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들판과 솔숲 거닐며 가을 나그네 되어볼까

최흥수 입력 2016. 10. 5. 17:21 수정 2016. 10. 5.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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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만 볼 수 있는 충북 보은 풍경 여행

#풍경1 탄부면 임한리 솔숲

황금들판 옆에 안개 낀 임한리 솔숲. 보은=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
가을날 새벽이면 작품을 건지려는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가을날 새벽이면 작품을 건지려는 사진작가들이 몰려든다.

이맘때 충북 보은에 가는 이유는 단 하나, 이 시기가 지나면 볼 수 없는 풍경 때문이다. 탄부면 임한리 솔숲은 안개가 잦고 황금들판과 조화를 이룬 요즘이 가장 돋보인다. 바람막이 구실을 하는 아담한 마을 숲인데, 임한리 마을과는 조금 떨어져 있다. 덕분에 주변은 누렇게 벼가 여물어가는 들판이다.

수령 250년 된 노송이 군락을 이룬 솔숲은 한낮보다 안개가 짙은 새벽이 운치 있다. 그런 날을 기다려 일부러 찾아오는 열성 사진 작가도 많다. 원근감으로 신비로움을 더하기는 안개만한 특수효과가 없고, 절개와 기상을 표현하기에는 소나무만한 소재가 드물다. 한국인이 특히 사랑하는 나무이니 사진 재료로 삼기에는 썩 괜찮은 장소다.

#풍경2 마로면 원정리 느티나무

임한리 솔숲에서 차로 10여분 거리에는 느티나무 한 그루가 만든 풍경이 있다. 바로 2010년 드라마 ‘로드 넘버원’의 촬영지로 알려진 이후 수많은 광고에 등장한 원정리 느티나무다.

비움과 채움의 여행지, 원정리 느티나무

이 느티나무가 특별한 이유는 마을 어귀가 아니라 들판 한가운데 위치하기 때문이다. 외로운 가운데서도 사위가 뻥 뚫린 공간은 넉넉하고 여유롭다. 거기에 황금벌판이 배경이 되어 풍성하기까지 하다. 새벽 안개가 짙은 날은 주변 산들이 가려지고, 저녁 햇살에는 누런 들판과 또렷이 대비되니, 구도나 색감 모두 좋은 사진의 요소를 두루 갖췄다.

이미지에 반해 큰 기대를 안고 현장에 도착하면 실망할지도 모른다. 여행지로서 특별히 편의시설을 해 놓은 것도 아니고 주차할 공간도 마땅치 않다. 나무아래 벤치 몇 개 놓은 게 전부다. 너른 풍경에 복잡한 마음 내려놓고 잠시 가을 나그네가 되었다가 돌아서면 그만이다.

#인근 관광지1 장안면 선병국가옥

속리산 자락이지만 보은 땅은 결코 옹색하지 않다. 1893년 동학교도들이 보국안민과 왜양(倭洋) 배척의 기치를 내세운 보은집회에 집결한 인원은 최대 2만 명으로 추산된다. 전국에서 모인 교도들이 20일이나 머문 곳은 현재의 장안면 장안리와 개안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과장을 좀 보태면 서울만큼 너른 땅이다.

전국 최대규모의 한옥저택 선병국가옥.
자리 선택부터 건축과정에 이르기까지 궁궐양식을 적용했다.

이곳에는 지명에 걸맞게 전국에서 가장 넓은 한옥저택이 자리잡고 있다. 전남 고흥의 3만석지기 부자였던 선정훈(선병국의 선친)이 1909년부터 1921년까지 지은 99칸 고택, 선병국가옥이다. 애초 130칸이 넘었을 것으로 추정하지만 한국전쟁 당시 인민군이 주둔한 후 불태워 없앤 행랑채를 제외하고 현재 약 70칸이 남아 있다.

당시의 이름난 지관들이 전국 각지의 명당을 알아본 끝에 터를 잡았고, 내로라하는 목수들이 참여해 요즘도 풍수와 건축에 관심 있는 이들이 많이 찾는다. 크게 안채 사랑채 사당의 3개 공간으로 구성되는데, 각 공간은 안 담으로 둘렀고 바깥 담이 다시 한번 전체를 둘러싼 형태다. 바깥 담장 내부만 1만 3,000㎡(4,000평)이고, 전체부지는 10만㎡(3만평)에 이른다.

안채 지붕 뒤편으로는 구병산의 첫 봉우리가 삼각형 모양으로 봉긋하게 솟아있다. 북악산 자락의 청와대와 비슷한 지형이다. 건물에도 궁궐 건축양식을 다양하게 적용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목재는 속리산과 청화산의 소나무를 사용했다. 원목을 용도에 맞게 깎기보다 생김새에 맞게 쓰임새를 정해 일부는 휘어짐이 그대로 살아있다.

당대 최고 재력을 바탕으로 최고의 건축가들이 최고의 건축자재를 사용해 한껏 멋을 부린, 구한말 변화하는 한옥양식을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뒤편 담장 바깥으로 조성한 방풍림은 현재 아름드리 송림을 형성해 대저택의 아늑함과 고풍스러움을 더한다.

#인근 관광지2 속리산면 솔향공원

보은은 소나무의 고장이다. 임금으로부터 벼슬을 하사 받은 나무, 천연기념물 제103호 정이품송 덕분이다. 조선 세조(1455~1468년 재위)가 속리산 법주사에 행차할 때 방해되지 않도록 가지를 들어올렸다는 이야기는 너무나 유명하다.

솔향공원 스카이바이크.

보은군은 정이품송에서 약 2km 떨어진 곳에 솔향공원을 조성했다. 소나무에 대한 다양한 상식과 정보를 모아놓은 전시실도 있지만, 여행객에게 인기 있는 시설은 바로 옆 스카이바이크. 4인용 레일바이크를 타고 울창한 솔숲을 한 바퀴 돌아오는 놀이시설이다. 1.6km 거리에 약 30분이 걸린다. 이용요금은 1대당 1만 5,000원이다.

위의 4곳 모두 청주상주간고속도로 속리산IC에서 멀지 않다. 임한리 솔숲과 원정리 느티나무는 요금소를 나와 우회전해서 각각 2.5km, 12km 떨어져 있고, 선병국가옥과 솔향공원은 좌회전해서 2km, 11km 거리다.

보은=최흥수기자 choissoo@hankookilbo.com(mailto: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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