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경련 "집·자동차 구입시 채권 강제 매입제도 폐지해야"

이진철 2016. 10. 6.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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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택·자동차 등 등기 각종 인·허가시 채권 매입 강제강제성 채권 2014년 20조원 매입.. 경제적 부담 발생"채권시장 발전·이자율 하락 등 제도유지 타당성 저하"

[이데일리 이진철 기자] A씨는 최근 서울시 강서구의 한 아파트를 5억2000만원에 매입했다. 등기소를 찾은 A씨는 부동산 소유권 등기를 하려면 국민주택1종채권 897만원을 의무적으로 구입해야 된다고 안내받았다. 목돈지출이 부담되었던 A씨는 은행의 권유로 채권을 사자마자 되팔았는데 거래수수료, 시세차손 등을 포함한 본인 부담금으로 11만7000원을 뺀 금액을 돌려받았다. A씨는 왜 사야하는지 이유도 모른 채 구경도 못한 채권을 사고파는 과정에서 손해를 봤다는 생각을 떨칠 수 없었다.

국민의 부담 완화를 위해 강제성 채권제도를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6일 “주택·자동차 등의 등기 또는 각종 인·허가시 매입해야 하는 강제성 채권제도는 시대상황을 감안할 때 제도유지의 타성성이 많이 감소했다”면서 “강제성 채권제도로 인한 국민의 부담완화를 위해 제도 폐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경련은 “강제성 채권은 과거 금융시장이 발달하지 않았던 당시 공공사업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도입된 제도”라며 “현재 세계적으로 유사한 사례를 찾아보기 힘들다는 것도 폐지해야 하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강제성 채권에 대해 생소해 하는 것과는 달리 대부분의 사람들은 집을 사거나 차를 살 때 적어도 1번 이상 강제성 채권을 구입해야 한다. 강제성 채권에는 부동산 등기 또는 각종 인·허가, 면허 취득 시 구입하는 국민주택1종채권, 자동차 등기 또는 각종 인·허가, 면허, 취득시 구입하는 도시철도채권과 지역개발채권이 있다.

강제성 채권이라는 명칭은 국가, 지자체, 공공기관이 발행한 채권을 국민들에게 강제로 매입하도록 한 특징에서 비롯됐다. 자금조달도 어려웠고 자금을 어렵게 조달하더라도 높은 이자율을 감당할 수 없었던 과거에는 강제성 채권제도가 공공사업 자금 조달을 위한 불가피한 정책이었다.

강제성 채권은 일반적인 금융상품에 비해 이자율이 낮다. 합리적인 투자자라면 수익률이 높은 상품에 투자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강제성 채권제도는 국민들에게 낮은 이자를 지급하는 상품을 구매하도록 하고 있다. 국민들이 2014년 한 해 구입한 강제성채권은 약 16조원이었으며 작년에는 약 20조원으로 증가했다.

강제성채권 매입자들은 원치 않은 채권매입에 부담을 느끼거나 낮은 이자율로 인해 강제성채권을 구입 즉시 증권사 등 금융기관에 되팔고 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되팔 때의 시세가 채권 구입가격보다 낮아 손해를 보고 있다. 가령 지난달 29일 기준으로 구입시 1만원인 국민주택1종 채권을 되팔 때의 시세는 9893원이다.

전경련은 “강제성채권 의무 매입을 통해 발생한 손해는 기업과 국민들이 부담한 사실상의 준조세로 2014년에는 약 7000억원, 2015년에는 4000억원 수준으로 나타났다”면서 “뿐만 아니라 국민주택채권 매도시 매도금액의 0.3%를, 지역개발채권과 도시철도채권 매도 시 매도금액의 0.6%를 거래수수료로 금융기관에 납부해야 한다”고 말했다.

강제성 채권 사업목적과 무관한 국민들도 행정허가시 필요하다는 이유로 강제성 채권을 매입해야하는 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엽총소지허가, 사행행위영업허가, 주류판매제조업, 측량업, 수렵면허 등의 경우 국민주택채권 또는 도시철도채권을 매입하도록 돼 있으나 사실상 허가·면허의 내용과 구입하는 강제성채권의 사업목적과는 관련성이 없다.

지자체가 발행하는 지역개발채권의 경우 지자체별로 부과하는 매입금액이 다르거나 매입을 면제해주는 경우가 발생하기 때문에 어떤 지자체에 속해 있는지에 따라 금전부담이 다른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추광호 전경련 산업본부장은 “최근 채권시장이 발전하고 이자율이 하락하는 등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강제성 채권제도의 필요성이 거의 없어졌다”면서 “시장원리에 반하는 강제성 채권제도를 폐지하고 필요한 자금은 시장원리에 따라 조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진철 (cheo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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