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 대통령, 최순실 건드린 사람은 기필코 '응징'

입력 2016. 10. 12. 05:06 수정 2016. 10. 13.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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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문체부 국장 강제퇴직 전말

“나쁜 사람”이란 박근혜 대통령의 한마디에 한직으로 밀려나더니 3년 만에 다시 “이 사람이 아직도 있어요?”라는 대통령의 추가 물음에, 신분이 보장된 공무원의 공직생활이 마감됐다. 문화관광체육부의 노태강 전 국장과 진재수 전 과장의 사례는 박근혜 정부에서 공직자의 생명이 얼마나 가볍게 처리되는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노 전 국장은 행시27회 출신으로 문체부에서 선두 그룹이었고, 대구고와 경북대 출신으로 ‘성골’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그러나 대통령의 역린을 건드린 죄로 3년 동안이나 한직에서 돌더니 정년퇴직을 4년이나 앞두고 옷을 벗게 된 것이다.

노 전 국장은 올 초 사퇴 압력을 받고는 처음에 “나는 국가공무원법상 신분이 보장된 사람”이라며 저항했다고 한다. 그가 이렇게 주장할 법적 근거가 있다. 국가공무원법 68조는 2급 이하 공무원의 경우 “형의 선고, 징계처분 또는 이 법에서 정하는 사유에 따르지 아니하고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휴직·강임 또는 면직을 당하지 아니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노 전 국장은 사퇴 당시 2급이었다. 법정으로 가면 이길 수 있다. 하지만 “옷을 벗어달라”는 문체부의 집요한 요청에 그도 어쩔 수 없이 무릎을 꿇었다.

또 노 전 국장과 진 전 과장의 경우를 보면,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씨와 관련된 문제라면 얼마나 애착을 가지고 들여다보는지 짐작할 수 있다. 노 전 국장의 경우 사퇴 요구를 받은 직접 계기는 올해 초 한국·프랑스 수교 130주년을 맞아 프랑스 장식미술 역사를 소개하는 기획전 때문이었다. 표면적으로는 청와대와 김영나 박물관장 사이의 갈등이다. 하지만 중앙박물관의 단장 자리에 노 전 국장이 있는 걸 알고는 “전시 무산 사태를 김영나 박물관장의 의지가 아니라 반정부적 공무원들의 조직적 저항으로 본 듯하다”는 게 문체부 관계자들의 해석이다. 그만큼 최순실씨와 관련해 ’미운 털’이 깊이 박힌 것이다.

노 전 국장 등에 대한 사표는 최순실씨와 관련돼 있었다는 점에서 보면 2013년부터 예견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2013년 4월 국가대표선발전을 겸한 전국승마대회에서 최순실씨의 딸 정유연 선수가 2위를 한 뒤 판정시비가 일자 경기가 있었던 상주경찰서에서 심판위원장을 소환하는 등 대대적인 조사에 나섰다. 스포츠 경기의 판정시비에 경찰이 나섰다는 것만으로도 윗선 개입의혹이 파다했다. 승마협회 관계자들은 당시 경찰조사와 관련해 승마역사상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후 대한승마협회에서는 최씨 쪽이라고 알려진 박아무개 전무가 작성했다는 살생부가 돌았다. 전북·전남·세종 등 지역협회장 사퇴의 배경에 승마선수인 정유연을 국가대표로 만들려는 최순실·정윤회씨 부부가 있다는 말이 공공연하게 돌기도 했다. 소문으로만 돌던 최씨의 영향력은 현실로 받아들여졌다.

이런 와중에 청와대가 나섰다. 당시 청와대는 교육문화수석실 행정관이 문체부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에게 전화해 “박아무개 전 승마협회 전무로부터 협회관련 이야기를 들어보라”고 구체적으로 지시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청와대의 의도와 달리 진 과장은 박 전무가 최순실씨 쪽 사람으로 알려져 있어 박 전무만 아니라 반대세력으로부터도 협회의 문제점을 두루 청취했다. 그리고 청와대가 원하는 내용이 아닌 승마협회 전반적인 문제점을 담은 보고서를 상관인 노태강 체육국장을 통해 제출했다. 결국 그 해 8월 박 대통령은 당시 유진룡 문체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하면서 사실상 두 사람의 경질을 요구했고, 결국 곧바로 인사발령이 났다. 당시 문체부에서는 체육국장과 체육정책과장 등 핵심라인이 한꺼번에 경질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어서 뒷말이 무성했다.

결과적으로 두 사람은 3년만에 현직에서 떠났다. 한사람은 아직도 있느냐는 말 한마디에 타의로, 한사람은 조직에서 배제된 상황을 견디지 못해 자의반 타의반 사표를 썼다. 특히 “나쁜 사람이라고 하더라”로 그치지 않고 3년 뒤 “아직도 있어요?”라는 말로 노 국장을 내친 것을 보면 당시의 보고서가 1회성 실수가 아니라 역린을 건드린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실제 두 사람은 조사 과정에서 정유연 선수가 정윤회 최순실 부부의 딸이었다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게 어느 정도의 의미인지는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모두 민간 스포츠단체에서 현재 일하고 있으나 급여나 신분보장은 공무원 때와 비교가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의 사표를 수리하는 과정에서 실무를 담당했던 문체부 관계자는 “노 국장이 한국·프랑스 130주년 기념사업 박물관 전시와 관련해 물의를 빚었고 그것 때문에 명예퇴직을 한 것은 맞다. 윗선에서 나가라고 한 부분에 대해서는 내 선에서는 알 수 없다”며 “다만 노 국장이 사표를 쓰고 나서 바로 다음날부터 일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 것은 맞다”고 말했다. 하어영 방준호 기자 hah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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