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떠나세요?" 1년에 4번 바뀐 담임선생님

김지연 기자 2016. 10. 7. 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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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초등학교 5625개 학급, 1년에 한 번 이상 담임 바뀌어 女교사 육아휴직 매년 늘어나고 기간제 교사는 임용 합격 땐 떠나

충남 A초등학교의 한 3학년 학급 학생들은 지난 한 해 동안 모두 다섯 번 담임선생을 만났다. 정규직 교사인 첫 담임이 개학 한 달 만에 출산 휴가를 떠나자 기간제 교사가 그 자리를 채웠지만 임용 시험에 합격하면서 정규 교사 발령을 받아 다른 학교로 갔다. 2학기부터 세 번째 담임을 맡은 기간제 교사가 개인 사정으로 사표를 내자 학교 측은 정규직인 영어 전담 교사를 임시 담임으로 지정한 뒤 기간제 교사를 새로 뽑아 다섯 번째 담임을 맡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학부모들은 "담임이 너무 자주 바뀌어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한다"며 학교 측과 교육청에 집단적으로 불만을 쏟아냈다.

아이들과 온종일 지내며 대부분 과목을 가르치는 초등학교 담임교사가 자주 교체돼 교육 현장의 혼란을 초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전희경 의원(새누리당)이 교육부에서 제출받은 '전국 초등학교 학급 담임 교사 교체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초등학교 12만63학급 가운데 5625학급(4.7%)의 담임이 1년에 한 번 이상 바뀌었다. 이 가운데 347학급은 두 번, 13학급은 세 번 이상 담임이 바뀌었다.

이처럼 담임 교체가 빈번한 것은 초등학교 교사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여성 교사들의 육아휴직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육아휴직 초교 교원은 2010년 4776명에서 2012년 6059명, 2014년 8400명 등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초교 담임 교체 사유 중 '육아휴직'이 27.8%로 가장 많았다. 육아휴직 교사의 빈자리를 기간제 교사들이 메우지만 담임 교체 현상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교육 당국 관계자는 "보통 임용 시험을 준비하는 기간제 교사들이 담임을 맡은 이후 합격하면 떠나는 경우가 생긴다"고 말했다.

40대 이상 정규직 교사들이 담임 맡기를 기피하면서 젊은 정규직 교사나 기간제 교사들이 주로 담임을 맡는 현상도 잦은 담임 교체의 또 다른 이유다. 교육부 관계자는 "가임기의 젊은 20~30대 교사들이나 기간제 교사들이 떠밀리듯 담임을 하다 보니 육아휴직→기간제 교사 채용 등으로 담임이 자주 바뀌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교육부는 육아휴직을 6개월 이상 할 경우 한 달 전에 알려 담임을 맡지 않도록 하는 '육아휴직 사전 예고제'를 권장하고 있지만 의무 규정이 아니어서 실질적인 효과가 미미하다는 분석이 많다. 정서교육 전문가인 연세대 교육학과 황금중 교수는 "담임이 자주 바뀌면 아이들이 불안해하고 정서 안정에도 좋지 않다"면서 "초등학생 때는 지식 습득보다는 담임과의 안정감 형성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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