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백남기 사망은 '빨간 우의' 탓?..속내 드러낸 검찰

2016. 10. 12.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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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검찰이 백남기 농민의 사망 원인 중 하나로 ‘빨간 우의 남성 가격설’을 염두에 두고 수사해 온 사실이 확인됐다. 이 주장은 일베(일간베스트) 등 일부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유포한 것으로 경찰조차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논리다.

■ 검찰 압수수색 목적은 ‘빨간 우의’ 12일 박주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서울대병원으로부터 제출받은 검찰의 압수수색검증영장을 보면, 검찰은 “피해자 백씨가 살수차의 직사살수에 맞고 넘어진 사실, 피해자가 급성외상성경막하출혈 등의 상해를 입고 현재 의식불명 상태인 사실은 인정됩니다”라면서도 “피해자(백남기씨)가 직사살수에 맞고 넘어진 직후 피해자를 구조하려던 빨간색 우의 착용자가 넘어지면서 피해자를 충격한 사실이 있어 피해자의 의식불명 등 상해 결과에 영향을 미친 원인 행위가 무엇인지 뚜렷하지 않다”고 밝히고 있다. 이 영장은 백씨가 숨지기 전인 지난달 6일 백씨의 진료기록부, 진료차트, 간호일지, 검사기록지 등 의무기록을 압수하기 위해 발부받은 것이다.

■ 전문가, ‘빨간 우의설’ 황당 ‘빨간 우의설’은 백씨가 쓰러지자 구호하러 사람들이 모였고, 그 중 빨간 우의를 입은 한 남성이 등에 물대포를 맞아 백씨 위로 넘어지는 장면을 근거로 삼고 있다. 극우 온라인 커뮤니티 일베에서는 사건 발생 직후부터 이런 주장을 유포해왔다. 김도읍,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11월 김수남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빨간 우의설’을 제기하며 수사를 촉구했다. 지난 11일 나경원 새누리당 의원이 국정감사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다시 주목받았다.

하지만 ‘빨간 우의설’은 사실 관계에 근거하지 않은 황당한 추정에 가깝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사고 이틀 뒤인 지난해 11월16일 백씨 주치의 백선하 서울대 신경외과장을 조사했다. 이 조사에서 백 과장은 “함몰 부위를 살펴볼 때 단순 외상이 아니다. 높은 곳에서 떨어진 사람에게 나타나는 외상”이라고 말했다. 단순한 가격이나 충격으로 발생할 수 없는 부상이라는 뜻이다. ‘빨간 우의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백씨가 코피를 흘렸다”며 ‘가격당해 다친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백 과장은 이 조사에서 “코뼈 등의 손상은 관찰되지 않았다. 두개골 골절로 인한 출혈이 비강이나 인후부로 흘러갈 수 있다”며 백씨의 코피가 뇌출혈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밝혔다.

■ 경찰도 “물대포에 의한 외상” 인정 ‘빨간 우의설’은 경찰도 공식적으로 부인하고 있다. 경찰은 지난 5월9일 백씨의 유족이 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2부)에 제출한 ‘답변서’에서 백씨의 외상이 경찰 물대포에 의한 것임을 인정했다. 답변서를 보면, “피고 대한민국은 원고 백남기가 살수차의 살수에 맞아 외상성 경막하출혈이라는 부상을 입은 사실은 인정한다”고 적혀 있다. 경찰은 “다만, 이것은 불법시위를 진압하기 위한 정당한 직무집행 중 일어난 일”이라고 주장했다.

경찰은 ‘물대포에 최루액을 혼합 살수해 위험이 가중됐다’는 유족 주장을 반박하며 거듭 ‘물대포가 원인’이라는 점을 인정하기도 했다. 경찰은 답변서에서 “외상성 경막하출혈은 외부의 물리적 충격(압력)을 원인으로 하여 뇌의 경막과 지주막하 사이에 출혈이 발생한 것”이라며 “즉, 살수 압력이 그 원인인 것이지 최루액이 그 원인이 될 수는 없다”고 반박했다. 백남기 변호인단의 조영선 변호사는 “의사들의 소견과, 사건 당시 영상을 통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는데도 수사기관이 ‘빨간 우의설’을 계속 꺼내는 것은 경찰 책임을 흐리려는 물타기”라고 비판했다. 바른사회시민연대 등 보수단체 10여곳은 지난 7일 서울 종로경찰서에 빨간 우의 남성을 수사해달라는 수사의뢰서를 제출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에 대한 수사는 아직 진전된 바 없다”고 말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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