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진 신고에 '아동을 가해자로부터 격리?'

2016. 10. 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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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아동학대와 지진 신고에 똑같은 지침 ‘황당’
‘붙여넣기’ 지진대응 매뉴얼 부실 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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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지진 등 대규모 인명피해가 예상되는 재난 상황. 119 신고가 접수되면 소방서는 어떤 조처를 해야 할까? 매뉴얼대로라면, ‘경찰과 함께 출동해 신고대상 아동의 안전을 확보하고 가해자로부터 격리’해야 한다.

■ 아동학대 신고와 지진신고에 똑같은 대응지침 국민안전처의 허술한 119 신고대응 매뉴얼이 경주 지진피해 당시 혼란을 가중시켰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6일 국회 안전행정위원회 소속 진선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민안전처로부터 제출받은 ‘119 종합상황관리 표준매뉴얼’을 보면, 엉뚱하게도 아동학대 신고시 상황대응 매뉴얼이 고스란히 포함돼 있는 등 전체적으로 매우 부실하다”고 주장했다. 진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재난신고를 받을 경우 119상황요원은 ‘신고대상 아동의 안전 확보를 위해 경찰과 동시출동(가해자로부터 격리)’, ‘관련 사건에 대해 유관기관에 정보제공 및 동시출동 요청’ 등을 해야 한다. 또 매뉴얼은 “지진, 풍수해 등 대규모 자연재해 발생시 119로 신고가 집중돼 상황 관리에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관련 정보는 텔레비전(TV)이나 라디오 등을 통해 확인해주기를 부탁하며 신고 집중을 줄이라”거나, “신고 폭주가 예상될 경우, 에이아르에스(ARS)로 동일지역 동일재난에 대한 안내멘트를 발송하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진 의원은 “아동학대 신고시 상황대응 매뉴얼에 나온 조치사항과 완전히 동일하다. 상황별 대응 조치를 복사해서 붙여넣는 것”이라며 “대규모 재난신고를 단순 민원으로 간주해 소극적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매뉴얼은 지난해 7월 중앙소방본부에서 작성한 표준매뉴얼로, 19개 시·도소방본부는 이 표준매뉴얼을 준용해 상황별 관리 대응 매뉴얼을 작성한다.

■ “지진 났어요” 신고에, “저도 흔들려요” 표준매뉴얼이 부실하다보니, 119신고 전화를 받는 상황요원의 대응도 허술했다. 진 의원이 국민안전처에서 제출받은 지난달 12일 경주 지진 발생 직후 최초 신고 30건의 녹취록을 보면, 매뉴얼대로 “재난방송을 통해 관련정보를 확인하라”고 안내한 경우는 2건에 불과했다. 다급한 상황에서 신고자에게 “튼튼한 책상 밑에 들어가 머리를 보호하라”, “가스불이나 전열기를 끄고 지진이 멈추면 넓은 공터로 대피하라” 등 최소한의 국민행동요령을 안내한 경우는 단 1건도 없었다.

한 상황요원은 “지진이 일어난 것이냐”고 묻는 신고자에게 “느낌이 있냐? 잘 모르겠다”며 반문했고, 또다른 상황요원은 “집이 막 흔들리는데 뭐냐”는 신고자에게 “여기도 흔들린다”고 말할 뿐 적절한 대응방법을 안내하지 못했다. “아직 지진에 대해 통보받지 못했다”는 말만 반복했다. 심지어 집 전체가 흔들린다는 신고자에게 “많이 흔들리면 일단 대피부터 하라”는 잘못된 지침을 안내하기도 했다. 건물 안에 있을 때 흔들림을 느끼면 일단 책상 밑에서 낙하물을 피하고, 흔들림이 멈췄을 때 건물 밖으로 대피해야 한다. 진 의원은 “재난관련 신고가 119로 통합된만큼 재난상황에 맞게 실행가능한 119신고 대응매뉴얼을 구체적으로 재정비해야 한다. 상황요원 교육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허승 기자 rais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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