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차 징크스 '레임덕 시계' 빨라진다
[경향신문] ㆍ미르·K스포츠재단 등 ‘비선 실세 게이트’ 의혹 갈수록 확산
ㆍ국정 동력 ‘흔들’…야 ‘특검 카드’ 공격에 여 ‘정치공세’ 방어
박근혜 대통령의 집권 4년차가 악재로 삐걱대고 있다. 청와대 고위층과 측근들의 권력형 비리 의혹으로 국정 동력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약고를 안고 있다. 여소야대로 국회 무게추가 옮겨지면서 입법 동력도 위태롭다. 청와대를 비롯한 여권과 야권의 충돌 기류는 고조되고 있다. 양측이 현행 5년 단임 대통령제 도입 이후 정부마다 예외없이 겪었던 ‘집권 4년차 징크스’를 앞당기느냐, 미루느냐를 두고 대결하는 형국이다.
우여곡절 끝에 정상화한 국정감사는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의혹을 중심으로 굴러가고 있다. 최순실씨와 광고감독 차은택씨 등의 ‘비선 실세’ 여부와 정권 차원의 특혜성 지원 여부가 규명 대상인 만큼 과녁은 청와대에 맞춰져 있다. 대결 정국의 중심 주체가 여야 정당이 아닌 야권과 청와대가 된 것이다.
청와대는 거리두기에 나섰지만 파장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이라고 선을 그었다. 새누리당도 ‘카더라식 정치공세’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야당이 밀라노엑스포 의혹에 이어 정부의 K-스타일 허브, K밀, K타워 사업 등에 추가 의혹을 제기하고 있어 전선은 확장되는 모습이다. 오는 21일 국회 운영위원회의 대통령 비서실 국감이 예정돼 있어 이를 기점으로 충돌이 최고조에 이를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권력형 비리 특별검사제 도입 카드를 만지작거리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7일 국회에서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미르재단과 측근 비선 실세 의혹들을 정세균방지법과 검찰 고발로 물타기할 것이 아니라 권력형 비선 실세 의혹에 대해 단호하게 책임규명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해철 최고위원은 “검찰이 제대로 밝혀내지 않으면 반드시 특검을 해서라도 밝혀져야 한다”고 했다.
국민의당도 특검을 거론하고 있다.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회의에서 “(청와대는) 고구마줄기처럼 파면 나오는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해 국민 앞에 소상히 해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위원장은 회의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자신이 최근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에 대한 특검 추진 의향을 밝힌 것에 대해선 “(검찰)수사 결과를 보고 특검을 준비하겠다”고 했다.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의 향후 ‘진로’는 박 대통령의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 시기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임기 후반기인 4년차에 측근, 친·인척 비리가 터지면서 급속히 정국 주도권을 상실하는 ‘4년차 징크스’가 반복돼 온 만큼, 박 대통령에게도 이번이 고비가 될 수 있다.
1987년 개헌으로 5년제 단임 직선제 대통령이 들어선 뒤 역대 대통령들은 모두 집권 4년차에 ‘권력형 게이트’가 터지며 힘이 빠졌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집권 4년차인 1991년 불법개발 사건인 일명 ‘수서비리’로 청와대 비서관과 여야 국회의원 5명이 구속되며 대국민사과를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의 레임덕도 4년차인 1996년 장학로 청와대 부속실장 구속사건으로 시작됐고, 김대중 전 대통령은 4년차에 ‘이용호 게이트’ ‘진승현 게이트’ ‘정현준 게이트’ 등이 잇따르면서 치명상을 입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4년차인 2006년에 사행성 게임 ‘바다이야기’에 정권 실세 개입설이 퍼지면서 곤혹스러워했다.
<유정인·김한솔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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