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기업銀 "전경련 탈퇴 검토"

정욱,정석환 2016. 10. 4. 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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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르·K스포츠 의혹 후폭풍..전경련 창립이후 최대 위기더민주 "개혁해야" 국민의당 "차라리 해체"與정진석 "기업인 괴롭히지 말라" 지원사격

◆ 국정감사 재개 ◆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회원사의 탈퇴와 신뢰도 추락으로 인해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의혹을 놓고 전경련 책임론까지 불거지면서 정치권에서 야권을 중심으로 '전경련 해체' 주장까지 나오고 있다.

4일 국회에서 진행된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산업은행과 기업은행이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전경련 탈퇴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진행된 정무위 국감에서 이동걸 산업은행장은 박선숙 국민의당 의원이 산업은행의 전경련 가입 문제에 대해 "1960년대 이래 은행을 재벌과 한데 담았던 구조라면 부적절한 것 아닌가"라고 묻자 "최근에 그런 이야기를 듣는데 의원님 말씀을 고려해 (회원 유지 여부를) 재고하겠다"고 답했다. 권선주 기업은행장 역시 박 의원의 질문에 대해 "1968년 가입한 이래 계속 유지해왔는데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정무위 소속 국민의당 의원들은 '전경련을 해체해야 한다'는 강경한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김관영·채이배 의원 등 국민의당 정무위 소속 의원들은 이날 "어버이연합을 통한 관제데모 조장,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논란에서 보여준 대기업에 대한 약탈적 기부금 모금 등 전경련의 일탈 행위는 오히려 전경련이 설립 목적인 자유시장경제 창달의 장애물이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전경련이 설립 목적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회원사인 재벌기업마저 정치적 이용에 대해 불만과 비판을 토로하는 이상 회원사들이 나서서 스스로 결자해지하는 것이 마지막 소임을 다하는 것임을 명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전경련과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과 관련해 "전경련에 경고한다. 지금 진행하는 다양한 증거인멸 작업은 불법적 요소가 있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더민주 정책조정회의에서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을 겨냥해 "전경련이 이 정권 들어와서 정권이 원하는 사업 혹은 재단을 만드는 데 있어 모금책으로 전락한 문제는 심각하다"며 "주로 '이승철 씨'가 코어로 돼 있는데 전경련이 과연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게 바람직한지 검토해야 한다. 몸통인 전경련이 개혁해야 할 대상이 아닌가 하는 점에 대해 야당이 심각하게 고민해봐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대기업 지원사격'에 나섰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새누리당 최고위원·상임위원장단·간사단 연석회의에서 "이번 정기국회에서 세계적 경제 흐름에 역행해 경제 근간을 흔들거나 성장 기반을 훼손해 경제인, 기업인들을 좌절시키는 일이 있어선 결코 안될 것"이라며 "각 상임위원회는 경제인, 기업인을 괴롭히지 않는 방향에서 증인 출석 문제를 탄력적으로 조정했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올해 들어 하루도 바람 잘 날이 없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재계에서는 "전경련이 존재 이유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는 등 최대 위기에 봉착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각종 사건으로 인해 탈퇴를 요청하는 곳들이 늘고 있는 데다 '재계의 대변인'이라는 본래의 역할 수행에도 차질이 생기면서 곳곳에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올해 초 '어버이연합 편법 지원'이 논란이 되면서 한국전력을 비롯한 에너지 관련 공기업 7곳이 집단으로 탈퇴하겠다는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여기에 4일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금융권까지 회원 탈퇴를 검토하겠다고 나서면서 다른 회원사에도 어떤 영향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와 관련해 주요 그룹 관계자는 "전경련의 역할이 날로 축소되고 있는 상황에서 각종 사건에 단골로 등장하면서 기업들 역시 부담스럽게 느껴지는 것은 사실"이라고 털어놓았다. 또 다른 재계 관계자는 "기업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는 것이 전경련의 역할인데 최근에는 전경련 때문에 기업들이 부패 이미지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고 평했다.

전경련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처지가 아니다보니 재계의 입장 대변이라는 본래 기능 역시 거의 수행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일례로 지난 17대 국회 이후 진행해오던 국회 개원 리셉션도 올해엔 전경련이 주최를 포기하면서 대한상의에서 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4대 그룹 한 주요 임원은 "20대 국회 출범 후 재계와 관련된 각종 법안 등이 발의되는 상황에서 전경련이 전혀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있다"며 "'대한상의가 재계를 대변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기업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조직을 만들자는 취지로 1961년 설립된 전경련은 현재 600여 개 기업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매년 회비(약 300억원)와 전경련 건물 임대 수익(약 400억원) 등을 수입으로 활동하고 있다.

[정욱 기자 / 정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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