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병기 연예톡톡]'걸어서 세계 속으로'의 콘텐츠로서의 가치
-‘걸세’, 지난 11년간의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헤럴드경제=서병기 선임 기자]여행 프로그램 KBS ‘걸어서 세계 속으로’가 방송한 지 11년이 됐다. 2005년 11월 시작해 삶의 공간인 세계 도시 곳곳을 돌며 지금까지 142개국, 1303개의 도시를 방문했다. 오는 8일에는 500회 특집인 ‘기차 타고 대륙여행’ 3부작이 시작된다.
‘걸세’는 시청률이 6%대~9%대가 나오니 교양물로는 시청률이 꽤 높은 편이다. 게다가 KBS 프로그램중 VOD로 보는 랭킹에서는 상위에 있다.
콘텐츠로서 충분한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이 가치는 시청자들이 이미 증명해 준 바 있다. 2009년 ‘걸세’가 폐지됐을 때다. 이 때는 KBS가 수신료를 현실화하려는 즈음이기도 했다. 김정수 KBS 교양국장은 “폐지하고 나니 수신료를 안내겠다고 시청자들이 홈페이지 등을 통해 항의가 많이 있었다”고 전했다. KBS에 수신료를 안내겠다거나 공영성이 약화된다는 말보다 무서운 건 없다. 수신료가 아깝지 않은 프로그램인 ‘걸세’는 당연히 2010년 재개됐다.
‘걸세’의 콘텐츠로서의 가치와 매력은 무엇인가? 여행 트렌드를 잘 반영했다고 하는데, 어떻게 반영한 것인가?
김정수 교양국장은 “걸세는 빵빵한 일렉 기타가 아니라 소소한 어쿠스틱 기타다. PD 혼자 기획, 촬영, 편집, 글쓰기까지다한다. 지금은 이상하지 않은 제작방식이지만 당시만 해도 낯선, 1인 제작의 시초였다“고 말했다.
이어 ”걸세는 유명 관광지도 포함되지만, 골목길이나 현지인들이 좋아하는 스트리트, 갤러리, 여행 잡지에 많이 나온 곳보다 현지인의 삶을 많이 알 수 있는 곳을 소개하고, 현지인의 일상을 보며 소소하지만 작은 행복을 느끼는 걸 보여준다”면서 “PD의 눈으로 본 세상이다. PD의 공감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다. 나는 음악을 좋아해 영국의 LP전문점을 찾아 왜 편리한 방식을 두고 LP를 고집하는지를 취재해 보여주었다. LP는 실체가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런 것들이 동시대 사람들에게 공감과 영감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걸세’는 여행에 관한 웬만한 정보는 인터넷과 모바일만 들어가면 넘쳐나는 시대에 여행 가이드 같은 콘텐츠가 아니다. ‘어디 가서 무엇 보고, 어느 음식점이 맛있고’ 하는 안내 중심이 아니라, 여행자 입장(KBS 교양PD)에서 가슴으로 느낀 주관적인 스토리텔링형 콘텐츠다.
임혜선 PD가 ‘걸세’를 연출하며 첫 여행지로 사람들이 잘 모르는 프랑스 오베르뉴를 택했다. 그는 클래식 음악을 듣다 ‘오베르뉴의 노래(Chants d‘Auvergne)‘를 접하고, 이 음악에 끌려 검색하다 미슐랭 박물관이 있고 화장품의 고장이기도 한 그 곳에 가게 됐다고 했다.
여기서는 여행을 하는 사람의 감성과 감정이 중시된다. 자연히 여행자의 내면을 쫓아가게 된다. 그러니 소재고갈을 별로 우려하지 않는다. 김서호 교양문화국 팀장은 “뉴욕이나 샌프란시스코는 여행 프로그램에서 많이 다룬 도시지만, 걸세는 다시 다룰 수 있다. 그 사람(PD)이 보는 뉴욕이 다르기 때문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걸세’는 PD가 구석구석 발품을 팔아가며 체험으로 풍광을 담아주고 그 지역의 보통 사람들을 만나 식사를 하고 가정도 방문, 생활을 담아내 구수한 사람 냄새가 난다. PD가 싱가폴의 아파트 가정을 방문해 그 나라 중산층의 삶을 직접 물어본다. 주마간산형 여행에서는 가기 힘든 곳을 가고, 시도하기 힘든 것까지 하는 경우가 있다.
‘걸세’가 KBS 교양PD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보니 1년을 채못넘기고 담당이 바뀌는 것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PD가 ‘걸세’를 맡게 되면 첫 방문지는 자신이 가장 가고싶은 곳을 가라고 한다고 한다. 그래야 주관적인 감성과 내면이 잘 나오기 때문이다.
지난 3년간 내레이션으로 실내에서 세계여행을 실컷 했던 이광용 아나운서는 “항상 ‘앉아서 화면 속으로’였는데 언젠가 걸어서 가봤으면 한다”면서 “만약 내가 간다면 북유럽을 가고싶다. 사람들이 어떤 곳, 어떤 환경에 살고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보고 싶다. 그들의 팍팍한 얘기를 듣고 삶의 질을 보고싶고, 행복지수가 높은 나라는 어떻까를 들여다보고픈 생각이 있다. 사회학도로서 가능하다면 이걸 우리 사회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겠다”고 말했다.
‘걸세’가 세계의 여러 도시들을 여행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그들의 문화와 삶의 모습을 담는다는 부분이 쉽게 유지되는 건 아니다. 주관적인 스토리 텔링은 제작진이 항상 고심 하는 부분이다. 김서호 팀장은 “햄버거라는 단어의 어원이 된 도시 함부르그에 가 요리를 하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줬더니 회사간부로부터 객관적인 걸 담아야지 피디 경험만 잔뜩 담았냐고 혼난 적도 있다”면서 “명승지, 여행지만 돌 것이냐, 농부의 집에 들어가고, 특별한 경험을 할 것인가를 고민한다. 양 자를 적절히 버무려야 한다. 너무 피디의 주관성만 보여주면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 선을 결정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걸세’의 방향에 대해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 자체가 프로그램의 인기를 반영한다. 하지만 ‘걸세‘가 결코 포기하지 말아야 될 것은 여행자의 주관적 감성과 감정, 느낌, 내면이다.
느낌으로 보는 KBS 드라마 ‘공항 가는 길’에는 승무원인 직장맘 김하늘이 “어느 낯선 도시에 비행 가서 30분간 사부작거리며 걷는데, 어디선가 불어오는 미풍에 복잡한 생각과 스트레스가 잠시 사라졌다”고 말한다. 여행의 미덕과도 비슷한 말이다. 그리고 일상의 긴장으로 돌아오는 시간(드라마에서는 불륜이 될 수도 있는 김하늘이 이상윤과 전화로 좋은 시간을 보내다 끊는 순간이다)을 “비행간 낯선 도시에서 30분간 산책끝”이라고 표현했다. 하루 24시간중 30분은 사부작거려도 되고 정신줄을 놓아도 된다. 감성여행기 ‘걸세’가 현대인에게 이런 릴렉스를 제공하는 게 이 콘텐츠의 힘이고 가치이다.
서병기선임기자/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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