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성과연봉제 강행으로 촉발된 노동계 파업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대화에 참여할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홍순만 코레일 사장 역시 같은 태도를 고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철도노조의 파업이 계속되는 가운데 5일엔 화물연대까지 파업을 선언하는 등 공공운수노조 차원의 파업이 이어지고 있다. 노사가 평행선을 달리면 그 피해는 결국 국민에게 미친다. 파업 열흘이 돼가고 있는데 나서서 해결책을 모색해야 할 정부가 대화조차 거부하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번 파업은 내용은 물론 도입 과정에서부터 문제가 많던 성과연봉제를,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시한을 정해놓고 마구 밀어붙인 정부에 일차적 책임이 있다. 노동부는 뒤늦게 ‘불법 파업’이라고 비난하고 있으나 중앙노동위원회조차 ‘정당한 조정 대상’이었다며 ‘합법’에 무게를 싣고 있다. 성과연봉제 자체가 중요한 임금문제인데다 법대로 조정 절차까지 지켜, 노동부 역시 파업 초기엔 불법이란 표현을 않다가 이제 와서 억지 주장을 펴니 더욱 설득력이 떨어진다.
성과연봉제의 부작용은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건강보험공단 직원은 “보험료 징수 실적이 평가지표가 되니 좋은 서비스는 뒷전이고 생계형 체납자 계좌까지 적극 압류해야” 한다고 토로한다. “철도, 지하철 같은 공공기관은 성과보다는 공공성과 시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해야 하는 것 아니냐”(9월27일 서울 옥수역 대자보)는 시민의 목소리는 문제의 핵심을 짚고 있다.
‘경쟁’과 ‘평가’ 우선의 첨단 신자유주의 국가인 미국에서도 공공부문에 성과연봉제를 세 차례나 도입했다 평가기준에 대한 공정성 논란 끝에 결국 포기했고,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일반기업도 마찬가지라고 한다. 노동부가 2014년 12월 발주한 용역 보고서조차 부작용을 지적할 정도이니 정부의 성과연봉제 강행이 얼마나 무모한 일인지 짐작할 수 있다.
정부가 ‘상위 10%’ 정규직의 파업이라며 노조를 비판하려면 최소한 억대 연봉의 임원이나 간부들부터 솔선수범해야 하는데 현실은 거꾸로다. 대선 캠프 출신인 홍기택 교수를 케이디비(KDB)산업은행 회장에 기용했다가 나라 망신에다 청문회 소환 소동까지 그 난리를 겪고도 정찬우 전 금감위 부위원장을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발탁했다. 이제는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의 기업은행장 내정설까지 나오니 성사된다면 가히 낙하산 인사의 끝판왕이라 할 만하다. 이런 지경이니 “대통령, 장관, 국회의원은 왜 성과연봉제 안 하냐”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말인들 허투루 들어 넘길 수 있겠는가. 과연 ‘성과’ 운운할 자격이 있는지 정부 스스로 자문해보기 바란다.
정부는 이제라도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제안하고 양대 노총이 요구하는 사회적 대화 기구에 대해 다시 한번 진지하게 검토하길 권한다.
[사설] ‘사회적 대화’조차 거부하는 정부, 어쩌자는 건가
- 수정 2016-10-05 18:09
- 등록 2016-10-05 1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