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직 사퇴" 실언에 빵 터졌다던 차은택

백철 기자 2016. 10. 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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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서울시 강남구 논현동에 위치한 아프리카픽쳐스 소유 건물의 모습. 백철 기자

·알고 보면 야당 성향? 5·18 민주화운동·공감·촛불집회 긍정 평가

최순실 게이트의 한 축인 미르재단과 관련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인물이 차은택 아프리카픽쳐스 대표(47)다. TV광고 전문 사이트인 TV CF에 차 대표가 감독으로 이름을 올린 작품만 658편이다. 이외에도 이효리, 싸이, 티아라 등 가수들의 뮤직비디오 200여편이 차 대표의 손에서 태어났다. 겉으로 드러난 차 대표의 삶은 박근혜 대통령은 물론이고 정치와도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하지만 차 대표가 미르재단 설립에 깊게 관여한 정황이 드러나면서, 차 대표 역시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가 아니냐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

이효리·싸이 등 뮤직비디오 200여 편

9월 20일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조응천 더민주 의원은 황교안 총리에게 질문하는 형식을 빌려 차 대표와 최순실씨가 각별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두 사람의 인연이 직접적으로 드러난 것은 없다. 2014년 7월 최순실씨와 정윤회씨의 이혼 사실이 밝혀지면서 최순실이란 이름이 다시 세간에 퍼졌다. 비슷한 시기인 2014년 8월 차 대표가 대통령 소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것이 그나마 두 사람의 인연이라면 인연이다. 차 대표는 지난해 8월부터 올해 3월까지는 창조경제추진단장 겸 문화창조융합본부장을 맡았다. 그가 비선실세, 혹은 비선실세의 측근이 아니라면 어떻게 단기간에 1급 공무원 자리에 오를 수 있었는지, 늘품체조에 대통령이 갑자기 관심을 보이며 직접 시연에 나섰는지 명확히 설명되지 않는 지점이 있다. 단지 김상율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외조카라는 이유만으로 정부 문화정책의 중심에 차 대표가 갑자기 들어올 수 있었을까.

흥미로운 것은 차 대표가 정치적으로는 친박에 가깝지 않다는 정황이 있다는 점이다. 차 대표는 문화창조융합본부장직을 사임할 즈음인 올해 4월까지는 활발한 SNS 활동을 했다. 문화융성위원으로 발탁되기 이전인 2014년 7월까지는 거의 매일 자신이 제작한 뮤직비디오를 홍보한다든지, 자신과 친분인 있는 연예인에 대한 신변잡기적 글을 자주 올렸다. 이따금 시사 현안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쓴 적도 있다. 2014년 차 감독은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몇몇 글을 자신의 SNS에 게재했다. 2014년 5월 9일에는 미디어몽구 김정환씨의 글을 올렸다. 세월호 유가족들이 KBS의 보도행태에 분개해 서울 여의도 KBS 앞에서 집회를 벌였다는 내용이었다. 참사 직후인 4월 18일에는 김선우 시인이 참사를 소재로 쓴 시를 자신의 SNS에 올렸다. 2013년에는 모 출판사의 한국사 교과서 논란에 대해 “아 뜨거워, 머리가 또 뜨거워지네 우씨”라며 불만을 표했다.

2012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는 정권교체를 염원하는 글을 자주 올렸다. 2012년 11월 22일, 차 대표는 영화 <남영동 1985>를 관람했다. <남영동 1985>는 고문기술자 이근안이 김근태 전 의원을 고문한 사건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고문 장면에 대한 신랄한 묘사로 논란이 됐으며, 야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는 ‘꼭 봐야 하는 영화’ 중 하나로 거론됐던 작품이다. 11월 25일에는 박근혜 대통령이 “15년 동안 국민의 애환과 기쁨을 나눠왔던 대통령직을 사퇴합니다”라고 실언한 영상을 올리며 “이건 좀 재밌다. 오랜만에 빵 터졌다”는 글을 올렸다. 애초에 영상을 올린 사람은 영화배우인 문성근 전 민주당 고문이었다.

대선에 가까워지면서 차 대표가 글을 올리는 주기도 짧아졌다. 대선 3일 전인 2012년 12월 16일, 차 대표는 “과연 정권이 바뀌면 세상이 좀 달라질까? 늘 대선 때마다 희망을 꿈꾸지만 1년을 못 가서 남는 건 허무와 탄식뿐”이라면서도 “그래도 여전히 미련을 가져본다”고 적었다. 정권교체를 지지하는 뉘앙스다. 다음날에는 “국립 5·18 민주묘지에서 참배드리고 촬영 시작합니다”라며 인증사진을 올렸다. 당시 차 대표는 코어콘텐츠미디어(현 MBK 엔터테인먼트)의 신인 남성그룹 스피드의 ‘슬픈 약속’ 뮤직비디오를 찍고 있었다. 당시 언론 보도에 따르면 김광수 코어콘텐츠미디어 대표는 이 뮤직비디오에 대해 “요즘 젊은이들이 6·25도 5·18도 모른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당시 젊은이들이 어떤 삶을 살았는지, 민주화라는 따뜻한 봄날이 오기까지 격동기를 겪었다는 사실을 음악을 통해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와 차은택 대표는 ‘슬픈 약속’의 시나리오를 공동 집필했다.

대선 전날인 2012년 12월 18일에는 투표 때문에 뮤직비디오 촬영 시간을 4시간 늦췄다는 내용을 올렸다. 그 다음 글에서는 2008년 촛불집회를 직접 거론했다. “대한민국 국민들을 믿고 싶다. 월드컵 4강 신화도 국민들의 희망으로 만들었고, 촛불집회 때 우리가 얼마나 원하는 바가 같은 건지 보았다. 내일이 지나면 되돌이킬 수 없고 후회는 이미 늦은 것이다” 종합해보면 2012년 대선 당시 차 대표는 2008년 촛불집회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공감하는 평범한 시민이었다. 최소한 새누리당 성향은 아니었다고 볼 수 있다.

정부 일 하면서 성향 급격히 바뀐 듯

차씨가 정부에서 활동하면서 급격히 사람이 바뀐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차 대표의 아프리카픽쳐스는 차씨가 2001년 10월부터 소유하고 있던 ㄱ건물에 입주해 있었다. 애초 차 대표는 광고감독 박모씨와 ㄱ건물의 지분을 공동 소유했다가 2003년 4월부터 단독 소유하게 됐다. 지난해 4월 ㄱ건물은 철거된 후 리모델링에 들어갔고 이 작업은 올해 1월 5일에 끝났다. 건물의 실거래가는 정확히 알 수 없으나 7일 현재 근저당만 40억원 넘게 걸려 있다. 박씨는 “10여년 전 잠깐 알고 지냈고, 지금은 차 대표에 대해서 잘 아는 바가 없다”고 말했다.

ㄱ건물의 리모델링이 마무리 단계에 들어선 지난해 12월 16일, 아프리카픽쳐스는 논현동의 다른 건물(ㄴ건물)을 57억원에 구입한다. 서울 지하철 7호선 학동역을 기준으로 ㄱ건물이 북쪽이라면 ㄴ건물은 남쪽에 있다. ㄴ건물을 구입한 57억원은 차 대표가 자신이 소유한 스타빌딩을 팔고 받은 돈에서 나온 걸로 보인다. ㄴ건물과 지근거리에 있는 스타빌딩은 10년 전부터 지금까지 MBK엔터테인먼트가 입주해 있는 건물이다. 차 대표는 김광수 MBK엔터테인먼트 대표와 2006년부터 스타빌딩을 공동 소유했다. 하지만 김 대표의 자금사정이 악화되면서 2012년 8월부터 스타빌딩은 차 대표가 단독으로 소유하게 됐다. 그리고 차 대표는 지난해 12월 7일, 스타빌딩을 105억원에 매각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차 대표가 정부 일을 하면서 원래 알고 지내던 사람들과 자연스레 멀어지는 일도 있지 않았겠나”라고 말했다. 올해 3월 MBK엔터테인먼트는 차 대표와 걸그룹 티아라의 웹드라마 6편을 제작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실제 제작된 웹드라마 <달콤한 유혹>의 감독은 차 대표가 아닌 다른 사람이다. 또한 2015년 여름에 MBK엔터테인먼트의 신인 걸그룹이 데뷔했지만 차 대표는 뮤직비디오 제작에 관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TV CF에 따르면 2014년 8월에서 2016년 3월까지 차 대표가 감독을 맡은 TV 광고는 총 30편이다. 차 대표는 정부에 들어가기 전까지 매년 100편 가까이 광고를 찍었다.

차 대표에게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한 생각을 직접 듣고 싶었다. 과거 SNS에 야권 성향에 가까운 게시물을 올린 취지도 듣고 싶었다. 몇 번의 시도 끝에 6일 중국 출장 중인 차 대표와 간신히 연락이 닿았다. 하지만 차 대표는 “언론에 몇 번 인터뷰를 응했다가 오히려 너무 힘들어졌고, 지금은 너무 괴로운 심정뿐이다”라며 “나중에 꼭 인사드리고 말씀 나누겠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말을 마쳤다.

<백철 기자 pudmake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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