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최순실 딸 이번엔 이대 의류학과 '학점특혜' 의혹

2016. 10. 11. 2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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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이대 의류산업학과 계절학기서 출석·보고서 없이 2학점 이수
별도 비행기 비즈니스석에 보디가드 동행한 ‘호화 해외학습’
계절학기 명분인 패션쇼 무대엔 서지 않은 채 일정 따로 소화

지난 8월5일 중국 구이저우에서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소속 학생들과 중국 학생들이 전통의상을 바꿔 입고 패션쇼를 선보이고 있다. 이대 관계자 제공

지난 6월22일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학생 25명은 단체 카카오톡방을 하나 만들었다. 초대된 학생들은 모두 계절학기 수업에 참여하는 학생들이었다. 8월3일부터 8일까지 중국 구이저우(귀주)에 가는 일정도 이날 확정돼 공지됐다. 학생들은 여권에 나와 있는 영문명과 여권번호를 하나둘씩 학과에 알렸다. 이틀 뒤 이 카톡방엔 의류학과를 전공으로 삼거나 복수전공으로 하는 학생들에겐 낯선 이름이 하나 초대된다. 정유라(개명 전 정유연). 카톡에서 유일하게 체육과학부 학생이었던 정씨는 박근혜 대통령의 최대 비선실세로 꼽히는 최순실(60·최서원으로 개명)씨의 외동딸이다. 정씨는 다른 학생들과 달리 영문명과 여권번호를 넘기지 않았다. 정씨에겐 담당 교수가 일정 등을 따로 알린다는 얘기가 돌았다.

그달 30일 오후 의류산업학과에서 개설한 ‘글로벌 융합 문화 체험 및 디자인 연구’란 과목의 사전 미팅 및 교육이 열렸다. 출석 점검을 하는 통에 학생들은 빠짐없이 오리엔테이션에 참석하라는 알림이 돌았다. 학생들은 이날 자신의 전신 및 졸업 작품, 옷에 걸칠 액세서리 사진을 준비했다. 비용과 상세 항공 일정도 공유됐다. 사후 보고서 작성을 위해 학생들끼리 조를 짰지만, 정유라라는 이름은 빠졌다. 정씨는 이날 그리고 7월31일 있었던 사전미팅에서도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학교 쪽에선 참가 학생들에게 경비 보전을 위한 장학금 명목으로 A4용지 7~9장의 사전평가서를 요구했지만, 정유라씨는 내지 않았다.

중국 현지 4박5일 일정을 마친 학생들은 8월15일 조별로 ‘중국 계절학기 보고서’를 발표했지만 역시 여기에서도 정유라란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정씨는 결국 2학점을 따냈다.

최순실씨의 딸인 정씨의 승마 특기생 입학, 체육과학부 지도교수 교체, ‘맞춤형 학칙 개정’ 의혹에 이어 이번엔 ‘학점 특혜’ 의혹까지 불거졌다. 11일 <한겨레>가 이화여대 의류산업학과 교수와 학생 등을 취재한 결과, 정씨가 중국 현지 일정 전후 교육에 전혀 참석하지 않고 보고서도 제출하지 않았는데도 학점을 취득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과정에 최씨의 영향력이 행사된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프로그램을 담당한 이인성 의류산업학과 교수는 학점 특혜 의혹을 부인했다. 이 교수는 <한겨레>와 만나 “정씨가 최순실씨의 딸인 줄 몰랐다”며 “인턴이나 아르바이트 때문에 사전·사후평가에 직접 참석하지 못한 다른 학생들도 학점을 이수했다”고 말했다.

최순실(맨 오른쪽)씨가 2014년 7월 19일 경기 과천 서울경마공원에서 열린 마장마술 경기에 참가한 딸 정유라(개명 전 유연)씨에게음료를 건네고 있다. 과천/박종식 기자 anaki@hani.co.kr

현지 일정에 동행한 정씨는 일반 학생들과 달리 ‘호화 해외학습’을 했다. 학생들은 펜타항공 이코노미클래스로 중국에 도착했지만, 정씨는 다른 비행편 비즈니스석을 타고 움직였다. 정씨는 보디가드로 보이는 남자 2명을 달고 다녔으며, 학생들이 한 패션쇼에도 참가하지 않았다. 교수들은 “유라씨를 잘 챙겨주라”고 학생들에게 당부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유라씨를 거의 보지 못했다. 정씨는 중국 여행엔 함께하긴 했지만, 계절학기 명분인 패션쇼 무대엔 서지 않았다. 대부분 혼자 따로 움직였다. 이 계절학기 수업에 참여한 한 학생은 “그 자리에서 거의 보지도 못했는데 어떻게 학점을 땄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이에 이대는 보도자료를 내어 “이 수업은 그레이드(등급)가 아닌 패스(pass·통과)·페일(fail·탈락) 과목으로 거의 수업의 3분의 2를 참여해 (정유라씨에게) 학점을 부여할 수 있었다”며 “특정 학생에 대해 특혜를 부여한 사실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고한솔 류이근 기자 so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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