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누가 저처럼 행복하게 은퇴할까요" 박세리, 눈물의 은퇴식

인천ㅣ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2016. 10. 13. 17:2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박세리가 13일 인천 스카이72 골프장에서 열린 LPGA KEB하나은행챔피언십 1라운드 5번홀을 마치고 밝게 웃으며 다음 홀로 이동하고 있다. /하나은행 제공

“저 들에 푸르른 솔잎을 보라~.”

리틀앤젤스 어린이 합창단의 ‘상록수’ 노래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박세리(38·하나금융)는 연신 눈물을 훔쳤다. 대형스크린에서는 박세리가 1998년 US여자오픈 연장전에서 보여준 ‘맨발의 샷’을 비롯한 과거의 명장면이 이어져 팬들의 향수를 자극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의 개척자 박세리가 눈물 속에 정든 그린과 작별했다. 박세리는 13일 인천 영종도 스카이72GC 오션코스(파72)에서 열린 LPGA KEB하나은행 챔피언십 1라운드를 마친 뒤 ‘팬들과 함께 하는 열린 은퇴식’을 통해 국내팬들에게 공식 작별 인사를 했다. 지난 7월 US여자오픈에서 현지팬들에게 인사한 박세리는 후원사인 하나은행이 주최하는 국내 LPGA 대회를 끝으로 아마추어 시절을 포함해 27년 동안 이어온 선수생활을 끝냈다.

디펜딩 챔피언 렉시 톰슨(미국), 리우 올림픽 동메달리스트 펑샨샨(중국)과 함께 플레이 한 박세리는 어깨통증과 실전감각 저하로 첫홀부터 보기를 기록하는 등 이날 보기 9개와 버디 1개로 8오버파 80타를 친 뒤 기권했다.

하지만 스코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첫홀 티박스에는 1000여명의 팬이 모여 기념 수건을 목에 두르고 LPGA 투어에서 25승(메이저 5승)을 거두고 세계 여자골프의 흐름을 바꾼 ‘전설’과의 이별을 아쉬워했다.

18번홀(파4)을 파로 마친 뒤 박세리는 눈물을 쏟았다. ‘영원한 스승’ 아버지 박준철씨를 힘껏 안으며 감회를 나눈 박세리는 이어 전성기를 함께 한 박지은과 크리스티나 김, 최운정, 박인비, 김효주, 안시현, 전인지, 박성현, 지은희 등 후배선수들과 따뜻한 포옹을 나눴다. 떠나는 주인공도, 그를 따라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한 ‘세리키즈’들도 모두 눈물을 보이며 ‘선구자’의 퇴장을 아쉬워 했다.

박세리는 공식 인터뷰에서 “어느 누가 은퇴식을 저처럼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으며 했을까요. 정말 행복하고 감사합니다”라며 인사했다. “18번홀에선 내내 울었다”며 특별한 감정도 토해냈다.

“첫 홀 티박스에 올라가서 많은 팬들이 목에 수건을 두른 모습, 또 많이 수고했다고 응원해 주시는 순간부터 실감이 났다. 첫홀부터 울컥했고, 내내 심란했다. 18번홀 티박스에 섰는데 또 눈물이 났다. 티샷을 못할 것 같았고, 18번홀 내내 울었다. 마지막홀에 많은 분들이 서 계시고, 바라봐 주셔서 우승했던 것 보다 더 행복했다. 최고의 순간인 것 같다.”

<인천ㅣ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