財界 "전경련, 정부의 收金기구 전락.. 싱크탱크로 전환해야"

류정 기자 입력 2016. 10. 7. 03:09 수정 2016. 10. 7. 09:16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경련 해체론' 왜 나오게 됐나] 기업 입장 정부에 전달하는 대신 돈드는 정부 사업 동원되기 일쑤 노무현·김대중 정부 때도 북한에 현물 지원 사업 주도 설립 초기에는 산업화에 기여.. 전경련 "순수 민간단체로 역할 커"

대기업 이익 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사면초가에 빠졌다.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과 어버이연합 편법 자금 지원 논란에 휘말리면서 사실상 기능이 마비된 상태다. 정치권과 시민단체에선 '전경련 해체론'을 주장하는 목소리까지 커지고 있다. 더구나 삼성·LG 등 국내 대표 기업에서조차 "전경련은 기업이 아니라 정부만 대변하면서 정부가 요구하는 각종 모금의 수금(收金) 기구로 전락했다"며 '전경련 무용론(無用論)'이 나오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전경련을 미국 헤리티지연구소처럼 국가 백년대계를 고민하는 연구 조직으로 '발전적 전환'하는 방안도 고려할 때"라고 말했다.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에 있는 전경련회관의 모습. 전경련은 최근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설립 등과 관련된 논란에 휩싸이면서 해체론까지 거론되고 있다. /김연정 객원기자

"전경련, 기업 대변 못하고 정부 사업에 동원" 전경련 '해체론' 확산 배경에는 재계에서 "대기업 입장을 정부·국회 등에 전달하는 본연의 역할은 하지 않고, 오히려 정부의 요구 사항을 기업에 하달하는 창구가 됐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 크다. 최근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주도하면서 20여 기업에서 약 770억원을 할당하고 수금하는 역할을 했고, 보수 성향 시민단체인 '어버이연합'에 복지재단을 통해 1억2000만원을 편법 지원한 사실도 드러났다.

전경련의 친(親)정부 활동은 이전(以前) 정부에서도 있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는 북한 현물 지원 사업을 주도했고, 이명박 정부 당시 서민을 대상으로 저리 대출 사업을 하는 '미소금융재단'을 설립할 때도 전경련이 앞장섰다〈그래픽 참조〉. 현 정부 들어서 '청년희망펀드'와 '창조경제혁신센터' 추진에 전경련이 중개자 역할을 했다. 재계 관계자는 "포스코·롯데 등 최근의 '기업 수사' 같은 민감한 사안에는 전경련이 침묵하면서 정부의 '보여주기 식(式) 사업'에만 적극 협력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전경련은 "기업이 참여하는 모금 활동을 전경련이 주도해온 건 오랜 관행"이라고 해명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각종 모금 활동이 벌어질 때 기업 간 의견을 조율할 기관은 현실적으로 전경련밖에 없다"며 "기업과 정부의 가교(架橋) 역할을 하다 보니 정부를 대변한다는 오해를 받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기업 대변만 한다는 내부 비판도

전경련은 600개 회원사가 아닌 일부 기업의 이익만 대변한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순환 출자 제도 완화'다. 전경련은 "현재의 순환 출자 제도가 기업 경영권을 위협할 수 있다"며 완화를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 기업이 지주회사 체제를 갖춘 만큼 '순환 출자 제도 완화'는 삼성 등 일부 기업에만 해당하는 내용이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전경련이 회비를 많이 내는 몇몇 기업 이익에만 관심이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

전경련은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이 1999년 회장에서 물러난 이후 자리를 맡겠다는 총수가 없어 매번 '구인난'을 겪어왔다. 4대 그룹의 영향력이 절대적인 전경련에서 4대 그룹 총수들이 하나같이 회장직을 고사(固辭)하자, 마땅한 회장감을 찾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2010년에는 조석래 회장이 건강상 이유로 사의를 표명했으나, 이후 후임을 찾지 못해 8개월간 사실상 공석이 되기도 했다. 2011년부터 3연임 중인 허창수 회장도 내년 2월 임기 후 더 이상 맡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이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전경련이 소수 재벌의 기득권과 정부 입장만 대변하는 단체로 전락했다"며 "정권이 바뀔 때마다 혁신을 하겠다고 했지만 모두 실패한 만큼 이제는 해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경련 "재계 대변하는 유일한 민간 종합 경제 단체"

그러나 전경련은 "현재 국내에서 활동하는 경제 단체 중 순수한 민간 종합 경제 단체로서 조직의 존재 이유가 분명하다"고 주장한다. 흔히 경제 5단체라고 하는 대한상공회의소·전국경제인연합회·중소기업중앙회·한국무역협회·한국경영자총협회 중 대한상의·중기중앙회 등 두 단체는 법에서 정부 지원을 받아 설립하도록 한 '법정 단체'다.

무협과 경총은 민간 단체이긴 하지만, 무협은 수출업체 지원 사업, 경총은 노조와 교섭하는 사용자 단체로서 역할을 주로 한다. 전경련 관계자는 "2개 법정 단체는 정부 지원을 받기 때문에 기업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지 못하고 있고, 무협과 경총은 종합 경제 단체가 아니다"며 "유일한 민간 종합 경제단체로서 전경련의 입지와 역할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실제 전경련이 그동안 산업·경제 발전을 위한 다양한 활동에 공헌한 부분도 크다. 각종 규제 완화와 경제 발전 방안을 위한 정부 건의, 산업·경제계 주요 이슈 관련 세미나 개최, 해외 경제 단체와 교류, 청년·중장년 취업 지원 같은 사회 공헌 활동 등을 벌였다.

- Copyrights ⓒ 조선비즈 & ChosunBiz.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