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힘으로 끝냈다. 경향신문 내란 종식 특별판 소장하세요.
img
단독 

교육부 ‘블랙리스트 교사’ 관리하나

장은교 기자

‘역사교과서 국정화 반대’ 시국선언 참여 교사, 해외연수 심사서 탈락시켜

‘징계 처분 요구 중인 자·정치적 활동’ 이유 들어 제한

[단독]교육부 ‘블랙리스트 교사’ 관리하나

교육부가 해외연수 참가 예정이었던 교사를 역사교과서 국정화반대 시국선언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심사에서 탈락시킨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시국선언 참여 교사 명단을 사실상 ‘블랙리스트’로 만들어 관리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다.

충남 공주여고 윤리교사 김경성씨(39)는 지난 8월 말 충남교육청으로부터 통일부 주관 ‘2016 한국·독일 교원교류 프로그램’에 추천하겠다는 연락을 받았다. 김씨는 한 차례 고사했으나 “선발요건에 통일·역사교육관련 전문경험이 있어 김 선생이 적임자”라는 교육청의 설득에 9월1일 신청서를 보냈다. 9월4일 교육청은 김씨에게 최종선발됐음을 알리며 연구계획서를 보내라고 했다. 그러나 교육청은 19일 김씨에게 “교육부에서 결격사유가 있어서 허가를 못 내준다는데 그 내용을 물어봐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뜻밖의 메시지를 전했다.

징계 기록이나 같은 프로그램 지원을 받은 적이 없는 김씨는 결격사유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9월21일 교육부에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지난 5일 비공개결정을 받았다.

김씨는 자신과 함께 탈락한 후보에 대해 알고 나서야 어렴풋이 이유를 짐작할 수 있었다. 지난해 10월 교육부가 추진하는 역사교과서 국정화를 반대하는 교사들의 시국선언에 서명한 것이었다.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도종환 의원실이 충남교육청과 교육부 자료를 확인한 결과 교육부는 김씨 외에도 충남교육청에서 추가로 추천한 교사 ㄱ씨에게도 불허를 통보했다. 교육부는 역시 명확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김씨와 공통점이 있다면 시국선언에 참여한 것이다.

도종환 의원실은 “교육부 학교정책과에서는 ‘(탈락한) 두 명에 대해 정부포상 업무지침 제한사유 중 2항과 5항에 적용됐다’고 답했다”고 밝혔다. 관련 규정을 찾아보면 2항은 ‘징계절차가 진행중인 자 또는 관계행정기관의 징계처분 요구 중인 자’, 5항은 ‘정치적 활동 또는 각종 언론보도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정부포상이 합당치 않다고 판단되는 자’라고 명시돼 있다.

충남교육감 등은 지난해 교육부의 시국선언 참여교사 징계 요구를 거부했지만, 교육부는 징계를 요구했다는 이유로 교사들의 연수까지 제한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5항까지 적용했다는 것은 정부가 이 조항을 사실상 국가보안법처럼 악용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김씨는 “시국선언에 서명 했을 뿐 집회에 참가하거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의견을 표명한 적은 없다”고 말했다. 충남교육청에 따르면 교육부는 후보를 4명 추천할 것을 요구했고, 그중 2명을 연수자로 결정했다. 선정된 두 사람은 교육부의 징계요청 기록이 없다.

교육부 학교정책과 관계자는 경향신문과의 통화에서 처음에는 “정부 포상규정에 따라 처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교원복지연수과, 감사관실과 협의한 후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다 이후에는 “어느 과와 협의했는지, 사유는 무엇인지 말씀드릴 수 없다”는 말만 반복했다.

김씨는 “능력이 부족해 떨어졌다면 몰라도 정치적 견해를 이유로 탈락시켰다면 납득할 수 없다”며 “특히 결격사유조차 당사자에게 설명하지 않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김씨는 교육부의 비공개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했다.

이번 연수 프로그램은 오는 23~30일 교원 20여명이 독일 베를린 등을 방문해 현지 교원들과 통일교육에 대해 논의하는 과정이다. 김씨는 2010년부터 충남통일교육연구회 연구회원으로 활동했고 2013년부터 회장직을 맡고 있다. 교육청과 함께 통일교육자료 개발과 탈북학생을 지도했고, 2014년에는 통일부 장관 주최 통일논문대회에서 장려상을 수상했다.

도종환 의원은 “ ‘교사 블랙리스트’가 두 교사 외에도 교육부 사업에서 동일하게 적용되고 있는지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Today`s HOT
칠레에서 벌어진 현 연금 제도 항의 시위 교육과 연구 예산 삭감에 대한 반대 시위 계속되는 토네이도로 초토화된 켄터키주와 테네시주 인도네시아의 미얀마를 향한 지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 서거 20주년 미사 이스라엘의 공습을 받는 레바논 항구 도시 시돈
절실히 기도하는 인도령 카슈미르 무슬림들 광장까지 봉쇄, 차량 화재 현장
형형색색 만개한 네덜란드 꽃밭 캐나다-미국 교차로에서 벌어진 관세 정책 시위 지진에 대피하여 음식을 배급 받는 만달레이 현장 고층 건물에서 구조된 개를 보며 웃는 대원
교육과 연구 예산 삭감에 대한 반대 시위
교육과 연구 예산 삭감에 대한 반대 시위
경향신문 회원을 위한 서비스입니다

경향신문 회원이 되시면 다양하고 풍부한 콘텐츠를 즐기실 수 있습니다.

  • 퀴즈
    풀기
  • 뉴스플리
  • 기사
    응원하기
  • 인스피아
    전문읽기
  • 회원
    혜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