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간] "20대 0..한일 노벨과학상 스코어"

CBS 김현정의 뉴스쇼 2016. 10. 4.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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숫자 차이보다 기초과학 인식 격차가 중요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성완 (시사평론가)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 시사평론가 김성완 씨입니다. 오늘 뒤집어볼 뉴스의 행간은요?

◆ 김성완> 일본이 또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어제 노벨위원회가 오스미 요시노리 도쿄공업대 명예교수를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선정했다고 발표한 건데요. 세포 내 손상된 소기관이나 노폐물을 세포 스스로 잡아먹는 오토파지라고 자가증식 현상을 규명해서, 암이나 신경 난치병 치료에 공헌한 점을 인정받았습니다. 일본은 지난 3년동안 해마다 노벨상을 타는 영예를 안았는데요. 또 노벨과학상 받은 일본, 이 뉴스의 행간을 짚어보려고 합니다.

◇ 김현정> 심사위원이 일본사람으로 구성된 것도 아닌데, 왜 번번히 노벨상이 일본으로 가는 걸까요?

◆ 김성완> 오죽하면 그런 얘기까지 나오나 싶은데요. 노벨상은 분야별로 심사 주체가 다릅니다. 스웨덴 왕립과학아카데미, 아카데미, 노르웨이 노벨위원회 등이 있는데, 생리의학상 수상자는 스페인 카롤린스카 의대 노벨위원회에서 결정합니다. 여기 심사위원이 50명이나 되는데요. 조금이라도 심사위원 결격사유에 해당되면 곧바로 퇴출됩니다. 이번에도 성과를 조작하고 의료사고를 방관했다는 이유로 카롤린스카 연구소장을 지낸 2명이 퇴출됐었어요. 한마디로, 일본이 국력이 강하다고 수상자를 결정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라는 겁니다. 그만큼 일본의 기초과학 연구가 뛰어나다는 증거죠. 이런 구조에서 일본이 2001년부터만 봐도 과학분야에서만 14명의 수상자를 배출했습니다.

◇ 김현정> 해마다 노벨상을 받는 일본, 이 뉴스에는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 김성완> 첫 번째 행간은 "20대 0이 되었다"입니다.

◇ 김현정> 그게 무슨 말이죠?

◆ 김성완> 이게 일본과 한국의 노벨과학상 수상자 격차입니다. 일본의 노벨과학상 수상자는 이번을 포함해 22명입니다.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4명, 그리고 평화상과 문학상까지 포함하면 25명인데요. 여기에 일본인이지만 미국 국적자가 2명 포함돼 있어서, 그 2명을 빼면 20명입니다. 너무 많으니까 국적까지 따지면서 숫자를 빼야 하는 상황인 거죠.

그런데요. 일본이 노벨과학상 20개를 받는 동안 우리는 뭘 했느냐, 이건 중요한 게 아닙니다. 여기서 20이란 숫자는 단순히 숫자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이건 단순히 숫자의 격차가 아니라 "기초과학을 대하는 인식의 격차"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일본은 과학의 기본인 기초과학을 중시해서 집중적으로 육성하고 있습니다. 학자들도 자신들이 좋아하는 분야를 묵묵히 연구할 수 있는 환경 조성돼 있어요.

우리는 어떻습니까? 오로지 취업률, 사회적인 부와 명성에 목을 맵니다. 공부 잘하면 법대 의대 가는 게 당연하구요. 과연 이런 환경에서 우리가 노벨과학상 수상자 배출을 꿈꿀 수 있을까요? 축구를 20대 0으로 지면 다들 속상할 텐데요. 기초과학에 대한 인식 격차가 20대 0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그만큼 안 억울한가, 저는 묻고 싶습니다.

◇ 김현정> 또 노벨과학상 받은 일본, 어떤 행간이 있을까요?

◆ 김성완> 두 번째 행간은 "우리가 돈이 없는 것이 아니다"입니다.

흔히 일본이 노벨과학상 많이 받는다고 하면, 우리보다 잘 사니까, 연구개발(R&D)비 지원을 많이 해줬으니까, 이런 식으로 생각들을 하는데요. 그게 사실이 아닙니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에서 GDP 대비 R&D 투자 1위, 절대 규모로도 6위를 기록할 정도로 어마어마한 비용을 쏟아붓고 있습니다. 무려 19조원이나 되는데요. 이스라엘, 일본, 미국, 중국, 유럽연합과 비교해도 우리의 R&D 예산 증가 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투자에 비해 성과가 거의 없습니다. 2014년 한국이 국제학술지에 발표한 논문 수는 GDP 대비 R&D 투자 비중이 1.22% 수준인 스페인과 비슷합니다. 영국, 일본, 독일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중국과 비교하면 7분의 1 수준인데요. 세계적인 과학학술지 네이처가 그 이유를 분석할 정도로 이상한 일입니다. 대부분이 응용과학에 투자되고 기초과학 지원이 부족한 게 그 배경인데요. 이건 정부의 근시안적인 과학기술정책 때문입니다.

신발끈 예산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우리 과학자들이 예산이 부족하다고 국회에 가서 호소하고, 정부 출연기관 연구원들은 한푼의 예산이라도 더 따려고 공무원들한테 잘 보이기 위해서 안간힘을 쓰는 현실을 표현한 말입니다. 2014년 물리학상을 받은 나카무라 슈지는 이런 말을 했어요 "내가 하고 싶은 연구에 몰두했더니 노벨상을 받게 되더라" 바로 이런 환경을 만들어줘야 노벨상이 나올 수 있는 겁니다.

◇ 김현정> 마지막 행간은 뭔가요?

◆ 김성완> 세 번째 행간은 "미래창조과학은 어디로 갔는가?"입니다.

박근혜 정부 들어서 창조경제, 창조과학, ICT융복합, 이런 것들을 얼마나 강조했습니까? 그거 다 어디로 갔나요? 물론 장기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반박할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최소한 창조적 사고가 가능한 분위기는 형성돼야 하지 않을까요? 대통령 취임 초기에 인문학을 강조했는데요. 지금은 어떻습니까? 시간이 흐르면서 업률에만 관심을 쏟고 있구요. 인문학과 자연과학은 홀대받고 있습니다. 대학들은 관련학과들을 통폐합하고 있고, 공대, 경영, 경제 쪽 정원만 늘리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기초과학 분야 핵심 연구자 144명을 대상으로 물었더니, 27%가 한국 최초 노벨과학상 수상자가 나오기까지 걸리는 기간은 '6∼10년'이라고 답했구요. '11∼15년'이라는 응답자가 23%, ‘16∼20년’이란 응답도 22%나 됐습니다. 왜 이런 생각을 하겠습니까? 오늘이 바뀌지 않으니까 그런 겁니다. 오늘이 바뀌어야 내일도 바뀌는 법이다.

우리나라는 "10월에만 노벨상을 생각하고 나머지 11개월은 노벨상/기초과학은 잊고 산다"는 게 문제입니다.

◇ 김현정> 김성완의 행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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