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세월호 참사 기초자료 제출 요구도 거부"

김형태 2016. 10. 5. 2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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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조위, 5일 기자간담회 열고 정부의 진상 규명 활동 방해 사례 공개

[오마이뉴스김형태 기자]

"여러 번 청와대에 협조 공문을 보내는 등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대통령 지정 기록물'이라 줄 수 없다는 황당한 답변을 들었다."

정부에 의해 공식적인 조사 활동이 강제 종료된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아래 특조위)가 5일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진상 규명 활동 방해와 비협조 사례를 공개했다.

이석태 특조위 위원장은 "특조위는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위한 독립 국가 기구로 국민적 열망을 바탕으로 설치된 조직"이었으나 "정부는 그 활동을 지원하기보다는 방해하는 데 열중했다"고 토로했다. 이어 "예산도 특조위가 신청한 것에 비해 거의 절반으로 대폭 삭감됐으며 진상규명 활동을 위한 사업비도 제대로 지급되지 않았다. 조사 활동에도 적극적으로 협조한 사례가 거의 없었다고 할 정도로 방해나 비협조 사례가 많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 중간점검보고서  중간점검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특조위의 예산요구액은 159억원이었으나 실제 지급된 예산은 89억원이었다.
ⓒ 김형태
이날 특조위가 공개한 중간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특조위의 예산요구액은 159억 원이었으나 실제 지급된 예산은 89억 원이었고, 참사 조사와 관련된 예산은 45억8000만 원에서 14억2200만 원으로 69%나 삭감됐다. 또한 2016년 특조위가 요구한 진상규명 예산은 73억5000만 원이었으나 실제 배정된 예산은 6억7300만 원에 불과했다.

"세월호 특별법 제·개정 추진해야"

▲ 발언하는 이석태 위원장 특조위는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개정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 김형태
특조위는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는 세월호 특별법 제·개정도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개정안에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과 '수사권'이 포함돼야 한다는 것. 권영빈 진상규명소위원장은 "조사활동 방해의 주범이 정부였다"며 앞으로 "특별법이 개정되거나 새로 만들어지면 정부기관 등의 비협조를 막기 위한 내용이 포함돼야 한다"고 말했다.

권 위원장은 "뜀틀 운동하는데 정부가 구름판을 빼버린 것이다. 이게 도대체 나라인가?"라고 반문한 뒤 "선체는 제1의 증거물로, 세월호 인양이 가장 중요한 사안인데 해양수산부가 관련 정보를 하나도 주지 않았다. 관계 기관의 비협조로 특조위가 무력해졌다"고 말했다.

이어 "자료가 눈앞에 있는데도 해경 등 정부기관에서 제출을 거부해 가져올 수 없었다"며 "특조위가 새롭게 꾸려진다면 참사 관련 자료를 확보할 수 있는 압수수색 영장 청구권과 특조위 활동 방해 행위에 대한 제한적 수사권을 부여해야 한다. 압수수색 영장 청구는 검사만이 할 수 있지만 조사관 일부 혹은 상임위원 일부에게 검사의 지위를 부여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또 "세월호 참사 당일 청와대가 컨트롤타워로서 어떠한 역할을 했는지 조사해달라는 신청이 있어 이에 대한 기초 자료 제출을 요청했으나 '대통령 기록물이라서 줄 수 없다'는 답변이 와서 황당했다"며 "대통령 기록물이란 퇴임 후에야 지정해야 하는 것이다. 퇴임도 안 했는데 벌써 지정기록물이라 줄 수 없다니, 법률을 제대로 알고 답변하는 건지 한심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결과적으로 청와대 관련 조사는 진척되지 못했다"고 한탄했다. 

이석태 위원장은 "세월호 특별법을 처음 만드는 과정에서 기소권, 수사권 가지고 논란이 많다가 결국 다 빠졌다"고 아쉬움을 표한 뒤 "세월호 특별법에는 국가기구의 협조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협조를 받지 못했다. 있으나 마나 한 조항"이라며 "실효성 있는 규정이 필요할 것 같다. 적어도 자료에 접근하기 위한 의미에서 제한된 수사권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새로운 정부와 2기 특조위 추진해야" 제안도 나와

▲ 기자간담회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특조위)가 5일 서울 중구 특조위 대회의실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정부의 진상규명 활동 방해와 비협조 사례를 공개했다
ⓒ 김형태
특조위원들은 제2기 세월호 특조위를 만드는 방향으로도 갈 수 있다며 국회 논의 과정에서 구체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 위원장은 "국회선진화법으로 세월호 특별법 개정안을 막고 있는데, 사실 선진화법은 상관없다"고 운을 뗀 뒤 "선진화법을 이용하면 법안 하나가 본회의 올라가는 데 330일이 걸린다고 하니 10월 중에 개정안 혹은 제정안을 하나 올려놓자"고 제안했다. 이어 "330일이 지나면 1년이고, 9월 정기국회니 거기서 통과시켜 2기 특조위를 만들면 새로운 정부와 함께 2기 특조위를 시작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한 "정부가 (특조위의) 데드라인을 6월 30일, 9월 30일로 걸어 놓아 급했던 것이지 이제 시간에 쫓길 필요가 없다"며 "내년 정기국회에서 더 강력하고 제대로 활동할 수 있는 2기 특조위를 만들자"고 힘주어 말했다.

박종운 특조위 상임위원도 "여당은 국회선진화법 이용해 시간을 끌 것이고, 논의가 내년으로 넘어가면 대선국면과 맞물리면서 생명과 안전 존중하는 사람들의 입장이 강화될 것"이라며 "그 사이 국민들이 스스로 참여할 수 있는 국민조사단과 정부가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 특조위가 투톱으로 조사 활동을 이어가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 4·16세월호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이날 특조위는 “새로운 의미의 특조위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 김형태
한편, 이날 특조위는 "새로운 의미의 특조위 활동을 시작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이석태 위원장은 "날갯짓하다 꺾여버린 셈이지만, 지속적인 진상규명 활동에 동의하는 위원들과 회의체를 앞으로도 계속 유지할 것"이라며 "지금과는 다른 모습의, 새로운 의미의 특조위로 국민과 유가족들과 함께 세월호 참사의 진상 규명을 향해 더 꿋꿋하게 걸어 나아가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특조위는 지난 9월 30일 기준 특조위에 남아있는 조사관 45명이 6월 이후 급여를 받지 못했다며, 오는 17일 공무원 지위 확인·급여 청구소송 소장도 청구할 계획이다. 권 위원장은 "(조사활동 기간 종료 이후) 3개월간 일했지만 각종 수당이나 경비·급여 등을 지급받지 못했다"며 "종합보고서 작성기간 동안은 아무런 권한·지위 없이 일하라는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소송을 통해 특조위 기간이 쟁점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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