눈물을 펑펑 쏟았다. 손가락 부상으로 인해 이날 경기에 출전하지 않은 박인비(28 KB금융그룹)도 은퇴식에 참석했고 이미 은퇴한 박지은(37)도 딸을 데리고 와 박세리의 은퇴를 축하했다. 뿐만 아니라 '코리안 특급' 박찬호(43)와 선동렬 전 감독, 김세진 배구 감독 등 종목을 불문하고 많은 이들이 박세리의 은퇴식을 찾았다.

박찬호는 이날 박세리의 은퇴를 기념해 특별히 제작된, 박세리의 이름 SERI가 쓰인 검은색 모자를 쓰고 박세리의 은퇴를 축복했다.

특히 박찬호와 박세리는 한국이 외환위기로 힘든 시기를 겪고 있을 때 함께 미국에서 국위선양하며 국민들에게 큰 힘이 된 '국민 영웅'들이다. 특히 박찬호는 LPGA를 개척한 박세리처럼 메이저리그를 개척한 선구자로, 메이저리그 통산 124승(98패) 평균 자책점 4.35로 동양인 역대 최다승을 올렸고, 1997년부터 2001년까지 14승-15승-13승-18승-15승 등 10승 이상씩 올렸다.

박찬호는 박세리의 은퇴식이 진행된 뒤 취재진과 만나 "오늘 (박세리의) 은퇴식을 한다고 해서 만사를 제쳐두고 왔다"면서 (박세리가) 어떤 일을 한 사람이고 어떤 의미인지, 나라가 얼마나 필요로 했던 사람인지 느껴왔다. 어떤 일을 끝낼 때 쯤에 그 사람의 가치, 업적, 의미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 KLPGA, LPGA에서 이렇게 커리어를 축복해주고 은퇴식에서 축하를 해주지 않나. 얼마나 좋은 성적을 냈는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그 자리에 있었다는 것이 LPGA에 진출하는 선수들의 길을 밝게 하는 것 같다. 오랫동안 해온 업적이 더 의미가 있고 후배들에게 교훈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미국과 일본에서 뛰다가 2012년 KBO리그 고향 팀인 한화에서 1년을 뛴 뒤 현역 선수 생활을 마무리한 박찬호는 2014년 올스타전에서 공식 은퇴식을 치른 바 있다.

자신의 은퇴식은 너무 오래됐다며 미소짓던 박찬호는 "저도 떠날 때 망설임이 있었고 또 내일 경기가 없다는 것이 실감이 안 나고 두려워지더라. 시련 속에서 다음 경기를 준비하는 것이 더 행복한 것 같다. 은퇴를 하고 나니까 알겠더라"고 말문을 연 박찬호는 "내일 경기에 임하는 두려움보다도 은퇴 이후의 허탈함이 힘들었고 (박)세리도 그런 것을 겪을 것이다. 특히 '세리 키즈'들의 활약이 특히 대단하다. 저도 은퇴 이후에 느꼈지만 후배들이 활약하는 것을 보면서 내가 지금 그렇게 하지 못 하는 것이 나 자신에게 안타깝고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나 때문에 저 친구가 잘 하고 저와 같은 길을 가는 것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찬호는 "세리에게 '너와 나는 나무다'는 얘기를 했다. 우린 열매였던 적이 없었다. 나무가 크게 자라서 후배들이 열매를 맺었다. 우린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무일 수밖에 없었다. 열매들이 또 다른 씨앗을 뿌려서 울창한 숲을 이루게 우리가 그 일을 해야 할 것이라는 얘기를 했는데 세리도 공감했다. 은퇴도 사실 용기가 필요하다. 세리가 선수 옷을 벗는 것이지 골프를 떠날 수는 없다. 지도자로 조언자로, 팬으로 바뀌는 것이다"면서 설명했다.

박찬호와 박세리는 1990년대 말, 아무도 하지 않았던 미국 야구와 골프에서 성공을 거둔 개척자이자 선구자이다. 당시 한국이 외환위기를 겪고 있었던 시기인 만큼 각자 느끼는 책임감도 상당했다. 그런만큼 서로에 대한 의미도 남다를 터.

이에 박찬호는 "한국 사람들이 어려울 때 박찬호, 박세리가 영웅 역할을 했다. 그 영웅이라는 것은 어렵기 때문에 의지하고 싶은 것이다. 특히 교포들에 그랬다. 전 손톱깎이에 코리아가 적혀있고 컴퓨터 모니터에 삼성이 적혀있고 현대차가 지나가면 굉장히 위안이 됐다. 세리는 그 이상의 몇 백배 더 큰 위안, 의지가 되는 '코리아'와 같은 브랜드 역할을 했다. 선수들과 골프 경기를 보면서 세리를 한국인이라고 얘기했을 때 굉장히 뿌듯했다. 내가 혼자서 이뤄야 할 일이 있었다는 어려움을 세리가 함께 밀어줬다. 지금 코리아라는 브랜드는 스포츠가 질을 높여놓은 부분도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원하진 않았지만 나라에 대한 사명감, 책임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인연이 있다. 그린 필드 안의 동반자 같다"며 "또 같은 고향 홍보대사를 하면서 소통하고 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박찬호와 박세리는 공주시 홍보대사다.

은퇴 공식 기자회견에서 이 이야기를 들은 박세리는 "전 정말 저랑 같이 갈 수 있는 동반자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다"고 말해 취재진의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박세리는 "아마 같은 시기였지 않을까 싶다. 1998년도는 한국 스포츠가 외국에 나가서 인정을 받을 실력이 되지 않았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저와 박찬호 선수는 누구도 시도하지 않은 도전을 하게 됐다. 그리고 서로 자리를 잡으면서 많은 후배들에게 꿈을 키워주지 않았나 싶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박찬호가) 저와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싶다. 선구자라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런 단어 자체도 굉장히 힘들고 부담스러운 자리일 수도 있는데 후배들이 있어서 함께 그 자리에 올라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이제부터 시작인 것 같다. 저와 박찬호 씨가 종목은 다르지만 같은 방향으로 꿈을 이뤄갈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바른 모습 보여주기 위해서 같은 길을 가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다"고 말했다.

박세리와 함께 라운드를 해본 적이 있다는 박찬호는 "떨렸다"면서 "옛날에 세게만 던지려고 했던 것처럼 멀리 치는 것만 보여주려고 했다"며 웃음지었다.

그리고는 박찬호는 "영광스러웠다. 골프를 시작한지 얼마 안돼서 관심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세리의 의미와 가치를 더 깊이 느끼게 됐다. 골프 선수와 투수는 똑같다. 외로움, 철학, 고달픔을 알 것 같다. 플레이 할 때 심리적인 것들이 똑같다"면서 골프 선수와 야구 선수로 뿐만이 아니라, 선구자로서의 고독함을 함께 공감했다.

박세리는 후배들을 위한 일, 또 골프에 기여를 하는 것이 제2의 목표라고 밝혔다. 박찬호는 14일부터 21일까지 8일간 대전에서 '박찬호배 전국리틀야구대회'를 연다. LPGA와 메이저리그의 선구자인 이들은 계속 후배들, 유망주들을 위해 힘쓸 것으로 보인다.

뉴스엔 주미희 jmh0208@ / 안성후 jumping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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