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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 & Life] 우울증도 계절 탄다?…가을엔 환자 더 늘어

이병문 기자
입력 : 
2016-10-05 04: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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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도 좋고 먹을거리가 풍성한 계절이지만 '가을을 타는 사람'이 있다. 계절성 정동장애(seasonal affective disorder), 즉 계절성 우울증 환자들이다. 계절의 변화는 우리 몸뿐만 아니라 마음도 느낀다. 무더운 여름이 가고 일조량이 줄어든 가을이 오면 몸에서 분비되는 호르몬 양이 변하고 기분도 바뀐다. 우리 뇌에는'생물학적 시계'가 존재해 생활리듬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생물학적 시계는 계절에 반응하는데, 특히 하루 중 낮의 길이 변화에 따라 반응하게 된다. 수천 년 동안 인간의 생활리듬은 낮과 밤의 주기에 따라 맞춰져 왔다. 우리는 해가 뜨면 눈을 뜨고, 밤이 되면 자게 된다. 가을과 겨울철 우울증은 햇빛의 양과 일조 시간 부족이 에너지 부족과 활동량 저하, 슬픔, 과식, 과수면을 일으키는 생리적 반응을 유도하는 것으로 보인다. 나경세 가천대 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리 뇌의 생물학적 시계는 외부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지만 계절성 우울증 환자는 환경의 변화에 적합하게 반응할 수 있는 능력이 떨어져 있다"고 설명한다.

마음의 감기라고도 불리는 우울증은 우리에게 가장 보편적인 정신질환이지만, 초기 대응에 실패하는 경우에는 죽음이라는 심각한 합병증을 초래할 수 있는 뇌와 마음의 병이다. 국내 우울증 환자는 매년 5%가량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50대 이상 중장년층이 우울증 전체 환자의 60%에 달했다. 노년층은 과거에는 당연하던 신체능력과 사회적 관계를 하나둘씩 잃어가면서 우울증을 느끼는 경우가 많다. 가까운 사람의 상실, 자식과의 불화, 대인관계 단절, 경제 문제 등 사회경제적 요인도 우울증을 야기하며, 뇌졸중이나 암 등의 후유증으로 우울증이 발생하기도 한다.

우울증은 무기력감을 느끼는 게 가장 두드러진 특징이다. 특히 인생의 무상함을 쉽게 느끼게 되는 가을과 겨울에 무기력감이 더 많이 찾아온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일반인 중 약 15%가 가을과 겨울철이 되면 다소 기분이 울적해짐을 경험하고, 2~3%는 계절성 우울증이 발생하게 된다고 한다.

계절성 정동장애는 대개 20대 이상에서 발생하며,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점점 감소하는 경향이 있다. 또한 비교적 일조량이 적은 북반구 국가에서 더 많이 발생하며, 낮에 햇빛을 쬘 수 있는 기회가 적은 순환근무자들에게서 더 많이 발생한다. 우울증 치료는 매일 일정한 기간에 강한 광선에 노출시키는 광선요법이나 항우울제 투여로 효과를 볼 수 있다. 우울증이 아니더라도 다소의 우울감을 경험하는 경우 낮 동안에 밖에서의 활동을 늘리고 주위 환경을 햇빛을 많이 받을 수 있도록 바꿔주는 게 좋다. 낮 동안에는 커튼을 걷고 의자 배치는 눈이 창문 쪽을 향하도록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 밖에 규칙적인 운동이 효과적이다. 운동은 스트레스를 경감시켜주고 에너지를 높여주며, 정신적·신체적 만족감을 가져다준다. 낮 동안 햇빛을 받으며 운동을 꾸준히 한다면 이러한 계절성 정동장애라는 불청객은 예방할 수 있다.

한창수 고려대 안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우울증 증세가 보이면 병원을 찾아 우선 진단을 정확하게 받고 약물, 정신, 인지 치료 등을 하는 것이 좋으며 신체활동이 저하될수록 증상이 심해질 수 있기에 적절한 운동과 건강한 식단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병문 의료전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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